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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사설] LG 순혈주의 깬 구광모의 파격인사를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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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이 9일 신임 대표이사 부회장에 다국적기업 3M의 신학철 수석부회장을 내정한 것은 파격적인 결정이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취임 후 혁신을 위해 띄운 첫 승부수라 할 만하다. LG그룹 모태인 LG화학이 최고경영자를 외부에서 수혈한 것은 1947년 창립 이후 처음이다. 계열사에서 외부 인사를 CEO급으로 영입한 경우는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과 이상철 전 LG유플러스 부회장 단 두 명뿐이었다. 외부 인사 영입은 LG그룹 내 자리 잡고 있는 순혈주의를 깨고 조직의 체질과 문화를 개선하겠다는 신호탄이어서 주목된다. LG그룹은 외부 인사를 영입하기보다는 주로 내부 승진이 많은 보수적인 문화가 강했는데 이번 인사는 LG의 DNA를 보다 혁신적이고 개방적으로 바꾸는 시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40대 총수의 리더십에 걸맞은 인사 혁신과 세대교체도 본격화할 것으로 해석된다.

신 부회장은 3M 한국지사에 평사원으로 입사한 후 필리핀지사장, 미국 본사 부사장 등을 거쳐 3M의 해외사업을 총괄하며 수석부회장까지 오른 '샐러리맨의 신화'다. 2016년 미국의 한국상공회의소(KOCHAM) 주최 연례포럼에서 "반바지 입는다고 혁신이 되는 게 아니다"며 "100년을 넘어 지속가능한 기업이 되려면 체질과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어 LG화학의 체질 개선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또한 신 부회장의 낙점은 미래 먹거리 확보와 글로벌 경영에 속도를 내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LG그룹은 전통적인 석유화학의 글로벌화에 박차를 가하며 신소재, 배터리, 정보전자소재 등 사업영역 다각화를 꾀하고 있는데 신 부회장이 글로벌 기업에서 쌓은 역량과 경험, 통찰력 등은 신성장동력 발굴에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구 회장은 최근 지분 상속으로 인한 상속세 7000억원을 향후 5년간 분할 납부하기로 하고,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된 판토스 지분을 매각하는 등 각종 이슈를 정공법으로 돌파해 나가고 있다. 구 회장의 젊은 리더십이 LG그룹의 경영 체질을 개선해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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