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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다음달 미국에선, 택시기사 없는 택시가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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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인터넷 기업인 구글의 자율주행차 계열사인 웨이모가 다음 달부터 미국 애리조나주(州) 피닉스 일대에서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를 공식 상용화한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13일(현지 시각) "웨이모가 운전자 없는 자율주행 택시를 피닉스에서 상용화한다"며 "그동안 비공개 시험 서비스를 해왔던 것을 넘어 다음 달부터는 유료로 공개 서비스를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웨이모의 존 크래프칙 최고경영자(CEO)는 "피닉스에 이어 조만간 다른 지역으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웨이모의 자율주행 택시 상용화는 2009년 구글이 처음 자율주행차 기술을 개발하기 시작한 이래 9년 만에 이뤄낸 성과다. 올해 우버, 테슬라의 자율주행차가 연이어 인명 사고를 내면서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고조된 상황에서 과감하게 서비스 상용화를 단행하는 것이다. IT(정보기술) 업계에서는 웨이모를 시작으로 미국 GM·포드, 일본 도요타 등 글로벌 IT·자동차 기업들이 연이어 운전자가 없는 무인(無人) 자율주행 택시를 내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경쟁할 만한 기업을 찾기 힘들다. IT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한국은 첨단 기술 분야에서는 경쟁력을 주도해왔지만, 자율주행차 분야에서는 완전히 뒤처진 상황"이라며 "상용화는커녕 아직 연구실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상태"라고 말했다.

"8만 대 이상 확보해 서비스 확대"

웨이모가 다음 달 시작하는 자율주행 택시는 운전자가 없는 무인 자율주행차로 운영된다. 승객이 스마트폰 앱(응용 프로그램)으로 자율주행 택시를 호출해 탑승하면 자동으로 목적지까지 주행한다. 승객이 목적지에 도착해 내리면 앱에 연동된 신용카드에서 요금이 자동 결제된다. 운임은 미국의 양대 차량 공유 서비스인 우버·리프트와 비슷한 수준으로 책정될 전망이다. 우선 웨이모는 애리조나주 피닉스를 중심으로 반경 100마일(약 161㎞) 이내에서 사전 신청한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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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모는 기업용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도 함께 제공한다. 크래프칙 CEO는 "월마트(유통), 오토네이션(자동차 판매) 등 기업들과 함께 자율주행 택시를 서비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기업의 매장에 방문하는 고객들에게 무료로 자율주행 택시를 제공하는 식이다. 서비스 지역과 운행 대수 역시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웨이모는 지난달 미국 캘리포니아주 정부로부터 운전자 없는 자율주행차 운행 허가를 받았다. 피닉스에서 안전성과 사업성을 증명할 경우 곧바로 본거지 격인 캘리포니아에서도 서비스를 시작할 준비를 갖춘 것이다. 자율주행차 수도 빠르게 늘리고 있다. 당초 웨이모는 피아트크라이슬러(FCA)의 미니밴 퍼시피카 600여 대로 자율주행 택시 시험을 시작했지만, 올 들어 이를 수천 대로 확대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FCA로부터 6만 대, 재규어로부터 2만 대의 미니밴과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를 들여와 자율주행 택시로 개조한다. 이를 통해 8만 대 이상의 자율주행 택시를 확보하고 사업 확장에 나선다는 것이다.

IT 업계에서는 웨이모의 공격적인 움직임이 경쟁사들을 자극해 자율주행 택시 확산 시점을 더욱 앞당길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 아직까지 거북이 걸음… 자율주행 택시는커녕 시험도 쉽지 않아

하지만 한국은 이런 움직임을 전혀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 지난 7일 SK텔레콤이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 쏘카와 함께 진행한 자율주행 택시 시험 주행은 직사각형 모양의 공원 2.3㎞ 구간을 달리는 데 그쳤다. 웨이모는 운전자가 없이 달리는 레벨 4 수준의 자율주행 택시를 상용화하는 반면 한국은 운전자가 꼭 탑승한 상태에서 정해진 도로만 달리는 레벨 3 수준에 머물러 있다. 웨이모 수준의 기술은 시험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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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모가 개발한 자율주행 밴이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인근의 챈들러 시내를 달리고 있다. /웨이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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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차 운행 대수도 상용화를 논의하기에 턱없이 적다. 현재 국토부로부터 자율주행차 임시 주행 면허를 받은 차량은 총 52대다. 현대차가 16대로 가장 많고, 삼성전자가 5대, 기아차가 2대 등을 운영하고 있지만, 대부분 실험실의 시제품 수준에 가깝다. 그나마 자율주행차 시험 기지로 구축하고 있는 경기도 화성의 K시티도 올 연말에야 완공된다. 32만㎡(약 9만6800평) 규모인 K시티는 실제 도로 환경을 구현해 자율주행차의 안전성과 주행 능력을 시험해볼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이미 수년 전부터 피닉스·샌프란시스코·피츠버그 등의 도심 지역을 달려왔던 미국 IT·자동차 기업의 자율주행차 환경과 비교해보면 한참 뒤처졌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차두원 연구위원은 "웨이모나 미국의 자동차 기업들은 자율주행차를 이미 양산, 상용화하는 단계에 접어든 반면 한국은 이제 시제품 몇 대를 시험하고 있는 수준"이라며 "이런 기술 격차가 계속될 경우에는 자율주행차 시장에서 한국의 입지는 크게 좁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강동철 기자(charle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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