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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사이언스 샷] 살충제 노출된 벌… 애벌레도 몰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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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벌 3068과 일벌 5356, 5083….'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소설 '개미'에서 병정개미 103호의 파란만장한 삶을 그렸다. 미국 하버드대의 동물행동학자인 제임스 크랄 박사는 소설에서처럼 뒤영벌에게 각각 번호를 부여해 베일에 가려져 있던 벌집 속의 삶을 추적했다. 지난 9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살충제는 벌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줄 뿐 아니라 후손까지 감소시킨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조선비즈

/미 하버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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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뒤영벌에게 QR 코드와 비슷한 가로·세로 3×4㎜의 인식용 태그를 붙였다. 한쪽 방에는 벌들이 먹이를 찾는 야외를 모방해 햇빛이 들어오게 하고, 살충제 네오니코티노이드 성분이 들어 있는 설탕물을 먹였다. 다른 쪽 방은 햇빛을 차단한 벌집이었다. 벌집 내부에서는 적외선 카메라로, 바깥은 일반 카메라로 벌들을 촬영했다. 컴퓨터는 영상에 찍힌 벌들을 인식 코드로 구분해 각각의 행동 형태를 분석했다.

12일 동안 관찰한 결과 살충제를 먹은 벌들은 벌집에서 가장자리로만 맴돌았다. 특히 정상 벌들은 밤 시간의 25%를 애벌레를 돌보는 데 썼지만, 살충제를 먹은 벌들은 그 비율이 20% 미만이었다. 벌은 집단적으로 날개를 떨어 벌집 내부의 온도를 조절하는데 살충제 그룹은 그런 행동도 적었다. 결국 살충제는 뒤영벌 군집의 미래인 애벌레에게까지 피해를 입힌다는 뜻이다.

네오니코티노이드는 지난해 유럽에서 실시한 대규모 야외 실험을 통해 꿀벌을 떼죽음으로 내몬 주범으로 드러났다. 살충제에 노출된 꿀벌들은 날갯짓을 덜하고 꽃가루 수집량도 평소의 절반에 그쳤다. 유럽연합(EU)은 지난 4월 네오니코티노이드의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이번 연구는 살충제가 벌들의 야외 먹이 활동뿐 아니라 벌집 내부에서 이뤄지는 후손 양육까지 망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벌과 인간은 운명 공동체이다. 당장 벌들이 모두 사라지면 꽃가루받이를 하지 못해 100대 농작물의 생산량이 3분의 1로 떨어질 것으로 추산된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yw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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