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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주유소 절반, 기름값 제대로 안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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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정부가 휘발유·경유에 붙는 유류세를 15% 내렸지만, 1주일이 지나도 유류세 인하분(휘발유 L당 123원 기준)만큼 기름값을 내리지 않은 주유소가 전체의 절반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1만1456개 주유소의 기름값을 분석한 결과, 13일까지 휘발유를 L당 123원 이상 내린 곳은 47%(5380개)였다. 100원 이하로 내린 곳이 22%(2469개)에 달하고, 403곳(4%)은 유류세 인하에도 휘발유 값을 한 푼도 내리지 않았다.

◇주유소 403곳, 유류세 인하에도 휘발유 1원도 안 내려

한국석유공사가 운영하는 유가 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13일 기준 전국 평균 휘발유값은 L당 1574.73원이다. 매일 하락세를 보이면서 정부가 유류세를 15% 내리기 이전인 5일과 비교하면 L당 115.57원 떨어졌다. 유류세 인하분이 주유소 기름값에 고스란히 반영될 경우 유류세 인하 효과(L당 123원)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경유도 전국 평균 L당 1418.79원으로 유류세 인하 이전보다 L당 76.97원 떨어졌다. 경유의 유류세 인하 효과는 L당 87원이다.

조선비즈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의 한 주유소에 주유를 하려는 차량이 진입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 6일부터 유류세를 15% 내렸지만, 유류세 인하분만큼 기름값을 내리지 않은 주유소가 전체의 절반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연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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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별로 보면 제주가 L당 156원으로 가장 많이 떨어졌다. 대전(이하 L당 122.68원), 부산(122.51원), 서울(121.37원) 등 대도시 주유소에서 인하 폭이 컸다. 반면 충남·전북·경북·전남 지역에서는 상대적으로 덜 내렸다. 업계에서는 주유소들이 유류세를 내리기 전 공급받은 휘발유의 재고 소진이 지방에서 더디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국제유가 인하 감안하면 휘발유 L당 152원 내려야"

유류세 인하 이후 하락 폭 115원은 최근 국제유가 하락세를 감안하면 여전히 부족하다.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석유제품 가격의 기준이 되는 싱가포르 현물시장에서 휘발유 가격은 지난달 10일엔 L당 649. 68원으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 꾸준히 하락하면서 유류세 인하 전인 5일에는 L당 522.17원으로 127원가량 떨어졌다. 이에 따라 정유사의 주유소 공급가격도 10월 넷째 주와 다섯째 주 각각 L당 25.15원, 32.34원 내렸다. 통상 국제 석유제품 가격은 2주 정도 시차를 두고 국내 주유소 기름값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다.

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은 "11월 첫주 국제 휘발유 가격은 전주보다 L당 28.7원 하락해 유류세 인하분을 반영하면 휘발유는 L당 151.7원을 내려야 한다"고 분석했다. 13일 현재 휘발유 가격을 L당 151.7원 이상 내린 주유소는 1028곳으로 9% 정도다.

◇"유류세 인하 효과 있나" 회의론 나와

정부는 유류세 인하가 영세자영업자, 서민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정책이라고 하지만 정작 소비자는 인하 효과를 크게 체감하지 못하고 세금만 낭비하는 대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유류세는 국제유가가 급등하던 2008년 3월부터 12월까지 한 차례 내린 사례가 있다. 그해 3월 두바이유가 배럴당 100달러를 오르내리고, 급기야 8월에는 140달러까지 치솟던 때였다. 당시 유류세 인하로 휘발유는 L당 75원 내리는 데 그쳤다.

반면 올해는 두바이유가 배럴당 79달러 때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유류세 인하를 처음 언급했다. 익명을 요구한 정유업계 임원은 "국제유가가 80달러도 안 될 때 정부가 유류세를 내렸는데, 6개월 뒤 유가가 다시 80달러에 육박하고, 유류세 인하를 요구하면 또 내릴 것이냐"며 "세금이 많이 걷히니 불필요한 데 낭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8년 당시 유류세 인하 효과를 분석한 한국지방세연구원의 2012년 보고서는 "유류세 인하에 따른 휘발유 가격 하락 효과는 소득이 높을수록 휘발유 소비를 늘려 부유층에 대한 혜택이 서민층보다 크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전수용 기자(js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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