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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끊긴 상점서 멍하니 앉아···"불안하다" 눈물 훔치는 노량진 상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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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신청기한 마지막 날' 상인들 태도 변해

잔류 상점 281곳 중 절반 이상이 이전 신청

옮기는 상인들 둘러싸고 질문세례 퍼붓기도

"굴복 않을 것" 60여명은 입구서 농성 이어가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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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협에서 제시한 노량진수산시장 신시장 이전 신청 마지막 날인 9일 강경하게 이전을 거부하던 상인들의 태도가 변하고 있다.

수협은 전날 밤 기준 구(舊)시장 잔류 상점 281곳 가운데 과반인 150곳이 신시장 이전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수협은 앞서 이달 5일 단전·단수를 하며 신시장 이전 신청기한을 9일 오후 5시로 못 박았다. 상인들은 수협의 이러한 조치에 강하게 반발하며 구시장 입구에서 매일 농성을 계속해왔다. 100여명의 상인이 신시장에 진입하는 경매 차량을 막아서며 수협 직원들과 충돌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은 강경하게 반발하던 전날 모습과 다르게 불안에 떠는 모습이 역력했다. 전날 촛불을 켜고 손님이 지나가면 적극적으로 호객하던 모습은 사라지고 멍하니 앉아 있는 상인들이 많았다. 불이 끊겨 어두운 시장 내부에는 상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박스와 도마 등을 수레에 실으며 이사를 준비하는 상인도 있었다.

5일 이전에는 신청한 상인을 ‘배신자’로 몰아가던 분위기였지만, 이날 상인들은 이전 신청한 상인들을 둘러싸고 질문세례를 퍼부었다. 상인들은 이전 신청서를 함께 보거나 사진을 찍기도 했다. 이날 아침 이전 신청을 한 상인은 “전기와 물을 끊으면서 사람이 죽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사도 안되고 스트레스를 너무 받아 도저히 안 되겠다 싶었다”며 “주변에서도 다 옮긴다니 더는 버틸 수가 없었다”고 이야기했다.

주변 상인들에게 신청 장소를 물으며 연신 시계를 쳐다보고 있던 A씨는 “원래 동료들이랑 함께 신청하려고 했는데 안 간다는 사람이 있어서 고민 중이다. 시간이 다 돼서 불안하다”고 말했다. 상인 B씨는 “사람들이 거의 다 넘어갔다. 나도 불안해 죽겠다”며 “어젯밤에 사람들이 다 들어간다고 마음을 바꿨다. 남편이랑 의논을 해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말하는 내내 눈물을 흘리며 너무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반면 수협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며 끝까지 버티겠다는 상인들도 있었다. 상인 60여명은 이날도 구시장 입구에서 농성했다. 윤헌주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비상대책총연합회 공동위원장은 “사람 많이 빠져나간 것 알고 있다. 앞으로도 많이 빠져나갈 것”이라며 “상인들을 계속 빼앗기고 있지만 포기하지 않고 싸울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노량진수산시장은 시설 노후화 등 문제로 2004년부터 현대화가 추진돼 2016년 3월부터 새 시장 영업이 시작됐다. 그러나 전체 654개 점포 중 281곳이 이전을 거부하며 갈등을 빚어왔다.
/홍나라인턴기자 kathy948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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