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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전쟁 장기화에 속타는 中… '정전' 신호 잇따라 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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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잇따라 미국을 향해 무역전쟁 정전 신호를 발산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중국 경제둔화 압력이 높아져 경제 운영에 큰 부담이 되고 있어서다. 그러나 중국의 대미 무역 흑자 증가세는 여전히 높아 미국의 통상 압력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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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이 헨리 키신저 미 전 국무 장관을 8일 접견하고 있다. 중국외교부


◆시진핑,왕치산, 왕이 잇따라 미국 향해 “대화가 필요해” 협상 구애

9일 중국 중앙방송(CCTV) 등에 따르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8일 헨리 키신저(95) 전 미국 국무장관을 만나 “서로 양보할 것은 양보하는 가운데 대화로 무역전쟁 등 양국 간 갈등을 해결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시 주석은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키신저 전 장관을 만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 만날 것을 예상한다고 전하며 “중국은 평화 발전의 길을 걸어갈 것이고, 충돌·대립하지 않고 상호존중, 협력공영의 중·미 관계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특히 “미국과 평등 및 상호이익의 기초 위에서, 상호 양해와 상호 양보의 정신을 바탕으로 우호적 협상을 양국간 문제들을 적절하게 해결하기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이 키진저 전 장관을 접견하는 자리에서 미국과의 대화를 언급한 것은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 메시지의 성격이 크다. 특히 상호양보와 배려를 강조했다는 점에서 미국의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하겠다는 의지를 전달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장관)도 미·중간 협력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왕 위원은 전날 베이징에서 머리스 페인 호주 외무장관과 회담한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미·중 관계에 대한 질문을 받고 “곧 두 나라가 수교한 지 40주년이 된다”며 “40년 경험으로 얻은 교훈은 양국이 협력하면 서로 이익을 얻고, 싸우면 다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시 주석 최측근 인사인 왕치산(王岐山) 국가 부주석도 미국과의 대화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왕 부주석은 싱가포르에서 지난 5~7일 열렸던 블룸버그 신경제 포럼에 참석해 중·미 관계의 안정적인 발전 중요성을 언급하고, “중국은 무역문제를 협상할 준비가 돼 있고, 트럼프 대통령과도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중국 지도부의 잇따른 화해 제스처는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있을 트럼프 대통령과의 담판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또 무역전쟁이 격화하고 경기하방 압력이 갈수록 커지며 중국 경제가 어려운 상황으로 빠져 들고 있다는 사실도 함께 방증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3분기 중국 경제상장률이 6.5%대로 둔화했고, 4분기와 내년 1분기는 더욱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 10월 중국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도 전년 동기대비 3.3%를 기록해 넉 달 연속 하락 추세를 기록했다. 외신들은 “중국 내 원자재 수요 감소와 제조업 활력 부진 속에서 PPI 증가율이 둔화했다”며 “무역 분쟁이 격화하면서 경제 압력이 점증하고 있음을보여준다”고 해석했다.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자국 기업인과 경제 전문가에게 중국 경제의 하방 압력을 인정하며 경제 안정 유지에 총력을 다해 달라고 주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리 총리는 전날 베이징(北京)에서 기업인과 경제 전문가를 대상으로 경제정세 좌담회를 주재하고 현 경제 상황 및 내년도 전망을 들은 뒤 이같은 입장을 피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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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오른쪽)이 지난 8일 베이징에서 머리스 페인 호주 외무장관과 회담한 후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중국외교부


◆무역전쟁 완화는 미지수...오히려 미 통상압력 더욱 커질 가능성 높아

중국 지도자들의 잇따라 구애에도 미 측 통상 압박이 완화될지는 미지수다. 미 중간선거 결과 공화당이 상원을 수성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 정책이 크게 변화할 가능성은 줄어 들었다. 특히 강경 대중 정책은 미 의회에서 초당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그런 가운데 10월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가 317억8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사상 최대였던 전달의 341억3000만달러보다는 다소 낮았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미국의 전면적 대중 압박 속에서도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가 높은 수준으로 계속 유지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 압박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실제로 미국은 중간선거가 끝난 직후 중국에 대한 통상공세를 재개했다. 미국 상무부는 중국산 일반합금 알루미늄 판재(common alloy aluminum sheet)에 반덤핑 관세와 상계관세를 부과하기로 지난 8일(현지시간) 확정했다. 미 상무부는 중국 수출업자들이 자국산 일반합금 알루미늄 판재를 미국 시장에서 공정한 가치보다 48.85∼52.72% 낮은 가격에 팔았고, 중국 정부는 46.48∼116.49%에 이르는 수출 보조금을 생산업자에게 지급했다고 판정했다. 상무부는 이에 따라 덤핑과 보조금 수혜 판정이 내려진 중국 업체에 합계 96.3∼176.2%의 반덤핑·상계관세를 물리기로 했다.

1985년 이후 미 정부가 반덤핑, 상계관세 사건을 조사한 뒤 부과 확정판결로 이어진 것은 이번이 33년 만에 처음이다. 특히 이 같은 조치는 미 중간선거가 실시된 직후 나온 조치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 통상 조치가 더욱 강화될 것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베이징=이우승 특파원 ws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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