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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피츠버그와 재계약맺은 강정호…구단의 배려일까? 헐값 계약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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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강정호(31)가 익숙한 검은 해적선 유니폼을 입고 다시 메이저리그 구장에 나선다. 미 메이저리그(MLB) 피츠버그 구단은 9일 “강정호와 1년 계약을 했다”고 발표했다. 구체적 계약 조건은 보장 금액 300만 달러(33억5000만원)와 보너스 250만 달러(약 27억9000만원)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1일 구단으로부터 1년 계약연장 옵션 거부를 통보받고 자유계약(FA) 시장에 나온 지 20여 일만의 친정팀 복귀다.

그는 지난 2015년 1월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미국진출을 하면서 피츠버그 구단과 4년간 1100만달러와 550만달러의 1년 계약연장 옵션을 조건으로 계약을 맺은 바 있다. 그러나 음주운전 뺑소니 사건 영향으로 2017~2018시즌은 활약을 거의 하지 못했고, 이후 피츠버그가 옵션을 거부해 바이아웃 금액 25만달러만 받고 FA로 풀렸다.

다만, FA로 풀렸음에도 강정호의 피츠버그에 잔류할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이 계속 흘러나왔다. 좀 더 저렴한 계약이라면 강정호와 재계약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사를 구단측이 지속적으로 밝혀왔기 때문이다. 결국, 강정호도 재기를 위해 익숙한 피츠버그 구단과 1년 재개약을 하는 선택을 했다.

놀라운 것은 그동안 구단이 언급해온 것과 달리 강정호가 새로 맺은 계약 금액이 저렴하지 않다는 점이다. 강정호가 맺은 새 계약의 옵션은 200타석 출장 달성시부터 매 100타석마다 62만5000달러를 추가로 지급받는 내용이다. 큰 부상 없이 주전으로 한 시즌을 보내기만 해도 달성이 무난하다. 피츠버그 구단은 사실상 2년간의 공백 영향을 대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만 추가한 채 강정호가 원래 받을 예정이었던 금액을 보장해준 셈이다.

다만, 이번 계약이 피츠버그 구단의 무조건적인 배려라고만 해석할 수는 없다. 강정호가 선수생활 중단 이전인 2015년과 2016년 워낙 뛰어난 성적을 거뒀기 때문이다. 두 시즌 모두 부상으로 풀시즌을 소화하지 못했지만 2015년 타율 0.287, 15홈런의 성적을 거뒀고, 2016년에는 타율 0.255, 21홈런을 기록했다. 투수에 유리한 피츠버그 홈구장 PNC파크를 고려하면 리그 정상급 성적으로까지 받아들여지는 수치다.

이는 구장효과를 보장한 WRC+ 수치로 보면 더욱 확연히 드러난다. WRC+란 야구에서 승리하기 위한 타자의 순수 득점생산능력을 보여주는 수치로 100이 리그 평균이다. 강정호의 2015년 WRC+는 128로 이는 200타석 이상 소화한 리그 전체 3루수 중 9번째로 높은 수치다. 2016년에는 더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강정호의 2016년 WRC+인 132는 리그에서 5위에 해당한다. 매니 마차도, 아드리안 벨트레, 놀란 아레나도, 저스틴 터너, 에반 롱고리아 등 정상급 선수들의 이름을 그 뒷순위에서 찾을 수 있을 정도다.

만약 강정호가 2년간의 공백을 딛고 원래 기량을 되찾는다면 피츠버그 구단은 550만달러라는 ‘헐값’으로 강정호를 1년 더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이번 재계약에서 충분히 성의를 보여준 만큼 부활 뒤 FA계약에서도 다소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강정호도 좋은 조건으로 재계약을 맺은 구단 측에 감사의 말을 전했다. 그는 재계약 후 구단 공식 트위터를 통해 “피츠버그에서 다시 뛸 기회를 준 닐 헌팅턴 단장과 구단 프런트, 코치진에게 정말로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강정호는 “지난 두 시즌에 대해 사과하고 싶다. 한눈팔지 않고 열심히 훈련해서 내년 시즌 좋은 경기력을 보여드리겠다”고 덧붙였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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