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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이재용에 유리하게 ‘장부’ 조작…3심 재판·지배구조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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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4조5천억대 분식 회계’ 삼성 신뢰 위기

이재용 재판 영향은

삼바 재경팀-삼성 미래전략실

합병과정 조직적으로 움직여

분식회계 시작과 끝에 승계과정

“대법, 새 증거 판단 범위가 관건”

수사 초점된 이재용 승계

이재용, 삼성 합병 최대 이득 봐

이 부회장 지시 여부 수사 핵심

삼성 지배구조 개편 타격 불가피

금융당국, 삼성물산 감리도 관심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에 대한 ‘고의 분식회계’ 결정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과 삼성의 지배구조 전반에 강한 후폭풍이 예상된다. 이 부회장으로의 승계를 위해 ‘회계 장부’까지 손댄 것이어서, 최순실 사태에 이어 삼성그룹의 신뢰가 바닥에 떨어지게 됐다.

당장 이 부회장의 3심 재판은 큰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지난 2월 이 부회장의 2심 재판부는 삼성물산 합병을 중심에 둔 ‘경영권 승계 작업이 없었다’는 이유로 이 부회장에 대해 집행유예 판단을 내렸다. 그러나 이번 조사 결과는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당시 삼성그룹 미래전략실(미전실) 주도로 삼성바이오 분식회계가 이뤄졌음을 증명한 것이다.

금융당국은 이번 조사를 통해 다수의 증거자료를 확보했다.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삼성바이오 재경팀과 삼성그룹 미전실이 이 부회장에게 유리하게 합병이 이뤄지도록 조직적으로 움직인 정황이 담겨 있는 문건 등이다. 또 제일모직 덩치를 키우기 위해 가치를 부풀린 삼성바이오에피스(에피스)가 삼성바이오의 완전 자본잠식을 일으키는 ‘부메랑’이 돼 돌아오자, 이를 피하려 장부를 조작한 사실도 확인했다. 삼성바이오 분식회계의 시작과 끝이 ‘이재용 경영권 승계’인 것이다. 검찰 간부 출신인 한 변호사는 “대법원 재판이 법률관계를 다투는 ‘법률심’이긴 하지만, 중요한 추가 증거가 나올 경우 이를 간과하기 어렵다”며 “금융당국이 찾은 새 증거를 대법원이 어느 정도로 판단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한겨레

금융당국의 분식회계 고발로 이 부회장은 재판과 별개로 다시 수사를 받는 처지가 됐다. 이 부회장은 올해 초 집행유예 판결 뒤 사실상 은둔해오다 하반기부터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고 북한을 방문하는 등 대외 활동을 재개했다. 그러나 삼성바이오 분식회계로 또다시 검찰에 불려나가게 되면 대외 활동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참여연대 등이 지난 7월 삼성바이오 사건을 고발해 이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에 배당해뒀다. 이 부회장은 7월에는 피고발인에 포함되지 않았으나 이달 초 추가 고발됐다.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 합병’으로 가장 큰 이득을 봤고, 삼성 총수로서 미전실과 삼성물산을 관장했다는 점에서 결국 이 부회장의 분식회계 지시 여부를 파악하는 것이 수사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수사 추이에 따라 이 부회장 등 그룹 총수 일가의 배임이나 주가조작 혐의 수사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도 타격을 받게 됐다. 현재 삼성그룹은 ‘이재용→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 구조를 갖고 있다. 정부여당의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보험사가 3%까지 보유할 수 있는 계열사 주식가치를 시장가치로 바꾸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은 20조원어치가 넘는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해야 한다. 시장에서는 여러 시나리오가 거론되지만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바이오 지분(43.44%)을 실탄 삼아 삼성생명이 가진 삼성전자 주식을 매입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예상돼왔다. 이날 증권선물위원회 결정으로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하고 주식 거래가 정지되면서 삼성바이오의 지분가치가 훼손될 가능성이 생겼다. 삼성바이오 주식의 시장가치가 회복되지 않을 경우 이 시나리오는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어진다.

금융당국이 그룹 지주사 구실을 하는 삼성물산에 대한 감리에 착수할지도 관심을 끈다. 이날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증선위 결정으로 삼성바이오의 재무제표가 수정되고, 모회사인 삼성물산 재무제표도 변화가 생기게 된다”며 “면밀히 분석해 삼성물산에 대한 감리 필요성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7일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삼성물산 감리 필요성에 대해 “일리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삼성바이오에 이어 삼성물산의 분식회계 여부는 물론 합병 과정의 정당성이 다시 도마에 오를 수 있다. 최현준 김남일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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