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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밀가루, 무조건 피하기 보다 균형잡힌 식사가 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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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가루에 대한 오해

동아일보

밀은 세계 인구의 3분의 2가 주식으로 하고 있는 식품이다. 수천 년에 걸쳐 가장 안전한 식품으로 검증받았다. 밀에 함유돼 있는 올리고 과당과 이눌린과 같은 효소저항성 전분은 장내 박테리아의 건강한 구성을 만드는 데 유익하다고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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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글루텐을 제거한 맥주가 국내에 출시됐다. 식품업계는 ‘글루텐 프리’ 제품을 앞다퉈 출시하고 있다. 반면 스페인의 한 식품연구소는 빵, 파스타, 과자, 시리얼 등 대표적인 글루텐 프리 식품 654종과 글루텐이 포함된 동일 종류의 일반 식품 654종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글루텐 성분을 넣지 않은 글루텐 프리 식품이 오히려 비만을 유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밀가루와 밀가루에 포함돼 있는 글루텐에 대한 유해성 논란은 여전히 현재진행중이다. 과연 밀가루는 ‘다이어트의 적’, 절대 먹어서는 안 되는 곡물일까.

밀가루만 먹으면 속이 더부룩?

글루텐은 보리, 밀 등 곡류에 존재하는 불용성 단백질이다. 장 질환과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는 성분으로 알려져 있다. 글루텐 저항증이 발병 원인으로 알려진 셀리악 질병(Celiac disease)은 소장에서 일어나는 알레르기 질환이다. 장내 영양분 흡수를 방해하는 글루텐과 연관돼 발병한다. 대부분 유아기에 나타나지만 드물게 성인이 된 뒤 처음 나타날 수도 있다. 셀리악병, 밀 알레르기, 글루텐 과민증이 있는 사람들은 밀가루를 피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병은 미국과 유럽, 중동, 남미지역에서 주로 발생하고 국내에는 아직까지 보고된 환자가 단 1명에 불과하다. 이 한 명의 환자도 치료를 통해 2개월 만에 정상으로 돌아왔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약 113명당 1명꼴로 발병하는 흔한 질병이지만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발병 사례조차 흔치 않은 상황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밀가루 섭취가 증가하고 있지만 이로 인한 셀리악병의 발병 증가 보고는 없다. 의학계는 한국인은 유전적 성향이 서구인과 다르고 섭취하는 음식 종류도 다르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김우준 글로벌365MC병원 원장은 “밀가루 섭취는 건강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글루텐프리가 건강식이나 다이어트식으로 여겨지는 것은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일부 글루텐 프리 제품은 글루텐의 함량만 낮췄을 뿐 당류나 탄수화물은 되레 더 많이 함유한 경우가 많다. 물론 글루텐 프리 다이어트는 글루텐 항체가 있는 사람에게는 도움이 되는 식사법이다. 글루텐 항체 보유자는 70∼300명 중 1명으로 한국인은 글루텐 감수성 환자의 유전적 특이성이 적다.

현재 미국에서는 의사의 진단을 받지 않고 글루텐 프리 식단을 하는 사람이 늘어나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 글루텐 민감성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대다수는 사과, 우유, 치즈, 올리고당, 콩 등에 들어있는 포드맵(FODMAP) 성분 때문에 속이 불편한 경우가 많다. 포드맵이란 장에 잘 흡수되지 않는 당 성분으로 사람에 따라 섭취 후 장에 가스가 차는 과민성 장 증후군을 유발한다. 김 원장은 “글루텐 프리 식단을 시도하기 전에 포드맵 식단을 먼저 해보는 것이 좋다”며 “전문가의 정확한 진단 후 자신에게 맞는 식단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글루텐에 신체적 이상이 없는 사람은 건강을 위해 밀가루를 먹지 않는 것보다 균형 잡힌 식사와 적절한 열량을 섭취하는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이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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