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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KBO 총재 ‘전임감독제 부정’ 발언에…선동열, 지휘봉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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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국가대표팀 감독 사퇴



경향신문

선동열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14일 서울 도곡동 한국야구위원회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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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국감 출석 뒤 결심 굳힌 듯

“자진 사퇴가 총재 소신에 부합”

“선수들 메달 명예 못 지켜 참담”

KBO 당혹…“아무 대책 없다”


선동열 야구대표팀 감독이 전격적으로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선 감독은 14일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을 찾아 정운찬 한국야구원회(KBO) 총재에게 감독직 사임 의사를 전하고 곧바로 기자회견장에 나와 사퇴하겠다고 발표했다.

선 감독은 이날 오후 2시 정 총재를 만나기 약 50분 전 측근을 통해 KBO 출입 기자단에 문자를 보내 오후 2시30분 긴급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알렸다. 총재실을 찾기 약 10분 전에는 사퇴 결심 배경을 담은 장문의 글을 기자단에 미리 보내 혹여 사임 의사를 전하는 자리에 설득당할 여지조차 두지 않았다.

선 감독은 마이크 앞에 섰지만 1분이 채 되지 않은 시간에 짧은 인사만 하고 자리를 급히 떴다. “조금 전 총재님을 만나 사퇴 의사를 전했다”며 “기자회견문으로 내 생각을 대신한다”고 양해를 구했다.

경향신문

선동열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정상에 올랐지만 병역 미필 선수 발탁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선 감독은 지난 10월4일 한국야구위원회(KBO) 기자회견(작은 사진 왼쪽)과 10월10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가운데)에서 해명해야 했다. 정운찬 KBO 총재(오른쪽)도 이 문제로 10월23일 재차 열린 국정감사에 참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해야 했다. 이석우 기자·권호욱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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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감독은 지난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에서 금메달을 땄지만, 일부 선수들에게 병역 혜택을 주기 위한 선수 선발을 했다는 비난 속에 애타는 시간을 보냈다. 선 감독은 기자회견문에서도 “아시안게임 3회 연속 금메달이었음에도 변변한 환영식조차 없었다. 금메달을 목에 걸 수도 없었다”며 “국가대표 감독으로서 금메달의 명예와 분투한 선수들의 자존심을 지켜주지 못한 데에 대해 참으로 참담한 심정이었다. 그때 결심했고 적절한 시점에 사퇴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퇴 결심의 결정적 배경은, 국정감사였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선 감독의 한 측근 인사는 “선 감독이 많이 힘들어했지만, 도쿄 올림픽까지 책임지고 소임을 다하려했는데 국정감사에서 ‘전임감독제’를 부정하는 발언을 듣고 결심을 굳힌 것 같다”고 말했다.

선 감독은 지난 10월10일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 증인로 나선 뒤 온갖 수모를 당한 터였다. 선 감독은 기자회견문에서 “어느 국회의원이 그 우승(아시안게임 금메달)이 그렇게 어려웠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했는데. 이 또한 사퇴 결심을 하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10월23일 정 총재가 그와 관련해 국정감사 증인으로 나섰던 장면을 거론했다. 선 감독은 “불행히도 KBO 총재께서도 국정감사에 출석해야만 했다. 전임감독제에 대한 총재의 생각, 비로소 알게 되었다”며 “자진 사퇴가 총재의 소신에도 부합하리라 믿는다. 그리고 정치권 일각의 ‘스타 선수가 명장이 되란 법이 없다’는 지적, 늘 명심하도록 하겠다”고 썼다.

KBO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장윤호 KBO 사무총장은 정 총장이 선 감독의 사퇴를 20여분간 만류한 사실을 전하며 “너무 예상치 못한 일이어서 아무 대책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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