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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Tech & BIZ] IT 기업들, 클라우드에 이어 '에지 컴퓨팅' 뛰어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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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IT(정보기술) 업계의 화두(話頭)는 '에지(edge) 컴퓨팅'이다. 그동안 클라우드(가상 저장 공간) 서비스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경쟁해왔던 구글·마이크로소프트(MS)·아마존·시스코·인텔과 같은 세계 주요 IT 기업들이 지금은 에지 컴퓨팅 기술 개발에 일제히 뛰어들었다. MS의 사티아 나델라 최고경영자(CEO)도 지난 5월 개발자대회에서 "우리는 지능형 클라우드와 지능형 에지 시대에 살고 있다"고 말했을 정도다. 에지 컴퓨팅은 무엇이고,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주요 기업들은 왜 여기에 매달리는 것일까.

데이터센터 대신 기기에서 데이터 분석

에지 컴퓨팅은 말 그대로 중심(데이터센터)이 아니라 가장자리의 기기에서 데이터를 처리·분석하는 것을 뜻한다. 스마트폰·PC 같은 개인용 기기는 물론이고 자율주행차에 탑재된 컴퓨터, 통신사 기지국의 서버(대용량 컴퓨터)가 이에 해당된다.

조선비즈

/그래픽=박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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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지 컴퓨팅이 주목받는 것은 '데이터 폭증' 때문이다.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의 발달과 더불어 모든 기기가 인터넷에 연결돼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이를 전송하는 통신망과 데이터를 처리하는 클라우드용 데이터센터 용량에도 부하가 걸릴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결국 지연(latency) 현상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에 IT 기업들은 클라우드 대신 제일 끝단의 기기나 중간에 설치한 소형 서버의 성능을 극대화해 데이터 처리 부담을 분산시키고 있다. 기기나 소형 서버에서 처리할 수 있는 데이터는 알아서 처리하고, 여기서 걸러진 데이터만 클라우드로 보내 머신러닝(기계학습)으로 처리하는 식이다. 쉽게 보면, 현재 '기기 � 클라우드 서버'의 2단계인 데이터 처리 구조를 '기기 � 에지 서버 � 클라우드 서버'라는 3단계 구조로 바꾸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차가 도로를 달리다 갑자기 장애물을 만나면 관련 데이터를 클라우드 서버로 전송하지 않고, 자체 컴퓨터나 인근 소형 서버로 보내 실시간으로 처리해 사고를 회피할 수 있다. 또 데이터 용량이 큰 가상현실(VR) 생중계 서비스도 클라우드를 이용할 때는 100ms(마이크로초·100만분의 1초) 이상 걸리는 동영상 반응 속도를 20ms 이내로 줄일 수 있다. 이처럼 자율주행차·VR·스마트 시티 등 4차 산업혁명 서비스의 핵심 기술로 떠오르면서 주요 IT 기업들이 기술 개발에 뛰어든 것이다.

에지 컴퓨팅, 관건은 반도체 개발

에지 컴퓨팅 환경을 위해서는 기존 PC·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했던 CPU(중앙처리장치)·AP(스마트폰용 칩셋)보다 훨씬 성능이 뛰어난 반도체가 필요하다. 개별 기기와 중간 서버에 탑재해 막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판별·분석·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는 D램·낸드플래시 같은 메모리(저장용) 반도체 수요도 에지 컴퓨팅의 등장과 함께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에 각 기업들은 에지 컴퓨팅용 반도체부터 서비스 장악을 위한 경쟁에 나선 상태다.

미국 인텔은 '제온D' 프로세서를 통해 에지 컴퓨팅용 기기·서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14일 중국 베이징에서 연 AI 개발자 콘퍼런스에서는 '인텔 뉴럴 컴퓨트 스틱2'(NCS2)도 공개했다. USB(이동식저장장치) 모양의 이 기기는 일반 PC에 연결하기만 하면 AI를 통해 실시간으로 이미지·동영상 데이터를 분석·처리해준다. 엔비디아는 신용카드 크기에 고성능 GPU(그래픽용 반도체) 모듈을 탑재한 '젯슨'을 드론·자율주행차·로봇에 탑재해 데이터를 기기에서 자동 분석·처리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인터넷·소프트웨어 기업들도 에지 컴퓨팅 시장 공략에 나섰다. 구글은 올해부터 자사의 AI 반도체인 TPU(텐서플로유닛)를 외부 기업들에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구글 반도체로 에지 컴퓨팅 환경을 구축한 기업들을 자사(自社)의 클라우드 고객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MS 역시 자체 개발한 AI 반도체인 브레인웨이브를 고객사들에 제공하면서 구글과 비슷한 전략을 쓴다. 세계 1위 클라우드 업체인 아마존웹서비스는 인터넷 접속이 힘든 상황에서도 사물인터넷 기기들이 스스로 데이터를 분석·처리할 수 있는 '그린그래스(Greengrass)' 기술을 선보였다. IT 업계 관계자는 "기존 데이터망과 클라우드의 한계를 넘어 매끄러운 4차 산업혁명 서비스를 선보이기 위한 에지 컴퓨팅은 더욱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동철 기자(charle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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