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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연구실에서 공원으로 나온 바이두의 AI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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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진상현 특파원] [중국 혁신기업 현장을 가다]⑦ 바이두가 만든 세계최초 인공지능 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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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첫 AI공원으로 새롭게 개장한 중국 베이징시 하이뎬공원에서 시민들이 스마트도보 전광판의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다/사진 제공=바이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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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기록이 안 나오는 거지?" "야! 나는 나왔다."

지난 9일 베이징시 북부에 위치한 하이뎬공원 입구. 한 사람씩 돌아가며 전광판의 대형모니터를 응시하더니 탄성을 내질렀다. 다른 쪽에선 휴대폰을 들고 연신 ‘셀카’를 찍었다. 세계최초 AI(인공지능) 공원인 이곳의 스마트보행 기능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이었다. 하이뎬공원은 중국 인터넷 기업 바이두와 지방정부인 베이징시 하이뎬구 정부의 합작으로 이달 초 문을 열었다. 안면인식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보행로, 자율 주행차, 첨단기술 전시관, 1대1 대화가 가능한 스마트정자 등 첨단 AI 기술을 활용한 이색 시설물들이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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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첫 AI공원으로 새롭게 개장한 중국 베이징시 하이뎬공원에서 한 시민이 스마트도보 트랙의 출발지점을 지나고 있다/사진 제공=바이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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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랙만 돌았을 뿐인데…달린 거리, 소모 칼로리 등 자동 측정 = 스마트 보행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선 이 공원의 위챗 계정에 등록을 해야 한다. 휴대폰으로 출발지점 안내문의 QR코드를 스캔하자 바로 등록화면으로 연결됐다. 휴대폰으로 얼굴을 찍어 사진을 올리고 신장, 나이, 몸무게, 성별 등 간단한 개인정보를 입력하자 등록 완료. 출발 지점으로 이동하니 카메라 렌즈를 보라는 안내 문구가 보였다. 카메라와 눈을 마주친 뒤 약 800m 길이의 트랙을 돌았다. 도착 지점의 카메라를 보며 들어온 뒤 운동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바로 옆 전광판으로 이동했다. 전광판 모니터 앞에서 얼굴을 비추자 오늘의 '소모 열량 88Kcal, 달린 거리 0.86㎞, 오늘 6.66㎞/h' 등이 뜬다. 이번 주, 이달 누적 수치도 나왔다. 화면 왼쪽에는 주간 운동 거리 기준으로 상위 20명의 리스트도 함께 떴다. 전광판 뿐 아니라 휴대폰으로도 운동 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 어떤 방식으로 운동량이 측정되는지, 허점은 없는지 궁금했다. 출발 지점을 통과한 뒤 달리지 않고 시차를 둔 후 곧바로 골인 지점으로 들어가 봤다. 그랬더니 운동량이 표시되지 않는다. 현장 관리자는 "도보 트랙을 따라 중간, 중간 안면인식 카메라들이 있다"면서 "트랙과 주변을 따라 이동한 거리만 측정이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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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첫 AI공원으로 새롭게 개장한 중국 베이징시 하이뎬공원에서 시민들이 무인 자율 버스 아폴로를 타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사진= 진상현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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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 버스, 맞은편에서 사람이 걸어오자…= 이 공원 또 하나의 인기 아이템은 자율주행차 시승이다. 자율주행차는 세계적인 기업들이 개발하고 있지만 일반 대중들에게 시승 기회가 주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이 공원에서 운행되는 자율주행차는 바이두가 중국의 버스제조업체 진롱커지, 인텔 등과 함께 개발한 L4등급 자율주행버스 '아폴로'다. L4는 정해진 구역에서 운전자 없이 주행할 수 있는 수준의 자율주행 등급을 말한다. 바이두는 지난 7월 이 L4 등급의 자율주행 버스를 세계에서 처음으로 양산하기 시작했다. 아폴로는 공원 내 어린이 놀이구역에서 서문까지 약 2km 거리를 왕복 운행하고 있었다. 속도는 시속 10~11km 정도. 7인승으로 차체는 크지 않았다. 시승을 위해 차량 내부로 들어서자 운전석 없이 설계된 좌석 구조가 눈길을 끌었다. 관광용 케이블카를 땅에 내려놓은 듯 했다. 차가 움직이자 내부 모니터에 버스의 운행 경로가 표시됐다. 버스가 이동할 수 있는 도로는 하얀색 선으로, 사람은 빨간색으로, 다른 장애물들은 또 다른 색으로 보였다. 운행 중에 맞은편에서 사람이 다가오자 버스가 부딪히지 않게 스스로 살짝 방향을 조정한 후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잠시 뒤 다른 사람이 길 한복판으로 다가오자 아예 멈춰 섰다. 장애물을 피하기 위해 운전 경로를 벗어나야 하는 경우는 아예 정지하는 듯 했다. 맞은편 사람이 움직이지 않자 버스에 함께 탔던 직원이 경적을 울려 동선을 확보했다. 아직 무인버스 스스로 경적을 울리는 기능은 없다고 한다. 바이두의 한 관계자는 "홍보용 자율주행 차량은 회사 안에서도 운행을 하고 있지만 공개적인 장소에서 일반인을 태우는 곳은 이곳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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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첫 AI공원으로 새롭게 개장한 중국 베이징시 하이뎬공원 내 바이두의 첨단 기술 전시관인 미래 공간 건물 입구/사진= 진상현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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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기술 전시관, 사람과 대화하는 AI 정자= 바이두의 첨단 기술을 전시해놓은 미래 공간, 사람과 1대 1대 대화가 가능한 스마트 정자도 있다. 미래 공간에는 바이두의 음석 인식 AI 운영 체제인 듀얼OS 솔루션이 적용된 스마트 홈시스템, 사람의 표정을 포착해 가상인물을 통해 복제해 보이는 가상현실(AR) 마술사, 바이두의 딥러닝 기술인 ‘패들패들’이 적용돼 사람과 가위바위보 시합을 할 수 있는 ‘AI 가위보이보’, 사람과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는 '샤오두' 로봇 등이 전시돼 있다.

