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손 크기만 30㎝ 그리스 괴물, NBA 침공하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밀워키 만능 포워드 아데토쿤보, 2m11에 110㎏… 1m 넘게 점프

올 시즌 12경기서 평균 25.4점… 팀 동부 콘퍼런스 2위로 이끌어

농구 괴물 중에 괴물들만 모인다는 미 프로농구(NBA)는 요즘 남유럽에서 건너온 청년 한 명 때문에 시끄럽다. 2m11㎝ 키, 110㎏ 몸으로 1m 이상 높이 뛰어오를 수 있고, 두 팔을 벌리면 끝에서 끝까지 정확히 2m21㎝나 된다. 손바닥을 펴고 엄지에서 새끼손가락까지 재봤더니 30.5㎝, 일반인 손을 넉넉히 덮고도 남는 왕손도 갖고 있다. 주위를 압도하는 신체에 가공(可恐)할 만한 운동 능력을 지닌 청년에게 농구 종주국 미국인들은 이런 별명을 붙여줬다. '그리스 괴인(Greek Freak)'. 밀워키 벅스의 만능 포워드 야니스 아데토쿤보(24)다.

조선일보

그리스 거리의 장신 청년은 이제 농구 본산지 NBA의‘괴수’가 됐다. 야니스 아데토쿤보가 농구공을 양손으로 하나씩 잡고 터질 듯한 근육을 과시하는 모습. 아데토쿤보는 올 시즌 시작 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이 사진과 함께‘시즌을 지배하기 위한 비시즌 기간의 헌신. 준비됐다’는 글을 함께 올렸다. /인스타그램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데토쿤보는 올 시즌 12경기에 나와 평균 25.4점 13.0리바운드 5.8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팀을 동부 콘퍼런스 2위(10승 3패)로 이끌고 있다. 강력한 우승 후보 보스턴 셀틱스,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를 앞선다. 지난 시즌 벅스는 7위였다. 아데토쿤보의 시즌 평균 기록은 포워드 중 득점 4위, 리바운드 2위, 어시스트는 5위다. 부문별로 케빈 듀랜트(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르브론 제임스(LA레이커스) 같은 수퍼 스타들과 경쟁하고 있다.

조선일보

아데토쿤보를 대하는 미국 농구계의 시선은 경탄에 가깝다. 2년 전 미국 ESPN은 '아데토쿤보의 비범한 신체 치수'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아데토쿤보의 신체 사이즈와 운동 능력을 집중 분석했다. 그는 발뒤꿈치의 아킬레스 힘줄이 13.5인치(34.39㎝)로 일반인의 두 배라고 한다. 유연성과 가속, 폭발력이 훨씬 뛰어나다는 의미다. 점프했다 재도약을 할 때도 장난감 '콩콩이'처럼 재빨리 다시 몸을 띄울 수 있는 특장점도 있다. 잊을 만하면 특집 기사가 실리는데, 14일 야후스포츠는 그를 소개하면서 이런 극찬을 내놨다. '그를 보면 볼수록 이 선수가 NBA를 대표하는 게 시간문제에 불과하다는 걸 깨닫게 될 거다.'

아데토쿤보가 더욱 주목받는 건 독특한 성장 배경 때문이다. 그는 아프리카계 그리스인이다. 그리스로 불법 이민한 나이지리아 부모 사이에서 태어났다. 가족의 신분이 불안정하다 보니 넉넉지 못한 환경에서 자랐다. 불법 이민자라 부모님은 직업을 찾기 어려웠고, 아데토쿤보와 형제들이 거리에서 선글라스, 가방, 시계 등을 팔아 돈을 벌었다.

그의 인생은 농구를 하면서 180도 바뀌었다. 그리스 지역 클럽 필라틀리티코스 코치가 그의 우월한 신체적 능력을 높이 사 스카우트했다. 당시 코치에 따르면 '레이업은커녕 드리블도 할 줄 몰랐던 소년'은 일취월장해 유소년 팀을 거쳐 2012년 그리스 2부 성인 무대에 데뷔했다. 그리스 청소년 국가대표로 국제 무대에도 선보이면서 NBA의 주목도 받았고, 결국 2013~14 시즌 NBA 드래프트에서 벅스에 지명됐다.

조선일보

왕손 미국의 한 스포츠 프로그램에 출연한 아데토쿤보가 사회자와 손 크기를 비교하는 모습. /트위터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후 성장세는 놀랍다. 팀 사정에 따라 포워드와 가드 역할을 모두 맡으면서 다양한 플레이를 익힌 그는 2016~2017 시즌 평균 득점, 도움, 리바운드, 스틸, 블록슛에서 모두 팀 내 1위에 오르며 '괴물'의 탄생을 알렸다. 2017~2018 시즌부터 4년간 1억달러 계약도 맺었다. 농구 변방의 불우했던 청년이 농구 종주국 미국을 지배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아데토쿤보는 누구나 부러워하고, 우러러보는 선망의 대상이 됐다. 일각에선 그를 듀랜트, 르브론 같은 스타들과 비교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겸손함을 잃지 않는다. 아데토쿤보는 "내가 그들보다 낫다고 말하지 않을 거다. 항상 누군가를 쫓아가야 한다는 생각 덕에 성장하고 있다. 나는 더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태동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