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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SKY까지 뛰어든… 1兆 '수능합격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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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필기구세트·약콩두유… 연·고대도 초콜릿 등 상품

유통계선 '不落 뜻' 불낙음식, '感잡아라 뜻' 단감 잘 팔려

오는 15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앞두고 서울 지역 주요 대학들까지 '수험생 선물 기획전'에 나서며 수능 특수를 잡으려는 백태(百態)가 벌어지고 있다. 11월 수능 대목을 누려온 온·오프라인 유통업계를 넘어 점잖은 대학들까지 '로고'를 내걸고 본격적 수익 사업에 나선 것이다. 동영상 서비스 유튜브에서는 '○○대 도서관 백색 소음' '○○대생과 함께 공부하기'와 같은 기상천외한 영상이 인기를 끌고 있다.

11월 수능 특수가 창출하는 시장 규모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수험생 선물, 신규 디지털 시장의 규모 등을 감안하면 최소 1조원대에 이를 것이라고 업계는 추산한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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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는 지난달 말부터 생활협동조합(생협) 홈페이지에서 '수능 시즌 상품 기획전'을 열고 있다. '수험생 두뇌에 좋다'는 약콩두유를 비롯해 초콜릿, 손목시계와 시험 당일 필요한 문구류를 한데 모은 '수능 세트'를 판다. 9500원짜리 이 세트에는 컴퓨터용 사인펜과 샤프, 볼펜, 수정 테이프, 핫팩 등이 들어 있다. 서울대 관계자는 "보통 수능을 앞둔 10, 11월이 대목"이라면서 "수능 시즌에는 주요 대학 간 상품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지난 2015년 처음 출시한 서울대 두유가 인기를 끌자 이에 질세라 연세대도 지난해 '약콩두유'를 내놨다. 고려대 대학사업단에서는 아예 '고대빵'이라는 브랜드를 만들고 학교 마크를 새긴 찹쌀떡과 케이크, 빵을 판다. 워낙 '명문대 상품'의 인기가 좋다 보니 한 대형 마트는 이달 초 이른바 스카이(SKY) 대학 제품을 한데 모아 기획전까지 열었다.

찹쌀떡·초콜릿 일색이었던 수능 선물도 차츰 진화(進化)하고 있다. 최근 포털에서는 '○○대 도서관 의자'가 인기다. 서울대·연고대와 같은 명문대 도서관에 납품한 의자라는 뜻이다. 이 의자를 제작한 퍼시스 관계자는 "유통점에서 붙인 별명인데 실제로 대량 납품한 것은 연세대 도서관뿐이고 나머지는 소량"이라면서 "소문이 나서 그런지 학기 초인 3월과 9월에 가장 잘 팔린다"고 말했다.

디지털 공간에서도 기상천외한 수능 산업이 일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유튜브의 '명문대 소음 동영상'이다. '서울대 법학도서관 백색 소음' '연세대 중앙도서관 소음 2시간'과 같은 영상이 인기다. 이는 적당한 소음이 있어야 오히려 집중이 더 잘된다는 청소년들을 겨냥한 것으로, 동영상 제작자는 조회 수에 따라 광고 수익을 얻는다. 이런 영상 채널에는 구독자가 30만~40만명씩 몰린다.

유통업계도 소비자 지갑을 열기 위해 신조어까지 만들며 다양한 아이디어 상품을 내놓고 있다. 본죽의 '불낙(불고기·낙지)죽'은 시험에 떨어지지 말라는 불낙(不落) 마케팅에 힘입어 작년 수능 전날 평소보다 6배 많은 2만그릇이 팔렸다. 편의점 세븐일레븐도 지난 8일 수험생을 겨냥한 '으랏차차 불낙덮밥'을 내놨다. 신세계백화점은 수험생들이 '감(感)을 잡으라'는 뜻에서 대봉시·단감·감말랭이 등 대대적 감 할인 행사에 나섰고, 천호엔케어는 '판타스틱 찍신강림'이란 수험생용 건강식품을 내놨다.

수능 전후로 수험생 상품 흐름도 바뀐다. 수능이 끝나면 백화점, 화장품, 의류 업계는 대대적으로 '수험표 할인' 마케팅을 펼치며 수험생들의 멋 부리기 심리를 자극한다. 자영업자들의 대표적 업종인 PC방도 수능이 끝나면 대목을 맞는다. 편의점 판매 품목도 수능 전후 변화를 민감하게 반영한다. 편의점 GS25가 분석한 결과 수능 당일에는 핫팩, 찹쌀떡, 필기구류가 잘 팔렸지만 수능 다음 날에는 단축 수업 영향으로 도시락과 스파게티 같은 면(麵)류가 많이 팔렸다.

[박순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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