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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단독] 고시원 화재 이재민, 또 스프링클러 없는 고시원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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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종로구청이 입주 추천한 1곳 등

이재민 옮긴 2곳 스프링클러 없어

교체시기 지난 소화기 발견된 곳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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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새벽 서울 종로구 국일고시원 화재로 최소 7명이 숨졌다. 살아 남은 생존자들은 종로구청의 추천을 받아 다른 고시원으로 이주했다. 하지만 새로 이주한 고시원들 역시 화재에 취약한 곳으로 확인됐다. <한겨레> 취재 결과, 일부 고시원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았고 사용기한 10년을 훌쩍 넘긴 소화기가 발견되기도 했다. 유일한 탈출구인 건물 계단은 쓰레기통이 쌓여 이동이 어려웠다.

11일 종로구청 한 관계자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이재민들이 입주한 고시원들 가운데 2곳은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곳”이라고 밝혔다. 앞서 종로구는 지난 9일 이재민 28명 가운데 18명에게 ‘서울형 긴급복지 지원 제도’를 통해 한달 실거주 비용과 1인 가구 기준 생계비 30만원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이후 종로구청은 이재민들에게 종로구에 있는 고시원 7곳을 추천했으며, 본인이 입주하길 원하는 별도의 고시원으로 가겠다고 한 일부를 제외하곤 대부분이 7곳에 분산 입주했다. 하지만 확인 결과 종로구청이 추천한 고시원 7곳 가운데 1곳과 본인이 원해서 입주한 고시원 1곳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스프링클러 미비가 큰 참사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이주민들이 ‘제2의 국일고시원’으로 옮긴 것이나 마찬가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종로구청이 추천한 고시원 7곳 가운데 한 곳에선 교체시기가 지난 소화기가 발견됐다. 이 고시텔은 서울시 ‘노후고시원 간이 스프링클러 설치 지원 사업’ 지원을 받아 스프링클러가 설치됐지만 고시텔 안쪽 비상구에 놓인 소화기 가운데 일부가 제조/충전일자가 2003년 8월로 확인됐다. 분말 소화기는 10년이 지나면 반드시 교체해야 한다. 구청이 직접 현장 확인을 했지만 이를 발견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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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때 사실상 비상계단으로 쓰이는 건물계단 관리가 부실한 곳도 있었다. ㅎ고시원은 6층짜리 건물 3~4층에 객실 20개를 운영하고 있고, 같은 건물 5~6층엔 또 다른 고시텔이 운영되고 있어 사실상 건물 대부분이 고시원이다. 하지만 ㅎ고시원은 별도의 비상계단이 없다. 불이 나면 건물 계단이 사실상 비상계단으로 쓰이는 셈이다. 하지만 <한겨레>가 현장을 방문했을 땐 건물계단이 여러 개의 플라스틱통과 비닐 쓰레기봉투로 막혀 있었다. 사람 1명 정도가 겨우 지나갈 정도의 공간만 남은 상태였다. 국일고시원의 경우에도 완강기와 비상구가 있었지만 일부 거주자들만 이를 이용해 탈출했고 주출입구인 건물계단이 불길에 막히자 탈출하지 못한 3층 거주자들의 희생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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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많은 이주민(8명)이 입주한 ㄱ고시텔의 경우 국일고시원과 마찬가지로 가운데 (외부와 연결되는) 창이 없는 방을 두고 바깥으로는 창이 있는 방을 둔 복잡한 ‘벌집’ 구조였다. 국일고시원에서도 창이 있는 바깥쪽 방 거주자들은 창문을 열고 에어컨 배관을 타고 내려오는 등 탈출에 성공했지만 그보다 월세 4만원이 싼 창 없는 안쪽 방 거주자들은 상대적으로 탈출이 어려웠다. ㄱ고시텔 53개 객실 가운데 31개가 창이 없는 안쪽 방(최소 월세 30만원), 22개가 창이 있는 외부 방(최대 월세 45만원)이다. ㄱ고시텔에 머물고 있는 국일고시원 이주민 가운데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명은 “국일에서는 창문이 있는 방에 있었는데 ㄱ고시텔에서는 창문이 없는 방에 머물고 있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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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구청 관계자는 “국일고시원에서 내던 월세(최대 32만원)에 맞춰 실거주 비용을 지원하기 때문에 추가적으로 드는 비용은 이주민이 직접 부담해야 한다”며 “그러다보니 이주민들 스스로 더 비싼 방으로 가는 걸 꺼리기도 한다”고 밝혔다.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어 있지 않은 고시원 2곳에 대해서는 “현재 사후적인 확인 절차에 있다”면서 “스프링클러가 없는 곳에 있는 이주민에 대해서는 다른 곳으로 옮기라고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유진 김민제 박윤경 기자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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