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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한인 입양아 억울한 美추방 없도록 할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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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주 하원의원 재선 스티븐 최, 외교부 초청 방한

동아일보

최근 방한한 미국 캘리포니아주 스티븐 최 하원의원이 12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 앞에서 새로운 임기 계획을 밝히고 있다. 최 의원은 6일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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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아무것도 모른 채 자라다가 억울하게 쫓겨나는 한인 입양아는 없도록 이민 1세대로서 사명을 갖고 하고 싶습니다.”

6일(현지 시간)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에서 캘리포니아주(州) 하원의원에 재선된 스티븐 최(한국명 최석호) 의원의 말이다. 본보는 12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외교부 초청으로 동료 하원의원 3명과 함께 방한한 최 의원을 만났다. 이번 방한은 한인 교민이 많은 캘리포니아주 하원의원들에게 한국을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마련됐다.

최 의원은 50여 년 전 스스로 학비를 벌기 위해 낯선 나라에서 아이스크림을 팔던 청년이었다. 그가 미국으로 간 것은 군 복무를 마치고 취업을 준비하다 우연히 미 국무부가 파견하는 평화봉사단의 한국어 강사를 모집한다는 라디오 광고를 들은 것이 계기였다. 1968년 미국으로 간 그는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하며 공부한 끝에 박사 학위를 취득해 대학교수가 됐다. 이후 전공을 살려 어바인시의 교육위원과 시의원, 시장(2012∼2016년)을 거쳐 2016년 주 하원의원에 당선됐다.

최 의원은 이번 임기 내에 입양아 관련 법안 제정을 꼭 이루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올 8월 캘리포니아주 상·하원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된 ‘도산 안창호의 날’ 결의안을 주도한 바 있다. 한국 신문을 꾸준히 챙겨 보던 최 의원은 2017년 11월 미국에서 자랐지만 입양 당시의 서류 미비로 불법 이민자로 간주돼 한국으로 추방된 입양인의 사연을 접했다.

최 의원은 2017년 3월 해외에서 입양 절차를 밟고 온 아동이 미국에서 다시 서류를 접수해야 하는 절차를 없애고 캘리포니아주 입양아들에게 출생신고서를 발급해 주자는 법안(AB724 California)을 발의했다. 1년 6개월 동안 동료 의원들을 쫓아다니며 설득한 끝에 주 하원은 물론 상원까지 반대 표결 없이 통과시켰다.

그러나 지난달 주지사는 서명을 하지 않은 채 법안을 돌려보내 사실상 거부권을 행사했다. 최 의원은 “실망스러웠지만 한인은 물론이고 각국 입양아들의 인권을 위한 법안임을 확신한다”며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지만 주지사도 바뀌고 재선으로 시간을 벌었으니 다시 시도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캐러밴 행렬 논란 등으로 더욱 거세진 도널드 트럼프 정권의 반이민 기조는 공화당 소속인 최 의원에게도 고민거리다. 스스로도 이민자 출신인 동시에 지지층의 큰 축인 한인사회 역시 이민자 집단이어서 공화당의 기조에 반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 의원의 지역구(캘리포니아주 68지구)는 공화당이 압도적 우위에 있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민주당과의 득표율 격차가 줄었다.

최 의원은 “요새 극좌와 극우로 나뉘어 합리적인 선택이 어려워지는 양당정치의 부작용이 심해지는 것 같다”며 “재정적으로 난민이나 불법이민자를 무조건 받아들일 수는 없는 현실적 측면과 인권적 측면은 앞으로 고민해 나가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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