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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스프링클러 하나 없었던 종로고시원의 화재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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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 한복판인 종로의 한 고시원에서 발생한 불로 최소 7명이 숨지고 10여 명이 다치는 참사가 또 발생했다. 사상자 대부분이 하루 벌어 겨우 생계를 유지하는 40~60대 일용직 근로자들이라고 하니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소방당국과 거주자들 주장을 종합해보면 이번에도 고시원 내에 스프링클러가 없는 상황에서 화재경보기마저 울리지 않아 화를 키웠을 가능성이 크다. 불이 난 고시원은 지하 1층~지상 3층 규모로 1층은 일반음식점, 2~3층은 고시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이 고시원은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화된 2009년 7월 이전에 문을 열어 스프링클러가 한 대도 없었다. 또 고시원이 아닌 '기타 사무소'로 등록돼 올해 실시된 국가안전대진단 점검 대상에서도 제외됐다고 한다.

미로 같은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들이 사는 고시원은 화재 위험성이 아파트나 다세대주택 등 다른 거주지보다 훨씬 높다. 소방청에 따르면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발생한 고시원 화재만 252건에 달한다. 더구나 건물 주인들이 임대수익을 올리려고 방 쪼개기 등 불법을 저지르는 경우가 많아 스프링클러나 소화기로 초기 진화에 실패하면 인명 피해가 많은 대형 화재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올해 1월 사망 37명에 중경상 80명이라는 대규모 사상자를 낸 밀양 세종병원 화재 역시 스프링클러 미설치에 따른 인재(人災)로 추정되고 있다.

후진국형 참사를 막으려면 고시원 등 숙박형 다중이용업소에 대한 근본적인 예방 대책이 필요하다. 특히 안전 사각지대에 놓인 노후 건물은 스프링클러 설치를 비롯해 안전시설 확보를 의무화해야 한다. 정부가 약속한 '안전한 대한민국'은 말로만 외친다고 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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