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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앵커브리핑] '째깍째깍…오늘도 시계는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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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내년도 예산안 심사가 한창이던 국회 본회의장.

일부 의원들의 시선은 서류가 아닌 엉뚱한 곳을 향해 있었습니다.

금융위원장의 소매 아래, 언뜻언뜻 비친 그 손목시계…

프랑스의 나폴레옹 1세와 조선의 마지막 임금 순종이 이 시계를 갖고 있었다던데…

멀리서 그 상표를 알아본 것도 용했고 다들 가격까지 알고 있다는 사실은 더 신기했지요.

"짝퉁입니다…

해외출장 당시 길거리에서

30달러 주고 산…"


- 최종구 금융위원장


"짝퉁입니다"

이 한마디에 수런거리던 소문은 막을 내렸지만…

소동은 기사화가 돼서 지면을 장식했고 어느 당에서는 대변인 논평까지 냈습니다.

한해 나라 살림을 점검하는 국회의 예산심사장.

금융위원장의 그 짝퉁 시계는 총 470조 하고도 5000억 원에 달하는 예산안보다 더 관심거리인가…

소동 끝에 장관은 아예 다른 시계를 차고 다닌다 하니, 11년 동안이나 째깍째깍 잘 가는 편이었다던 그 짝퉁 손목시계만 속절없이 서랍 속에 묻히게 됐습니다.

무너진 보수를 다시 세우기 위한 제1야당의 개혁시도는 결국 요란한 파열음을 내면서 시선을 모았습니다.

"견디기 힘든 공격… 모욕…

보수 정당의 재건은 이제 어려워…

진실은 언젠가 말씀드릴 것"


- 전원책 전 자유한국당 조직강화특위 외부위원


비대위원장은 '십고초려' 해서 데려온 사람이 월권을 한다해서 문자 해고했고, 해고된 당사자는 오늘 기자회견을 열어서 그동안 견디기 힘든 모욕을 감내해왔다고 했습니다.

누가 진짜 애국세력인가, 혹은 누가 진짜 보수인가를 두고 겨루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 속에 숨어있는 속내는 당내 세 겨루기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은 넘쳐나는 가운데…

정작 본디 목적이었던 보수 바로 세우기라는 명제는 어느 편에서 찾아야 할지 가물거리고 지엽적인 논란으로 자욱한 지금…

시간은 공평하게, 그러나 냉정하게 흘러갑니다.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 했던 누군가의 말처럼.

그리고…

서랍 속으로 들어간 장관의 짝퉁 시계가 여전히 가고 있는 것처럼.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손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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