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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매경춘추] 통일 상징 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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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가을볕 잔득 머금은 잔디밭, 붉게 물든 단풍, 나지막한 건물들 사이로 천천히 바람이 스쳐간다. 110여 년 세월 금단의 땅으로 머문 까닭일까. 담장 안 미군기지는 시간의 속도마저도 다른 듯하다. 지난 2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박원순 서울시장 등 일행과 함께 미군부대를 거닐며 든 생각이다.

연말까지 6회에 걸쳐 미군부대 버스투어가 진행된다. 최초의 국가공원으로 조성되는 이 땅의 가치를 국민이 직접 보고 느꼈으면 하는 바람에 시민사회수석에게 제안해 이뤄졌다. 용산구가 2016년부터 구민과 함께 해왔던 미군부대 투어의 확장판이다.

이날 해설을 맡은 김천수 용산문화원 역사문화연구실장은 미군부대 내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기억하는 공간들을 두루 소개했다. 위수감옥이 대표적이다.

일제는 1909년 문제를 일으킨 일본군을 가두기 위해 위수감옥을 만들었다. 둔지산 기슭에 터 잡고 살던 우리 선조들을 내쫓고 말이다. 광복 후 이태원형무소라고 불리며 백범 김구 암살범 안두희, 장군의 아들 김두한, 시인 김수영 등을 수감했다. 최근까지 미군 의무부대 사무실로 사용되면서 담장과 일부 건물이 원형 그대로 남아 있다. 벽돌 담장에 새겨진 탄흔들은 한국전쟁의 아픔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위수감옥, 일본군 작전센터였던 사우스포스트(SP) 벙커, 용산총독관저 터에 자리한 121병원…. 한미친선협의회 한국 측 위원장 자격으로 종종 미군부대를 방문한다. 그러나 중앙정부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부대를 돌아보고 있자니 사뭇 각오가 다르다. 이 땅이 드디어 우리 품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관할 자치구로서 기대가 크다. 그리고 온전한 공원 조성을 위해 수없이 외쳤던 우리 목소리가 받아들여진 것에 안도감을 느낀다. 미군부대 버스투어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공원 조성 과정에서 추진 주체가 단일 부처인 국토교통부에서 총리실 산하로 확대되고, 한미연합사령부도 연내 국방부로 이전하기로 결정됐다.

이제는 용산공원에 남북 평화의 시대적 소명을 담길 원한다. 단순한 생태공원을 넘어 분단국가로서 겪어야 했던 아픔을 극복하고, 화해와 평화를 상징하는 국가통일공원이길 희망한다. 지난 역사와 더불어 대한민국 미래가 공존할 때 용산공원의 가치는 그 어느 때보다도 빛날 것이라 믿는다.

[성장현 용산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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