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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짜릿한 화면 산만한 얘기, 조앤 롤링의 아쉬운 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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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영화 ‘신비한 동물들과 … ’

해리포터 이전 다룬 시리즈 2탄

여성·아시아 비하논란 계속될 듯

중앙일보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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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포터’ 시리즈를 창조한 J K 롤링의 마법세계가 스크린에 돌아왔다. 14일 개봉한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감독 데이빗 예이츠)는 롤링이 마법세계 동물에 관한 사전 형태로 펴낸 원작『신비한 동물사전』(문학수첩리틀북)을 바탕으로 직접 각본과 제작에 참여한 영화다. 2년 전 국내 466만 관객을 모은 1편 ‘신비한 동물사전’에 이어 5부작 시리즈의 2편이다.

주인공은 극 중 『신비한 동물사전』의 집필자인 영국 마법사 뉴트 스캐맨더(에디 레드메인 분). 미국 마법부에 붙잡혔던 어둠의 마법사 그린델왈드(조니 뎁 분)가 탈출해 세상을 장악하려 하자, 동료들과 함께 이에 맞선다. 이 영화는 개봉 전 사전 예매량이 약 20만장에 달할 정도로 팬들의 관심이 컸다. 개봉 후 반응은 엇갈린다.

환호를 받는 것은 화려한 볼거리. 1997년 출간된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이래로 20년 넘게 이 세계를 그려온 롤링의 상상력을 극대화한 장면이 가득하다. 밤하늘을 가로지르던 죄수 수송 마차가 그린델왈드의 사악한 마법에 제압당하는 오프닝신부터 강렬하다. 뉴트가 해초처럼 생긴 수룡 ‘켈피’를 타고 바다 속을 가로지르는 장면은 그 자체로 짜릿하다. 불타오르는 사자갈기에 용처럼 웅장한 위용의 중국 괴수 ‘조우우’는 고양이처럼 귀여운 반전 매력을 선보인다. 반짝이는 물체에 집착하는 두더쥐 닮은꼴 ‘니플러’, 나무줄기 같은 몸으로 자물쇠 열기가 특기인 ‘보우트러클’ 등 1편에서 활약한 동물들의 귀환도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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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등장한 내기니(수현 분)는 크레덴스(에즈라 밀러 분)와 가까워진다.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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훗날 호그와트 마법학교의 교장이 되는 덤블도어 교수(주드 로 분)와 그린델왈드의 비밀스런 관계 등 ‘해리 포터’ 시리즈와 연결되는 단서도 많다. 애초 롤링은 “해리 포터 책에서만 암시했던 이야기를 풀어가려 했다”며 “세계를 위협하는 그린델왈드와 그 맞수이자 이 세계의 핵심 캐릭터인 덤블도어의 전사를 무엇보다 흥미롭게 되짚었다”고 밝혔다. 반면 그로 인해 주인공 뉴트의 활약상이 줄었다는 불만도 들려온다.

무엇보다 지나치게 많은 새 캐릭터를 등장시켜 각자의 방대한 사연을 담아내려 한 점은 패착으로 보인다. 이야기가 산만해졌을 뿐더러, 결국 각 인물을 수박 겉핥기식으로 다루는 꼴이 됐다. 1편에서 뉴욕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도망친 청년 크레덴스(에즈라 밀러 분)가 왜 그토록 자신의 뿌리에 집착하는 지, 그가 프랑스 서커스단에서 만난 여성 내기니(수현 분)와 왜 갑자기 가까워졌는지도 의미심장한 분위기만 조성할 뿐 제대로 이유를 설명하지 않는다.

해외 영화비평 사이트 로튼토마토가 집계한 신선도는 57%로, 1편의 74%에 크게 떨어진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롤링의 창조적 상상력은 어느 때보다 비옥했지만, 결과적으로 이번 2편은 ‘해리 포터’ 프랜차이즈의 디테일의 늪에 빠져버렸다”고 평가했다.

아시아 관객이 보기에 거슬리는 대목도 여럿이다. 내기니는 거대한 뱀으로 변신이 가능한 존재란 설정에도 불구하고 크레덴스의 곁을 수동적으로 지키는 부속품처럼 그려진다. 원작에 내기니는 뱀으로 묘사된 캐릭터라 영화에서 이를 아시아계 여성으로 설정한 점은 개봉 전부터 논란이 됐다. 일본의 전설 속 동물 ‘갓파’ 등 아시아 문화에 기반한 새로운 동물 캐릭터들이 기껏 서커스 구경거리로 등장하는 점도 썩 유쾌하진 않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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