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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링 올림픽 은메달 신화 ‘그 위에 드리워진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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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 선배'의 "영미~~"에 행복했던 대한민국, 그 이면은 몰랐다.

지난 2월 대한민국은 전국에 울려 퍼진 '안경 선배'의 "영미~~" 라는 소리에 숨죽이며 집중했다. 그리고 여자 컬링팀이 따낸 은메달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비록 결승에서 졌지만 그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컬링 불모지에서 일군 값진 성과에 다 함께 즐거웠고 행복했다.

팀 킴 선수들, 감독-협회의 전횡과 폭언 등 전격 폭로

그러나 은메달 뒤에 가려진 어두운 현실이 드러나는 데 채 1년이 걸리지 않았다. 사실 올림픽이 열리는 대회 당시에도 선수단 분위기는 상식적이지는 않았다. 선수들은 인터뷰를 꺼렸고, 개인 휴대 전화기를 지도부에 반납한 채 사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결국, 신화를 써낸 당사자인 경북체육회 여자컬링 '팀 킴'은 공개적으로 감독과 협회의 전횡과 폭언 등을 폭로하고 나서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스킵 김은정을 주축으로 김영미와 김경애, 김선영, 김초희로 구성된 5명의 '팀 킴' 선수들은 지난 6일 대한체육회와 경북체육회, 의성군에 자기들의 입장이 담긴 호소문을 보냈다. 그 내용은 경북 의성 컬링의 대부인 김경두 전 대한컬링경기연맹 부회장과 김민정·장반석 감독 부부에게 부당한 처우를 받아왔다는 것이다.

선수들 호소문 중 첫 번째 불만은 '컬링팀 사유화' 시도

선수들이 먼저 불만을 토로한 내용은 '컬링팀 사유화' 시도였다. 올림픽 은메달로 '팀 킴'이 주목받자, 스킵 김은정 선수의 언론 노출을 꺼리며 제한했다는 것이다. 지난 7월 김은정이 결혼하자, 그것을 이유로 팀에서 제외하려 시도했고, 팀 훈련에 동행하지 못하게 했다는 내용이다. 또 2017년 국가대표 1차 선발전 당시 김초희가 부상당하자, 김민정 감독의 실력이 기존 선수에 미치지 못하는 데도 김초희 대신 국가대표에 합류시키려고 했다는 주장도 담겨 있다.

'감독 자질'과 '인권 침해' 문제도 거론

선수들이 제기한 두 번째 문제점은 '감독의 자질' 문제였다. "김민정 감독이 훈련에 자주 불참했고 선수들의 훈련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세 번째 문제는 '인권 침해'다. 개인 소셜 미디어(SNS) 사용을 못 하게 하는 등 사생활을 통제했을 뿐 아니라, 선수에게 '개 같은 0' 등의 욕설과 폭언을 자주 했다는 것이다.
네 번째로 '연맹, 의성군과 불화 조성'을 거론했다. 팀 킴은 감독단이 의도적으로 대한컬링연맹과의 관계를 악화시켰고, 의성군을 깎아내리는 발언도 지속해서 했다고 주장했다.

팀킴 '상금과 격려금 등 금전 사용도 투명하지 않다'며 문제 제기

마지막으로 제기한 것은 '금전 문제'였다. 선수들은 "2015년부터 상금을 획득할 목적으로 전 세계 컬링투어대회에 출전을 많이 했고 좋은 성적을 거뒀다. 선수들이 기억하기에는 2015년에만 국제대회에서 6천만 원 이상의 상금을 획득했고, 그 이후로도 여러 차례 상금을 획득했으나, 제대로 상금을 배분한 적이 없다"고 했다. 또 "평창올림픽 이후 여러 축하 행사, 시상식에 참석했고 격려금 등이 전달된 것을 나중에 알았지만 이에 대해 아무런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감독 등 지도부 '오해 있고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

'팀 킴'선수들의 폭로에 지도부는 오해가 있으며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장반석 감독은 "김경두 전 연맹 부회장의 말투가 거칠긴 하지만 욕설까지는 하지 않는다"며, "상금은 대회 참가비와 외국인 코치 비용, 장비 구매 등에 사용됐다"고 설명했다.

또 "각종 사인회와 행사에서 받은 돈은 선수들 개인 통장으로 지급했고, 선수들이 받은 격려금과 후원금은 항상 단체 대화방에서 공개적으로 이야기했다"면서 "돈과 관련된 일은 최대한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처리하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김은정을 훈련에서 제외하려 했다는 선수들의 주장에는 "스킵인 김은정이 결혼하고 임신 계획을 세웠다. 지도자로서 당연히 새로운 스킵을 찾아야 했다. 그래서 훈련을 진행한 것이지, 특정 선수를 팀에서 제외하기 위해 훈련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김경두 전 부회장과 대한컬링경기연맹의 사적인 불화 때문에 선수들이 이용당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컬링 대표팀을 지도하면서 더 나은 환경을 만들려고 시도하다 생긴 일이라면서 '사적인 불화'가 아니라고 해명했다.

김경두 전 부회장, 국내 최초 컬링 전용 경기장 건립한 '컬링의 대부'
딸과 사위를 컬링 감독으로 선임…. 사유화 진행될 가능성이 큰 구조


선수들이 전횡의 당사자로 지목한 김경두 전 부회장은 경상북도 의성에 국내 최초로 컬링 전용 경기장을 건립해 컬링의 대부로 불린다. 김 전 부회장은 딸인 김민정 씨를 평창올림픽 여자컬링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해 선수지도를 맡겼다. 컬링 믹스더블 감독으로 평창동계올림픽을 치른 장반석 감독은 김민정 감독의 남편이자 김경두 전회장의 사위이다.

선수들이 제기한 여러 문제 가운데 폭언과 금전 문제 등에 대해서는 좀 더 확인과 검증을 거쳐야 하겠지만, 적어도 '컬링의 사유화'가 진행될 가능성이 큰 구조라는 것에 대해서 만큼은 충분히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선수들은 자신의 고향인 경북 의성에서 훈련을 이어가며 선수 생활을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기술적 심리적으로 팀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줄 지도부가 필요하다며 지도부 교체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국제 대회 출전하는 국가 대표는 국민의 팀이라는 인식 필요

팀 킴의 성장 과정에서 밑거름이 됐던 현 지도부의 역할이 과소평가돼서는 안 된다. 하지만 한 팀이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고 국가대표라는 이름으로 나라의 명예를 대표해서 국제 대회에 나가는 상황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적어도 팀의 사유화는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이제라도 국민 모두의 것으로 돌려놓아야 한다.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에서 특정 감사를 실시한다고 한다. 진실을 명확히 밝혀 '팀킴'은 물론 한국 컬링을 정상화시키는 첫 걸음이 되어야 할 것이다.

김인수기자 (andreia@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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