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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황윤의 멍멍, 꿀꿀, 어흥] 세상 마지막 물고기까지 잡고서야 깨달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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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그물에 걸려 고통스럽게 죽어간 바다거북의 사체. 영화 블루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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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치샌드위치를 먹고, 고양이에게 참치 캔을 주고, 분식점에서 오징어덮밥을 먹는 일상은 어쩌면 우리가 마지막 세대일지 모른다. 제6회 순천만세계동물영화제를 통해 국내에 처음 소개되고 제1회 카라동물영화제에서 상영된 다큐 영화 ‘블루(BLUE)’는, 푸른(blue) 바다가 처한 우울한(blue) 현실을 보여준다. 해양동물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다이버, 서퍼, 환경운동가들의 시선을 따라가는 카메라는 바다가 처한 현실을 직시(See the sea)할 것을 호소한다. 영화는 바다동물들의 경이로움을 보여주며, 지금 우리가 행동하면 아직 희망이 있음을 강조한다.

남획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현재 상황은 섬뜩하다. 참치 소비량이 늘면서, 산업어선은 위성영상, 거대한 어망으로 무장한 채 바다를 ‘싹쓸이’ 하고 있다. 어린 물고기들까지 잡아들인다. 인도네시아 어시장에서는 멸종위기의 온갖 상어들이 버젓이 거래된다. 지느러미는 중국, 홍콩, 한국 등으로 수출되고, 남은 몸체는 바다에 버려지거나 돼지, 닭 사료로 팔린다. 공룡보다 더 오래 전부터 바다에 존재해 온 상어가 인간의 세치 혀 욕망 때문에 영원히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는 것이다. 참치와 상어의 멸종은 먹이사슬의 붕괴, 그리고 어업에 생계를 의존하는 지구촌 수억 주민들의 생존문제로 이어진다.

어선들은 다 쓴 어망을 칼로 잘라 바다에 버린다. 폐그물은 ‘유령그물’이 되어, 바다거북, 물개, 온갖 물고기를 지속적으로 죽이는 ‘죽음의 덫’이 된다. 영화 속 장면들은 결코 먼 바다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한국의 바다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다. 바다 속에 가라앉은 폐그물 등 침적쓰레기는 소리 없이 어족자원을 고갈시키는 ‘유령어업’의 원인이 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폐그물로 연간 3,000억원 이상의 어업 피해가 발생하고, 폐어구ㆍ폐어망 등에 선박이 걸려 사고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고 밝히고 국내 연안 수중에 침적된 쓰레기만 13만8,000톤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국 연근해 어획량은 2년 연속 100만톤에 미치지 못했다. 씨셰퍼드 코리아 김한민 활동가는 “이제 ‘금징어’(오징어가 귀해졌다는 표현)는 물론 조기도 귀해져서 한국 어선들은 멀리 서아프리카까지 가서 조기를 잡는다”며 “세네갈, 기니 주민들의 생존권을 빼앗는 것이다”고 말한다. 환경단체들은 어망의 구입과 폐기를 추적, 관리하는 시스템인 ‘어구 실명제’를 도입할 것을 정부에 촉구할 예정이라고 한다.

해양보호구역 확대와 지속가능한 친환경 어업이 절실하다. ‘원금’을 까먹을 것인가, 아니면 바다가 주는 ‘이자’를 오래오래 향유할 것인가. “세상의 마지막 나무가 베어지고, 마지막 강이 더럽혀지고, 마지막 물고기가 잡힌 뒤에야 그대들은 깨달을 것인가. 돈을 먹고 살 수 없다는 것을.” 북아메리카 원주민 추장이 150년 전 했던 연설이 지금보다 더 절실하게 들리는 때도 없는 것 같다.

황윤 영화감독
한국일보

인도네시아 어시장에서는 멸종위기의 상어들이 버젓이 거래된다. 영화 블루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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