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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공룡’ 넷플릭스의 야심…‘한류 타고 아시아 공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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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내년 아시아 라인업 공개 싱가포르 현장

“한국은 아시아 콘텐츠 거점”

광대역 상위국이자 한류 중심지

동영상 스트리밍 격전지로 부상

아시아태평양 점유율 9% 정도

드라마 ‘킹덤’ 선보이며 집중 공략

제작자들에겐 절호의 기회

넷플릭스 콘텐츠 시상식 휩쓸고

전세계 동시 송출 파급력 커져

“시장 주도권 잃고 하청 전락” 지적

미국·유럽 국가들 견제 움직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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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와츠 넥스트: 아시아.’ 행사장에 들어서니 휘황찬란한 글자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가운데 우뚝 선 철탑에 붙어 있는 모니터에는 여러 프로그램 동영상이 흐른다. 누군가는 커피를 홀짝이며 이걸 보고, 누군가는 빈백 의자에 누워 있다. 뉴욕의 핫플레이스를 연상케 하는 자유로운 이 곳은, ‘콘텐츠 혁명’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OTT) 서비스 업체 넷플릭스의 아시아 라인업 발표 현장이다.

넷플릭스가 8일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에서 2019년 방영할 자체 제작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한국 드라마 <킹덤>, 인도 드라마 <레일라>, 미국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 시즌6> 등 총 14편이다. <킹덤> 1, 2부를 이날 전세계 처음으로 공개하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는 일본, 인도, 한국 등 아시아 11개국에서 온 기자 200명이 모였다. 넷플릭스가 아시아 기자들만 따로 모은 것은 처음이다. 앞으로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의도다. 넷플릭스는 왜 아시아 시장에 주력할까.

■ 아시아, 스트리밍 격전지 넷플릭스는 2007년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190개국 회원수 1억3700만명을 넘어설 정도로 전세계 콘텐츠 시장을 흔들고 있다. 아시아는 2015년 9월 일본을 시작으로, 한국은 2016년 론칭했다.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창립자 겸 대표는 이날 설명회에서 “각국의 콘텐츠 라이선스 과정을 거쳐 2016년 중국을 제외한 전세계 190개국 소비자들에게 넷플릭스를 선보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아시아 지역 회원수와 매출액을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지만, 넷플릭스 총매출이 2016년 9조9212억원에서 2017년 13조1355억원으로 껑충 뛴 데는, 아시아 시장 진입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2018년 아시아 지역 가입자수는 5800만명을 넘겼다.

업계는 넷플릭스가 아시아를 주목하는 이유에 대해, 아시아가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의 격전지로 떠올랐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 이어 2014년 미국 케이블 <에이치비오>(HBO)가 내놓은 에이치비오 나우, 내년 연말 선보일 디즈니 플레이 등 앞다투어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에 뛰어들고 있다. 여기에 미국 2위 통신사 에이티앤티(AT&T)도 이 시장에 뛰어들면서 경쟁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미국 내 경쟁 심화로 글로벌, 특히 아시아 시장 진출은 불가피하다. 넷플릭스의 점유율도 미국(48%), 유럽(45%)에 견줘, 아시아 지역은 아직 9% 정도에 머물고 있다.

스트리밍 서비스는 네트워크가 중요하다. 한국 등 인터넷 속도와 광대역 상위 국가들은 아시아에 포진돼 있다는 점도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들이 아시아를 주목하는 이유다. 헤이스팅스는 “인터넷이 가능해지면서, 원하는 시간대에 원하는 콘텐츠를 볼수 있는 등 엔터테인먼트계에 혁명을 가져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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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 아시아 콘텐츠의 거점 특히 아시아 전역에 콘텐츠를 판매하는 한국은 허브다. 넷플릭스는 행사 전날 <한겨레>에 “한국은 아시아 콘텐츠의 거점”이라고 강조하면서 “아시아에서 한국의 콘텐츠가 차지하는 중요성을 인지하고 한류를 전세계로 전파할 수 있는 허브로서 한국 전담팀을 구축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는 국내 월별 이용자수가 주춤하기 시작하자, 한국 자체 오리지널 프로그램을 공격적으로 제작하며 한국 공략에 나섰다. 한국에 진출한 이후 투입된 제작 비용만 1500억원으로 추정된다. 2017년 영화 <옥자>를 시작으로, 2018년 <범인은 바로 너> <유병재의 스탠드업 코미디 비B)의 농담> <와이지 전자> <라바 아일랜드>를 서비스했다. 앞으로 <킹덤> <범인은 바로 너 시즌2> <좋아하면 울리는> <첫사랑은 처음이라서> 등 드라마와 예능을 넘나들며 오리지널 컨텐츠를 선보일 예정이다.

또한 넷플릭스는 다양한 방송사의 프로그램 방영권을 대거 사들였다. <비밀의 숲>과 <맨투맨>은 제작 전에 판권을 사들이는 일종의 공동투자를 했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전체적으로 오리지널 콘텐츠 120여편을 제작했고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8조6000억원을 투자한다. 국내 콘텐츠 시장의 10배에 달하는 규모다. 드라마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이 지난해 4분기 제작 콘텐츠의 50%를 넷플릭스에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하는 등 한국 관련 제작물은 급속도로 늘어날 전망이다. 넷플릭스 쪽은 “내년은 한국을 포함해 아시아 전체에서 자체 콘텐츠 17편을 만들 계획이다”고 밝혔다.

■ 아시아 제작자들 세계진출 기회로 이런 공격적인 투자는 아시아 제작자들에게 절호의 기회다. 넷플릭스에 서비스 됐던 <비밀의 숲>은 2017년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국제드라마 부분 톱10’에 선정됐다. 급성장하는 넷플릭스의 파급력은 할리우드를 위협할 정도다.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를 비롯해 넷플릭스 제작 콘텐츠는 ‘에미상’에서 총 23개 부문을 수상하며 역대 17개를 받은 <에이치비오>의 아성을 깼다. 한 예능 피디는 “좋은 콘텐츠가 전세계에서 소개되면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이 넷플릭스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킹덤>의 김은희 작가는 “넷플릭스와 만나 훨씬 자유롭게 창작 활동을 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김민영 넷플릭스 한국 콘텐츠 디렉터는 “제작자들이 기존 플랫폼에서 할 수 없던 것들을 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이 넷플릭스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킹덤> 회당 제작비는 15억~20억원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넷플릭스가 막대한 투자비로 독점 계약을 하면서 국내 콘텐츠 수급 시장의 주도권을 빼앗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방송협회는 지난 5월 성명서를 내어 “국내 콘텐츠 제작산업은 넷플릭스의 생산 하청기지로 전락하고, 한류의 해외 확산 기회를 해외 거대 콘텐츠 사업자가 빼앗아 가도록 내버려둬선 안 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외국에서도 디즈니가 넷플릭스에 콘텐츠 제공을 중단하고 자체 온라인 유통 통로를 강화하겠다고 밝히는 등 미국, 유럽 등의 국가에서도 넷플릭스 견제 움직임도 시작되고 있어 국내 컨텐츠 관련 기업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싱가포르/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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