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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김기민 “마린스키 ‘돈키호테’ 보면 스페인 광장에 온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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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발레단 ‘돈키호테’의 1막과 3막 1장은 캐릭터 댄스인데요. 캐릭터 댄스는 각 나라와 지방의 특징을 살려낸 춤이랄까요. 이 캐릭터 댄스를 마린스키발레단 부설인 바가노바 아카데미부터 모든 단원이 교육 받아요. 7년 동안 배운 걸 마린스키 들어와서 활용하다보니 아무래도 단순히 스페인을 따라하는 춤이 아닌 관객이 스페인 광장에 온 것처럼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마린스키발레단·오케스트라가 15∼18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희극 발레의 진수인 ‘돈키호테’를 선보인다. 공연에 앞서 14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마린스키 수석무용수 김기민은 ‘돈키호테’를 통해 관객을 스페인으로 데려갈 수 있을 것이라 장담했다.

세계일보

마린스키 발레단 수석무용수 김기민(왼쪽부터)과 빅토리아 테레시키나, 유리 파데예프 단장, 알렉세이 레프니코프 지휘자, 엘레나 예브세예바, 필립 스테핀. 연합뉴스


이번 공연에서는 김기민과 마린스키 수석무용수 빅토리아 테레시키나가 15, 17일 파트너로 호흡을 맞춘다. 테레시키나는 지난해 11월 ‘백조의 호수’에서 한국 관객과 만난 바 있다. 16, 18일에는 마린스키 솔리스트인 엘레나 예브세예바와 필립 스테핀이 각각 키트리와 바질을 연기한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네 명의 주역 무용수와 함께 유리 파데예프 마린스키발레단 예술감독, 지휘를 맡은 알렉세이 레프니코프가 함께 했다.

2008년부터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파데예프는 지난 7년간 지켜본 김기민에 대해 “그의 춤이 이래서 좋다고 한마디로 말하기 어렵지만, 보는 이에게 매우 강렬한 인상을 남겨주고, 긍정적인 느낌을 받을 수 있다”며 “기술적으로는 힘찬 회전과 선이 특징이고, 본인의 신체적 장점을 잘 발휘한다”고 평했다. “기민씨는 많은 잠재력을 갖고 있었고 어린 나이지만 이 잠재력을 관계자들에게 폭발적으로 보여줬어요. 그렇기에 현재 마린스키를 대표하는 발레리노일뿐 아니라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무용수가 됐죠.”

테레시키나 역시 김기민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주역 네 명에게 상대방의 특징을 얘기해달라고 주문하자 테레시키나는 “김기민은 최고로 훌륭한 발레리노이고 많은 이들이 좋아한다”며 “젊은 나이지만 스타의 자리에 올랐다”고 설명했다.

“항상 연습할 때나 공연 전에 파트너에게 불편한 건 없는지 묻는 겸손함, 파트너에 대한 존경심을 보여줘요. 파트너로서는 이런 점이 아주 중요하기에 만족스럽고 좋습니다.” (테레시키나)

“테레시키나는 저뿐만 아니라 마린스키에서 모든 남성무용수들이 꼭 호흡을 맞추고 싶어하는 무용수예요. 마린스키 극장은 공연 횟수가 정말 많아서, 너무 많을 땐 연습을 많이 못 하고 올라갈 때도 있어요. 물론 이미 많이 연습했고, 공연해봤기에 가능하죠. 테레시키나와 캐스팅이 나오면 리허설 횟수가 적어도 긴장과 두려움이 없고, 내가 도와주는 게 아니라 발레리나에게 도움을 받게 돼요. 무대뿐 아니라 연습실 밖에서도 너무나도 착한 성격을 갖고 있고, 제가 정말 많이 배우는 무용수예요.” (김기민)

다른 조인 예브세예바·스테핀은 “이렇게 칭찬하려니 쑥스럽다”면서도 서로의 장점을 얘기했다.

“엘레나는 화려하고 감정 표현을 잘 하는 무용수입니다. 자신의 에너지를 저뿐 아니라 관객에게 전달할 수 있는 무용수이기에, 공연을 보며 큰 만족을 얻을 수 있을 거예요.” (스테핀)

“필립은 참을성 있고 안정적이고 착해요. 제가 감정이 풍부해서 이를 주체할 수 없을 수도 있는데, 필립이 제 에너지를 잘 감싸주기에 연습할 때 호흡이 잘 맞아요. ‘돈키호테’는 사랑과 열정을 폭발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기에, 필립과 함께라면 우리 감정을 잘 보여줄 수 있을 거예요.” (예브세예바)

김기민은 기존 인터뷰들에서 ‘돈키호테’를 자신의 색과 잘 맞는 작품으로 꼽아왔다. 그는 이에 대해 “모든 무용수들이 자기 캐릭터에 맞는 작품이 있다”며 “제 생각에도 ‘돈키호테’는 제게 가장 맞는 발레 작품 중 하나이지 않나 싶다. 그래서 연습할 때도, 공연할 때도 크게 어려움이 없고, 제 옷이기에 다른 작품보다 편하게 추게 된다”고 했다. 경력이 쌓이며 얻는 장점으로는 여유로움을 들었다.

“공연을 많이 하다보니, 가장 다른 점이 여유로움인 것 같아요. 이건 선생님께 배울 수 없고 오로지 경험을 통해 나오기 때문이죠. 하지만 지금도 저는 완벽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100번, 200번 더 많이 춤을 춰서 더 완성도 있는 ‘바질’을 만들고 싶고, 몇 년 후 이를 한국 분들께 내한 공연으로 선보이는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이번에는 ‘마린스키에서 7년이란 시간 동안 배우면서 이만큼 성장했습니다’하고 알리고 싶습니다.”

‘돈키호테’는 바질과 키트리의 그랑파드되로 유명하다. 특히 키트리가 선보이는 32회전(푸에테)는 모두가 숨죽이고 지켜보다 감탄하게 되는 대목. 테레시키나와 예브세예바 역시 이 장면에 많은 무게를 두고 있다.

“제가 공연할 때뿐 아니라 관객 입장에서 볼 때도 32회전 부분을 중요시해요. 완벽하게 될 때 만족감을 느껴요. 이 푸에테는 자기 힘을 최대한 발휘해서 모두 보여줄 기회라고 봐요. 이런 회전을 할 때 무용수마다 각기 다른 방법을 통해, 예를 들어 허리를 쓴다든지 부채를 든다든지 하며 보여주는데, 가장 중요한 건 제자리에서 계속 턴을 할 수 있는가라고 생각합니다.” (테레시키나)

“푸에테를 하기 위해 여러 형식이 있지만, 무엇보다 32번을 완벽하게 해야 합니다. 잘 되느냐, 아예 안 되느냐로 나눌 수 있지 그 중간은 없어요. 하나라도 틀어지게 되면 아예 안 된거라 보면 됩니다.” (예브세예바)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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