전시관 내 한 쪽에는 관람객들이 각 기술에 보인 관심도 등을 빅데이터로 분석한 모니터 화면도 보였다. 전시관 밖에도 대형 모니터를 통해 태극권 동작을 따라 하면 동작 인식을 통해 정확도 등을 평가해 주는 '태극권 사부', 안면인식으로 물건을 간편하게 보관하고 찾을 수 있는 무인 보관함 등 흥미를 끌만한 기기들이 설치돼 있다. 스마트 정자는 휴식을 취하면서 바이두의 AI 시스템과 1대 1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다. 친구처럼 대화를 나누는 것은 물론 날씨와 위치 정보, 실시간 뉴스와 인기 음악 등 다양한 생활 서비스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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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첫 AI공원으로 새롭게 개장한 중국 베이징시 하이뎬공원 내 '태극권 사부' 시설 앞에서 한 시민이 전면의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다/사진= 진상현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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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으로 나오니 연구실서 못 보던 게 보여"= 하이뎬공원은 총 면적이 34만㎡(약 10만2850평)로 지난해 기준으로 한 해 약 120만 명이 이곳을 찾았다. 기존 공원의 틀을 유지하면서 AI 테마를 입혀 앞으로는 찾는 사람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현장에서 만난 바이두 관계자는 "자율 주행차를 보기 위해 많은 사람이 찾아오고 있고 미래 공간도 관람을 위해선 상당히 기다려야 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이 AI공원은 바이두가 900만 위안(14억6000만원)을 투자했고, 나머지 비용은 하이뎬구 정부에서 부담했다. 지방정부로선 중국의 국가적인 AI 육성 전략에 호응하는 의미가 크다. 하이뎬구에는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스타트업의 중심지 '중관춘'이 위치해 있고, 바이두의 본사도 이곳에 있다. AI는 미래 기술선도국이 되려는 중국이 차세대 성장 동력의 핵심으로 삼는 기술이다. 중국 정부는 2030년까지 세계 AI 혁신의 중심국가로 자리하고 AI 산업 규모를 1조위안(약 162조5700억 원) 이상, 연관 산업 규모는 10조위안(약 1625조7000억 원) 이상으로 키운다는 목표다.

바이두는 자사의 AI 기술력을 알리는 동시에 AI 대중화의 첫 발을 떼는 기회로 삼고 있다. 개장 초기인 지금까지의 평가는 고무적이다. 바이두 관계자는 "연구실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만 테스트를 하다가 많은 사람들이 있는 공원으로 나오면서 AI에 대한 수요와 개선점을 찾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면서 "AI 공원이 언론에 보도된 이후 자기 지역에도 설치해달라는 다른 지방 정부의 문의와 참관 요청이 잇따르고 있다"고 귀띔했다.

베이징(중국)=진상현 특파원 jisa@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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