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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세상읽기]2019년 한반도를 내다볼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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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미의 관심사였던 미국 중간선거가 공화당이 상원의 다수, 민주당이 하원의 다수를 차지하면서 종료하였다. 중간선거의 결과에 우리가 주목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일찍부터 의회 민주주의가 발달한 미국의 대내외 정책에서 의회의 영향력은 무엇보다 막강하다. “대표 없는 곳에 과세 없다”는 말은 민주주의 투쟁을 통해 독립을 얻은 미국의 존립가치를 상징한다. 대한반도 정책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의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이런 막강한 의회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비핵화 협상이 변곡점을 맞고 있는 상황에서 중간선거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대화를 여하히 이끌어 나갈 수 있겠는가가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이다. 특히 현재까지 북·미대화의 프레임이 톱다운 방식으로 진행되어 왔는 바 미 의회의 변화가 이러한 구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경향신문

8일 예정된 북·미 고위급대화가 연기된 것은 아쉽지만 회담의 연기를 중간선거 결과의 영향으로 보기는 어렵다. 북·미대화뿐 아니라 그간의 남북 간 회담에서도 회담의 취소와 연기 사례를 찾아보기는 어렵지 않다. 어떤 악재가 발생하여 감정적 문제로 취소 혹은 연기된 것이 아니라면 우리가 과도한 해석을 부여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미 국무부도 일정 조율의 문제이며, 빠른 시일 내에 다시 회담 일정을 잡아서 회담이 개최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발표하였다. 물론 북·미 고위급회담 전 의견이 모아지지 않은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 중간선거라는 큰 정치적 이슈 이후 협상전략을 다시 가다듬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 미국이 미·중대화를 앞두고 일정을 순연시켰을 수도 있다. 한편 미국의 향후 정치변화를 관망하기 위한 북한의 숨고르기 수순일 수도 있다. 다만 추후 회담의 일정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에 협상구조의 근본적 판이 깨지는 것은 아니다. 조만간 다시 일정을 잡아서 북·미 고위급대화가 개최되기를 기대한다. 어쨌든 북·미 고위급회담은 향후 북·미 협상의 분수령이 될 것이다. 9·19 평양정상선언에서 합의한 풍계리 핵실험장 및 동창리 미사일엔진시험장 폐쇄에 따른 검증, 영변 핵시설에 대한 사찰·검증과 미국의 상응조치 등 비핵화 초기 조치의 방향을 설정하는 회담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내년 초로 잠정 예정된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사전에 의제를 조율하기 시작해야 할 시점이기도 하다. 우리로서도 이번 고위급회담을 주목하는 이유는 연내 김정은 국무위원장 답방의 분수령이 되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5일 여·야·정 회의 시 김 위원장의 답방은 북·미 회담의 결과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고위급회담이 조만간 개최되기를 기대하지만 결과적으로 연말을 앞두고 이러한 논의들의 일정이 다소 순연되게 되었다.

이참에 우리는 반 발짝 물러나 정세를 예측하고 향후 계획을 세우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미국 중간선거에서 하원을 민주당이 차지한 것은 어찌 되었건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의 제약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그간 민주당이 대북정책에 있어 공화당보다는 포용적인 입장을 견지해왔다고는 하나 현재 미국의 정치구도는 전통적 이해관계보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독자적인 의사결정을 어떻게 견제하느냐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하원의 다수를 민주당에서 차지함으로써 대부분의 사안에 있어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의 반대와 견제를 더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가 형성되었다. 북핵협상의 지지부진이 있다면 미 의회는 더욱더 트럼프식의 어프로치에 제약을 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리로서는 대미 의회 외교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는 것으로 해석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통일부 장관의 내주 미국 방문계획은 좋은 기회이다. 북핵협상의 모멘텀이 유지될 수 있도록 정부관계자, 오피니언 리더 등 미 조야에 우리의 입장을 설명하고 끌어당기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남북관계에서는 올해 남북 간 협상의 결과들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진행해야 한다. 실로 숨가쁘게 전개되어 온 한 해였다. 군사적 긴장완화를 위한 조치들이 착실히 이행되고 있고 남북 환경, 보건 분야 회담 등 제반영역에서 남북관계의 확대를 경험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70년간 고착된 분단구조를 타파하는 데 있어서 우리가 서두르기보다는 인내심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독일의 경우도 동방정책 이후 20여년간 교통, 통신, 보건, 체육 등 다방면의 교류정책을 꾸준히 지속하였다. 우리는 비핵화 문제에 있어서 독일의 사례보다 훨씬 더 어렵고 시간이 걸릴 구조이다. 이제 연말까지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올해를 평가하고 내년도 및 앞으로의 방향을 가다듬는 노력을 시작할 시점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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