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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김민석 Mr. 밀리터리] 전작권 전환, 자존심 아닌 국민 생명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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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3차 핵실험에 전작권 전환 늦춰

애이브럼스, 전작권 전환 시기상조

군, 북 핵·미사일 초기대응력 미흡

정찰위성·전술지대지유도탄 지연

유럽 NATO 사령관에 미군 임명

북 비핵화에 맞춰 전작권 전환해야

전시작전통제권 조기 전환의 문제점 점검

한·미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미국 워싱턴에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을 조기에 전환키로 합의했지만, 도처에 지뢰밭이다. 전시에 한반도에서 한·미군의 작전을 통제하는 전작권은 현재는 미군 장성인 한미연합사령관에게 있다. 이 전작권으로 북한 침공을 초기에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고, 거기에 한국의 운명이 달려있다. 국방부는 전작권 전환 뒤에도 미래 연합사가 유지돼 문제가 없다지만 많은 전문가가 의문을 제기한다. 8일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에 취임한 에이브럼스 대장은 지난 9월 미 상원 청문회에서 “전작권 전환은 시기상조”라고 증언했다.

2013년 여름 한국 국방부는 미 국방부에 전작권 전환을 연기하자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전달했다. 그때만 해도 한·미는 전작권을 2015년 12월에 연합사령관에서 한국군 합참의장으로 전환하는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그러나 북한이 그해 2월 풍계리에서 3차 핵실험을 감행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북한 핵실험의 폭발 규모는 6~7㏏(1㏏=TNT 1000t)으로 상당히 유의미했다. 북한은 핵실험에 이어 한국 사회에 핵 위협을 하기 시작했고, 국민은 공포에 떨었다. 북한의 위협이 줄어들고 핵 문제가 해결된다는 전제하에 한·미가 합의했던 당초 전작권 전환계획에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한국 측은 역대 연합사령관 등 지한 인사들을 통해 미 국방부를 비롯, 미 조야를 설득했다.

중앙일보

전작권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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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측의 노력 결과로 척 헤이글 미 국방부 장관이 공감했고, 2014년 4월 방한한 오바마 미 대통령은 전작권 전환 시기를 재검토하는 데 동의했다. 한·미 양국은 2014년 10월 워싱턴에서 열린 국방장관회담에서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에 합의했다. 전환 시기를 정하지 말고 안정적으로 전환한다는 데 방점이 있었다. 당시 묵시적으로 합의한 전작권 전환 시기는 2020년대 중반이었다. 한국군이 전작권을 행사할 수 있는 능력 조건을 갖추는 시기였다. 그 조건은 3가지인데 ①한국군의 연합방위 주도 핵심 군사능력 확보 ②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우리 군의 초기 대응능력 구비와 미국의 확장억제 수단과 전략자산 제공·운영 ③안정적인 한반도 및 지역 안보 환경 관리 등이다.

그런데 또 문제가 발생했다. 북한이 4~6차 핵실험을 연쇄적으로 실시한 것이다. 지난해 9월 마지막 6차 핵실험은 200㏏ 수준의 수소탄이었다. 조건 세 가지 가운데 ③번인 안정적 한반도 안보 환경 관리에 실패한 것이다. 현재 우리 정부가 나서 북한을 비핵화 협상에 끌어내는 데까진 성공했지만 북·미 협상은 지지부진하다. 8일 예정됐던 북·미 고위급 회담은 연기됐고, 트럼프 대통령도 제재를 지속하며 비핵화에 서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 사이 북한은 핵탄두 60~65개를 만들었다는 게 미 중앙정보국(CIA) 판단이다. 이 때문에 조건 ②번도 미흡하게 됐다. 2014년엔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평가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다량의 고도화된 핵무기를 가져서다. 2014년 계획했던 수준으론 북한 핵·미사일 위협을 감당할 수 없게 됐다는 얘기다.

