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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또다시 ‘취약계층’ 생명 앗은 고시원 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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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새벽 서울 종로구 관수동의 한 고시원에서 일어난 화재로 7명이 숨지는 등 18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고시원이 고시준비생보다 취약계층의 주거공간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이곳 역시 40~60대 일용직 노동자들이 주로 머물다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한다. 올해 1월 세 모녀 등 6명의 생명을 앗은 종로구 여관 방화사건을 비롯해 오래된 다중이용시설의 안전문제가 지적된 게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언제까지 이런 사고를 지켜봐야 하는가.

35년 된 이 고시원 건물 2, 3층엔 1~1.5평 남짓의 객실이 24개, 29개씩 빼곡하게 차 있다. 창문이 없는 객실들도 있다. 경찰은 한 거주자의 전열기구에서 불이 붙었을 개연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중이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그리 큰 불이 아니었다는데 사상자가 많이 나온 데는 좁은 복도와 출입구 때문에 3층 이상 거주자들의 대피가 어려웠던 탓이 커 보인다. 영세한 고시원들은 방염벽지나 커튼을 사용하는 사례가 드물다. 임대수익을 높이기 위해 ‘방 쪼개기’를 하면서 환기시설과 대피로가 축소되는 경우도 적잖다. 구조적으로 화재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게다가 이 건물엔 화재감지기나 비상벨은 설치돼 있지만, 스프링클러는 없었다. 2009년 개정된 다중이용업소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고시원도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화됐지만, 이곳처럼 그 이전에 고시원 등록을 한 곳은 적용 예외 대상이다. 서울의 경우 서울시가 설치 사업을 지원하거나 자체적으로 설치한 곳을 뺀 1080여곳이 여전히 안전 사각지대에 놓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 화재가 난 고시원 건물의 경우 지원대상이 됐다가 최종단계에서 건물주가 동의하지 않아 무산됐다는데 정확한 이유에 대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 최소한 스프링클러 설치는 법을 소급 적용해 예외가 없도록 하는 특단의 방안이 필요하다. 안전 앞에서 더이상 비용만 탓할 순 없는 법이다. 고시원·옥탑방 등 ‘기타 거처’에 사는 가구 수는 2010년 12만8천여가구에서 2015년 39만여가구로 3배 이상 급증했다.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안전대책과 함께 근본적으론 주거빈곤 해결을 위한 노력 또한 시급하다. 희생자들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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