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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노인 돌봄도 ‘로봇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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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양호시설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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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할머니가 6일 도쿄 오타구에 있는 산타페 가든 힐즈에서 팔의 움직임을 도와주는 장착형 로봇 ‘하루’를 차고 숟가락을 들어 입으로 가져가는 훈련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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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착형 로봇 활용 식사 훈련

최첨단 기술, 생활에 도입

고령화·돌봄노동 인력난에

정부, 보조금 등 지원 활발


“자, ‘아~’ 해보세요.” “아~.” “한 번 더요.” “오늘은 좀 힘드네.”

지난 6일 도쿄 오타(大田)구에 자리한 ‘산타페 가든 힐즈’ 8층 거실. 80대 할머니가 젊은 직원의 지시에 따라 숟가락을 들어 입으로 가져가는 훈련을 하고 있었다. 오른팔에는 색다른 기기가 부착돼 있었다. 뇌의 신호를 감지해 팔의 움직임을 도와주는 장착형 로봇 ‘하루(HAL)’다. 탁자 옆에는 허리에 부착하는 타입도 배치돼 있다.

■ 일본에서 확산되는 ‘로봇 개호’

산타페 가든 힐즈에는 특별양호노인홈(한국의 노인요양원)과 개호(간병)시설, 장애인시설 등이 입주해있다. 이곳을 운영하는 사회복지법인 젠코카이(善光會)의 미야모토 다카시 이사는 “개호가 필요한 사람들은 느는데 인력은 부족하다”면서 “생산성 높은 운영을 하기 위해 로봇 등 여러 기기를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쿄 도내에 복지시설 6곳을 운영하는 젠코카이는 로봇과 인공지능(AI), 정보통신기술(ICT) 등 최첨단 기술을 개호에 적극 도입하고 있다. 2009년 개호 로봇 활용 연구를 시작했고, 2013년에 ‘개호 로봇 연구소’를 설립했다. 이 연구소는 2016년 ‘개호 로봇·인공지능(AI) 연구소’로 확장됐다.

젠코카이가 도입한 최첨단 기기·기술은 50종을 넘는다. 거실에는 노인들이 화장실에 가거나 휠체어를 탈 때 몸을 지탱해 이동시키는 로봇 ‘허그’가 있다. 커뮤니케이션 로봇 ‘파루로(Parlo)’나 ‘소타(Sota)’와 얘기를 나누거나 TV를 보는 노인들도 눈에 띄었다.

미야모토 이사가 다음으로 안내한 곳은 개인실이었다. 1인용 침대와 탁자 등이 놓여 있는 평범한 방처럼 보였지만, 천장과 벽에는 센서장치인 ‘오울사이트(Owlsight)’가 설치돼 있었다. 적외선 센서가 노인들이 개인별로 설정된 범위를 벗어나거나 이상 상황이 발생하면 직원들에게 신호를 보낸다. 직원들이 컴퓨터나 스마트폰 화면을 통해 상태를 확인할 수도 있다. 침대 매트리스 아래 설치된 스캔 기기를 통해선 노인들의 심박수, 수면 상태 등을 점검한다. 미야모토 이사는 “이용자들의 상태를 매번 확인할 필요가 없으니 직원들의 정신적 부담도 준다”면서 “AI 등으로 미리 행동을 예측해 사고를 막는 시스템도 개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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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령화·일손 부족에 적극 도입

일본 정부는 개호 분야에 로봇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지난 2월 각의(국무회의)에서 의결한 ‘고령사회대책대강’에는 2015년 24억엔(약 240억원) 규모였던 개호로봇 시장을 2020년까지 500억엔 규모로 성장시키는 내용이 담겼다. 경제산업성은 ‘로봇개호기기개발 표준화사업’으로 2016~2018년 47억엔의 보조금을 투입하고, 후생노동성도 ‘개호로봇도입 지원사업’으로 2015년 추경예산 52억엔을 개호시설 5000곳에 지급했다. 배경에는 심각한 고령화와 개호 일손 부족이 놓여있다. 지난 9월 일본 총무성이 발표한 인구추계에 따르면 70세 이상 인구는 지난해보다 100만명 늘어난 2618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20.7%를 차지했다.

주변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고령자도 늘고 있다. 국민연금 가입자 가운데 지원·개호가 필요한 피보험자수는 2000년 256만명에서 2018년 7월 651만명으로 증가했다. 이들 가운데 거동이 불가능한 ‘개호 5급’은 60만명이다. 반면 개호 인력은 점점 부족해져 2025년에는 37만명이 부족할 것으로 예측된다. 개호 업무가 육체적·정신적으로 힘들다 보니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마쓰모토 다쿠마 후생노동성 개호로봇개발·보급추진실 보좌는 “1990년대 5명이 고령자 1명을 떠받쳤지만, 2060년에는 1명이 고령자 1명을 지원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제대로 된 개호를 받지 못하는 고령자 등을 일컬어 ‘개호 난민’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 정부는 개호 직원의 처우 및 노동환경 개선, 중·고령자 채용, 외국인 노동자 수용 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일본 정부는 내년 4월 단순노동 분야에도 외국인 수용을 확대하는 새 제도를 시행할 예정인데, 개호 분야에서 매년 1만명을 받아들일 계획이다.

개호로봇 등 첨단기술 도입도 개호 난민을 줄이기 위한 주요한 정책수단이다. 보행 보조, 배설 보조, 목욕 보조, 커뮤니케이션, 간병인의 노인 이송 보조, 개호업무 지원 등 6개 분야, 13개 항목을 집중 분야로 정해 개발·도입을 지원하고 있다. 나아가 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7~1949년에 태어난 베이비부머 세대가 75세 이상이 되는 2025년까지 의료, 개호, 예방, 주거, 생계지원 등을 포괄적으로 제공하는 ‘지역 포괄 케어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도쿄 | 글·사진 김진우 특파원 jw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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