북 핵·미사일에 대한 우리 군의 초기 대응능력(조건 ②)이란 미국의 확장억제력과 전략자산이 한반도에 도착하기 전에 우리 군이 스스로 방어하는 것이다. 이 능력 가운데 핵심은 한국군이 지구궤도에 띄우는 군사정찰위성이다. 우리 정찰위성이 포착한 북한 핵과 미사일 위치를 미사일 및 전투기에 제공해 거의 실시간에 타격한다는 복안이다. 이른바 킬체인(Kill Chain)의 눈이다. 그러나 2023년까지 5기 확보를 목표로 한 정찰위성(4.25 사업)은 방위사업 절차 등의 문제로 2~3년 지체됐다.

뿐만 아니라 킬체인의 핵심 타격체계로 북한 핵과 미사일을 제거할 육군의 초정밀 신형 전술지대지유도탄(KTSSM)을 개발하고도 남북 군사합의 영향으로 생산이 불투명하다는 보도가 나온다. 북한 미사일을 요격할 중고도 지대공 미사일인 L-SAM의 시험 발사를 미루는 바람에 개발이 늦어지고 있다. 미국이 제공한다는 확장억제와 전략자산 전개와 관련된 구체적인 협의도 더디다. 더구나 북한의 핵탄두 수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당초 계획으로는 개전 초반에 북 핵·미사일을 방어하고 제거하는 게 더 어려워졌다.

이런 상태에서 국방부는 문재인 대통령 임기(2022년 4월) 안에 전작권을 조기에 가져오겠다고 한다. 그래서 이번에 전작권 전환 조건과 잠정 시기를 다시 합의했다. 우리가 능력은 갖추지 못하는 상태지만, 전작권을 더 빨리 전환한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국방부는 새로 합의한 전작권 전환 조건의 수정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국방부는 이번 전작권 전환 새 합의에 따라 내년부터 전환 능력을 검증하는 과정인 ▶1단계 기본운용능력(IOC) ▶2단계 완전운용능력(FOC) ▶3단계인 완전임무수행능력(FMC)의 검증을 연속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이러한 검증은 실전적 한·미 연합훈련인 키리졸브(KR)연습과 을지프리덤가디언(UFG)연습을 통해 보완하면서 수행하는 게 원칙이다. 그렇지만 한·미 연합훈련이 중단된 상황에서 제대로 검증이 이뤄질지 의문이다.

북핵 문제가 해소되지 않은 위기 속에서 전작권을 전환해 미래 연합사령관에 한국 대장을 앉히는 것은 다시 생각해볼 사안이다. 한국군의 군사력은 우리가 사용하면 되지만, 유사시 미 증원전력의 한반도 증파 속도와 규모는 현지 사령관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요청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미군이 사령관을 할 때는 책임을 부여받은 상황이라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밖에 없지만, 한국군 사령관이 요구하기엔 한계가 있다. 또한 한국 대장이 한반도를 담당하는 태평양사령부 예하의 미군들을 속속들이 파악하지 못할뿐더러 미 핵우산과 확장억제 수단을 제때 효과적으로 활용하기는 더욱 어렵다. 유럽의 국가들이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최고동맹사령관(SACEUR)에 미군 대장을 임명하고 있는 이유다. 유럽 국가들의 자존심이 없어 그랬을까. 이런 점에서 전작권을 전환하더라도 당분간 미래 연합사령관과 부사령관을 한·미 대장이 번갈아 맡는 것도 방안이다.

전작권 전환을 하지 말자는 게 아니다. 전작권은 본래 한국의 것이고 잠시 미군에게 책임을 지워둔 것이다. 현 연합사령관은 미군 장성이기도 하지만 그에 대한 지휘권은 한·미 대통령이 50:50으로 갖고 있다. 역대 연합사령관이 한국 대통령에게 ‘나도 당신의 부하입니다’라고 표현하는 게 빈말이 아니다. 어제 취임한 신임 에이브럼스 연합사령관은 미 상원 청문회에서 “한·미 연합전력 주도를 위한 한국군의 능력과 관련해 무수한 격차(numerous gap)가 있다”며 한국군의 능력 부족을 지적한 바 있다. 안보는 자존심 문제가 아니라 국민 생명과 연관된 사안이다. 전작권 전환은 북핵을 고려해 안정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북한 비핵화를 달성한 뒤에 전환해도 늦지 않다.

김민석 군사안보연구소장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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