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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십고초려’했다는 전원책 한달 만에 경질한 한국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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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가 9일 만장일치 의견으로 전원책 조직강화특별위원을 해촉했다.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시기를 내년 2월 말로 정한 비대위에 맞선 전 위원이 ‘전대 연기’ 주장을 굽히지 않자 경질이라는 비상수단을 쓴 것이다. 전 위원도 “개혁을 거부하는 정당에 무슨 미련이 있겠느냐”며 자리를 박차고 떠났다. 비대위가 당의 인적쇄신을 위해 “십고초려”했다던 조강특위 핵심 인사를 스스로 쫓아내는 꼴사나운 모양새를 연출했다.

이번 갈등은 조강특위를 맡아 당협위원장 교체에 나섰던 전원책 변호사의 가벼운 언행이 발단이다. 전 위원은 인적청산 기준을 놓고 말이 왔다갔다 하더니 권한 밖인 전당대회 연기를 언급해 비대위와의 갈등을 자초했다. 또 “태극기부대도 당의 중요한 지지세력”이라며 섣부른 보수통합론을 제기하다 역풍을 불렀다. 하지만 이면에는 당 내부의 인적청산 의지부족과 이를 둘러싼 주도권 다툼이 깔려있다. 전 위원은 해촉당한 뒤 “문제는 한국당이 인적쇄신을 못하겠다는 것에 있다”며 “김 비대위장이 전권을 준다면서도 자기네 원하는 대로 하려고 했다”고 폭로했다. 게다가 김병준 비대위원장의 한국당은 과거와 다른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국회에서도 기득권을 대변하는 논리로 각종 민생 법안을 막고, 케케묵은 안보관에 기대 남북관계 진전의 발목을 잡았다. 한쪽은 근본적·구조적인 해결책은 외면한 채 적당히 넘어가려 하고, 다른 한쪽은 의욕만 앞세운 채 공허한 말만 하다 정면충돌해 파국에 이른 것이 이번 사태의 본질이다.

한국당의 위기는 화려한 수사나 미봉책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이 확인됐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에 대한 진지한 반성 없이 한국당의 개혁은 불가능하다. 맹목적 시장주의와 철지난 이데올로기를 넘어서야 시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 한국당은 근본적인 개혁을 통해 공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정부를 견제하고 민생을 챙겨야 할 제1야당의 자중지란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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