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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수십만 수험생 울린 '출제 오류' 악몽, 올해는 제발…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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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년간 세 차례 수능서 발생… 불안감 여전

세계일보

“선택지가 중의적으로 읽히는데, 정답이 없는 것 아닌가요?”

지난해 11월16일 실시된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끝난 뒤 사회탐구영역 생활과윤리 18번 문항을 두고 이 같은 이의신청이 빗발쳤다. 하지만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이 문항을 포함, 심사 대상이 된 151개 문항 모두 문제와 정답에 이상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직전년도 수능에서 ‘출제 오류’로 판명된 문항이 2개나 나온 터라 잔뜩 긴장했던 교육당국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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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학년도 수학능력시험 예비소집일인 14일 오전 서울 중구 이화여자고등학교를 찾은 수험생들이 시험실 위치를 확인하고 있다.남정탁 기자


올해 수능은 어떨까. 15일 2019학년도 수능을 치르는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출제 오류 악몽이 되풀이되질 않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출제 오류가 발생하면 해당 영역·과목의 등급이 달라지는 등 수험생 수십만명이 피해를 보기 때문이다. 평가원은 출제 오류가 재발하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행 수능 출제 방식이 이어지는 한 언제든 악몽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4일 평가원에 따르면 처음으로 수능이 실시된 1994학년도 이래 출제 오류가 있었던 건 총 6차례다. 2004학년도에는 언어영역 17번 문항의 복수 정답이 인정됐다. 이후 2008·2010·2014·2015·2017학년도에 복수 정답이 인정되거나 전원 정답 처리된 문항이 나왔다. 2015·2017학년도에는 각각 두 개 영역에서 한 문항씩 출제 오류가 발생했다. 최근 5년만 놓고 보면 출제 오류가 있었던 해가 더 많은 셈이다.

출제 오류가 있었던 해에 수능을 치른 수험생들은 해당 영역은 물론, 입시 당락에까지 영향을 받았다. 일부 수험생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런 점 때문에 수험생·학부모들은 수능 출제 오류가 재발해선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아들이 올해 수능을 치른다는 직장인 황모(48)씨는 “아무래도 대학입시 관련된 문제이다 보니, 아무 문제 없이 잘 마무리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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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원은 수능 출제 오류가 재발할 때마다 개선책을 내놨다. 2년 연속으로 출제 오류가 발생한 2015학년도 수능 이후 검토위원장직을 신설하고, 영역별 출제위원과 검토위원 수를 늘렸다. 2017학년도 수능에서 다시 출제 오류가 나오자 검토지원단을 새로 만들었다. 평가원 관계자는 “지난해 수능에서 출제 오류가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올해도 같은 체제로 출제·검토를 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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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후문 앞에서 열린 '2019학년도 수능대박기원 및 안전 촉구, 수능오류 NO! 수험생 수송 자원봉사 발대식 기자회견'에서 전국모터사이클동호회 모닝캄 회원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시스


수능 출제 오류 재발을 막기 위해선 현행 출제·검토 방식부터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출제의 경우 단기간에 역대 수능과 모의평가에 나온 기출문제를 모두 피하면서 난이도 조절까지 해야 하고, 검토할 시간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수능 출제위원으로 참여한 적이 있는 한 대학 교수는 “현행 출제 방식으로는 실수가 생기지 않는다고 장담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수능과 70% 연계되는 EBS 교재 자체의 오류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EBS 교재의 오류가 고스란히 수능 출제 오류로 이어질 수 있다는 말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자유한국당)이 EBS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EBS 교재에서 발견된 오류는 1012건에 달했다. 강 의원은 “EBS 교재의 오류를 잡아낼 점검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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