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48771962 0012018110948771962 09 0901001 5.18.13-RELEASE 1 경향신문 0

[사설]또 후진국형 화재참사, 정말 막을 수 없는 건가

글자크기
9일 서울 관수동 국일고시원에서 7명이 숨지고 11명이 부상을 입은 화재참사가 발생했다. 도심의 3층 건물에서 일어난 화재에서 인명피해가 컸던 것은 고시원이 일용직 노동자들의 숙소인 데다 소방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후진국형 화재참사다. 희생자 대부분은 50~70대 생계형 일용직 노동자다. 그 가운데에는 유족이나 연고가 확인되지 않는 사람도 있다니 안타까움을 더한다.

고시원은 화재에 가장 취약한 시설로 꼽힌다. 2012~2017년 발생한 다중이용업소 화재 3035건 중 8.3%인 252건이 고시원에서 발생했다. 이 고시원의 사정도 다르지 않았다. 이 건물은 1층이 일반음식점, 2~3층이 고시원 숙소로 빼곡히 들어찬 다중이용업소인데도 소방 안전의 사각지대였다. 50명이 사는 고시원 숙소는 방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데다 복도가 비좁았다. 건물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았고, 화재경보기는 고장 나 작동하지 않았다. 탈출용 완강기가 설치돼 있었으나 이번 화재 때는 사용되지 않았다. 소방시설이 충분히 갖춰지지 못한 데다 건물주의 안전 의식도 낮았다.

이번 화재는 고시원 숙소의 전열기에서 발화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전 소방 안전점검이 이뤄졌다면 화재를 예방하거나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충북 제천과 올 1월 경남 밀양에서 발행한 화재참사 이후 국가안전대진단을 실시하면서 전국 고시원 1275곳의 소방시설을 집중 점검했다. 그러나 국일고시원은 대상에서 제외됐다. 1983년 준공 당시 건물대장에 ‘고시원’이 아닌 ‘기타 사무소’로 등록됐기 때문이다. 2009년 개정된 ‘다중이용업소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으로 신설 고시원에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화됐지만, 이 고시원은 그보다 앞서 건축돼 역시 적용을 받지 않았다. 이러한 법의 허점과 탁상행정식 일처리로 인해 소방 안전점검은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는 대형 화재가 날 때마다 소방 점검을 실시하고 안전규정을 강화했다. 그러나 사후의 땜질 대응으로는 후진국형 참사를 막을 수 없다. 재난 점검과 조사 업무가 상시로 이뤄질 수 있도록 ‘국가재난관리위원회 설치법’과 같은 법률을 만들고 시스템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 특히 고시원처럼 다중이 이용하는 취약 주거지에 대해서는 소방 점검과 감시감독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 경향신문 SNS [트위터] [페이스북]
[인기 무료만화 보기]
[카카오 친구맺기]

©경향신문( 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