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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KBO 수장 맞습니까? 정운찬 총재도 책임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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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스포츠 황석조 기자] “저는 KBO리그가 대한민국에서 야구팬들뿐만 아니라 전 국민의 ‘힐링’이 되도록 하려고 이 자리에 섰다.”

정운찬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의 지난 1월3일 취임사 중 일부다. 10개월여가 지난 현재. KBO리그는 국민들을 힐링시켜줬을까. 정 총재는 자신의 역할을 다했을까. 이 기간 한국야구는 유례없는 대혼란을 겪었다. 모두의 책임이 있지만 그중 어떠한 리더십도 발휘하지 못한 정 총재의 책임이 가장 크다. 선동열 감독이 사퇴한 상황서 정 총재 역시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야구 국가대표팀 선동열 감독이 14일 사퇴했다. 지난 아시안게임 선수선발 논란이 사회적으로 번지며 대표팀 감독의 국정감사 증인출석이라는 초유의 일을 겪은 선 감독은 결국 버티지 못했다. 선 감독은 야구의 명예를 지키겠다며 평범한 야구인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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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사진) 총재 역시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사진=MK스포츠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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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은 정 총재에게 쏠린다. 선 감독 사퇴에는 정 총재 발언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정 총재는 10월23일 대한체육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개인적으로 전임감독제 찬성하지 않는다”, “TV로 선수들을 체크한 것은 선 감독의 불찰”, 그 외 스타선수 출신은 지도자로 성공하지 못한다는 은근한 비아냥에 동조하기까지 했다.

정 총재는 야구계 염원인 전임감독제를, 단순 개인발언이라는 스스로의 면피 속 부정해버렸고 그 외에도 정치권 인사들 유도에 말려들며 야구계를 거듭 깎아내렸다. 당시 국정감사장에서의 정 총재는 KBO 총재의 모습이 아니었다. 흔들리던 야구계는 수장의 셀프저격 속 치명상을 입었다. 당시 많은 야구인들 및 구단 관계자들은 적지 않은 충격에 휩싸였다. 일부는 “모욕을 당한 것 같다”며 강한 분노를 드러냈다. 야구계의 자중지란, 그 중심에 정 총재가 있었던 것이다.

단순 이번 아시안게임 사태 뿐만 아니다. 올 시즌 KBO리그를 강타한 수많은 사건사고 속 정 총재의 행보는 놀라울만큼 엇박자였다. 안으로 내실이 다져지지 못해 허물어지는 상황서 바깥 활동에만 치중하며 일부 사람들에게 약점 내지 빌미만 제공했다. 결실이 없으니 메이저리그 예찬도 공허했고 취임일성으로 전한 외침도 전혀 설득력이 없었다. 필요한 때는 나서지 않더니 뜬금없는 타이밍에 이해 못할 방식으로 수습에 나서기도 했다. 아시안게임 사태로 인해 관중감소 현상이 두드러진다는 지적에 데이터 상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며 분위기 파악을 하지 못했던 장면은 그야말로 실소가 나온 대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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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사진) 총재 역시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론이 크게 불거지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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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총재의 일련의 행보는 이렇듯 상식적인 관점에서 이해되지 않는 게 대부분이다. 무엇보다 “야구계 수장이 왜...?”라는 질문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외부인사’의 강점을 발휘, 야구계 문제를 시원하게 해결하는 리더십이나 성과를 보여준 것도 아니다. KBO 입장에서는 그래도 수장이 바뀌며 새 술을 담그나 싶었는데 이후 1년, 거듭된 논란 속 갈 길을 표류한 상태다. 이러다보니 리그 산업화 등 취임일성으로 전한 과제들이 순탄할 리 만무하다.

야구팬들은 정 총재에게 묻고 싶어 한다. 진정 야구계 발전에 용의가 있는 게 맞는 것인지, 야구계 현실에 대해 냉철한 분석을 하고 있는 게 맞는 것인지 말이다.

결국 선 감독은 사퇴했다. 물론 선 감독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리고 권위가 사라진 마당에 자리보존 역시 무의미했을 터. 이제 정 총재 차례다. 취임 때 밝힌 비전과 포부를 실행할 수 있을지, 스스로 거취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해 볼 때다.

hhssjj27@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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