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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선동열 떠난 야구대표팀, 누가 '독이 든 성배'를 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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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로 야구 국가대표팀 전임 감독에 올랐던 선동열(55) 감독이 물러났다. 야구 대표팀 감독 기피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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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자진사퇴 의사를 밝히기 위해 단상에 오르는 선동열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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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동열 감독은 14일 서울 강남구 야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의를 밝혔다. 선 감독은 기자회견 30분 전 정운찬 KBO 총재와 면담을 나눴다. 정 총재는 "한국야구를 도와달라. 사퇴는 안된다"고 만류했으나 선 감독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이미 마음을 굳힌 선 감독은 한국시리즈가 끝난 뒤 공식 발표했다.

야구 국가대표 감독직은 '독이 든 성배'였다. 주로 프로 팀 감독들이 맡아왔지만 고사하는 분위기가 점점 커졌기 때문이다. 성적 부담은 크고, 소속팀은 챙길 수 없기 때문에 맡겠다는 이가 없었다. '한국시리즈 우승팀 감독이 대표팀을 맡는다'는 규정도 만들어졌지만 소용없었다. 2015 프리미어 12와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선 고령의 김인식 KBO 기술위원장이 지휘봉을 잡아야 했다. 김인식 감독은 WBC 이후 "이제는 젊은 감독들이 맡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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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낸 뒤 선동열 감독을 헹가래치는 야구 대표팀 선수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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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KBO는 WBC 이후 전임감독제 도입을 결정했고, 야구계는 환영했다. 사령탑이 장기적으로 선수들을 관찰하면서 대표팀의 연속성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KBO는 지난해 7월 선동열 감독을 사상 최초의 야구 국가대표팀 전임감독으로 선임했다. 이어 2020년 도쿄올림픽까지 긴 호흡으로 선 감독에게 대표팀 운영을 맡겼다. 선 감독은 2017년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서 처음으로 대표팀 지휘봉을 잡아 한국을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선 감독은 만 24세, 프로 경력 3년차 이하 선수들에게 큰 힘을 주며 팀을 이끌었다.

이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선 금메달을 따냈다. 선 감독은 예년에 비해 적은 군 미필 선수를 발탁하면서 우승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고, 결과도 좋았다. 하지만 선수 대표 선발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더 이상 병역을 미룰 수 없는 선수들이 발탁되자 비난 여론이 일었다. 선 감독은 명쾌한 해명을 내놓지 않은 채 대회에 출전했고, 결국 화근이 됐다.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했고, 국민권익위원회에 선 감독의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여부를 조사해달라는 신고가 접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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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0일 문화체육관관광위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선동열 감독. 양광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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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과정에서 KBO는 선동열 감독을 보호하지 못 했다. 정운찬 총재는 지난 9월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선 감독과는 별도의 만남을 가지지 않았다. 국정감사에선 ‘전임 감독제와 대회별 감독제 중 어느 쪽이 낫냐’는 질문을 받자 사견임을 전제하며 “전임 감독제에 찬성하지 않는다. 선동열 감독은 전임 총재가 계실 때 뽑았다. 내가 정한다면 전임제를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선 감독은 사퇴 의사를 굳힐 수 밖에 없었다.

내년 12월에는 제2회 프리미어 12가 열린다. 이 대회엔 2020 도쿄올림픽 출전권이 걸려있다. 1년 정도 시간이 있지만 새로운 사령탑은 성적을 내면서도 대표팀에 대한 외부시선까지 신경써야 하는 '이중고'를 짊어져야 한다. 정 총재는 개인적인 의견을 버리고 계속해서 '전임감독제'를 이어갈까. 전임감독제가 계속 된다면 불명예퇴진한 선 감독을 보며 선뜻 나서는 지도자는 있을까.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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