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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IF] 中, 엑사급 수퍼컴 또 개발… 日·유럽, 1조 투자하며 추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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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서버기업 수곤은 지난달 22일 엑사플롭(EF·1엑사플롭은 1초당 100경회 연산을 처리하는 속도)급 수퍼컴퓨터 시제품인 '슈광(Shuguang)'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엑사(exa)는 100경(京)을 나타내는 단위다. 현재 가장 빠른 수퍼컴퓨터의 성능을 설명할 때 페타(peta·1000조) 단위를 쓰고 있는데 슈광은 속도가 세 자릿수나 빨라진 것이다.

중국이 엑사급 수퍼컴퓨터를 내놓은 것은 올해 들어서만 벌써 3번째다. 중국과학원은 지난 5월 '톈허 3', 8월에는 '선웨이 엑사스케일'을 공개했다. 매번 기기 스펙을 공개하지 않아 구체적인 성능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졌지만, 현재 세계에서 공식적으로 가장 속도가 빠른 수퍼컴퓨터인 미국의 '서밋'(200페타플롭)보다 최소 5배 이상 빠른 연산 속도를 갖춘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는 오는 2020년까지 이들 엑사플롭 수퍼컴을 상용화해 국가 연구소와 기업에 공급할 계획이다.

중국이 불붙인 수퍼컴 개발 경쟁

중국은 당초 미국의 견제로 핵심 부품인 중앙처리장치(CPU) 반도체 수입이 막혀 차세대 수퍼컴퓨터 개발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중국은 최근 자체적으로 수퍼컴퓨터용 고성능 CPU칩 개발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발표한 슈광도 중국 반도체기업 하이곤이 개발한 프로세서 '드야나(Dhyana)'를 장착했다. 이 업체는 최근 수천억원을 주고 미국 기업 AMD로부터 반도체 기술을 이전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전자업계 일부에서는 "중국 정부가 미래 성장 동력이 걸려 있는 수퍼컴퓨터 개발을 위해 미국 기업에 엄청난 혜택을 주면서 핵심 기술을 이전받은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도 나왔다.

조선비즈

중국 국가수퍼컴퓨팅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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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이처럼 필사적으로 수퍼컴퓨터 개발에 매달리는 것은 수퍼컴퓨터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인프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수퍼컴퓨터는 일반 고성능 컴퓨터보다 연산 속도가 수천 배 빨라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자율주행차·드론 등 방대하고 복잡한 데이터를 다루는 미래 산업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다른 국가들도 일제히 엑사급 수퍼컴퓨터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미국의 경우 에너지부(DOE)가 2021년까지 1엑사플롭급 수퍼컴퓨터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아직 시제품은 나오지 않았지만 중국과 비슷한 속도로 개발이 진행돼 이미 핵심 장치 제작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도 새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일본은 최근 미·중 주도 경쟁 속에 세계 수퍼컴퓨터 상위권에서 밀려나 있었다. 이화학연구소와 전자기업 후지쓰는 지난 8월 현재 일본 최고 성능 수퍼컴인 '쿄(京)'보다 연산 속도가 100배 빠른 수퍼컴에 장착할 CPU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쿄는 1초당 연산 속도가 19페타플롭 정도이기 때문에 새 CPU는 엑사플롭급 수퍼컴을 구현할 수 있는 수준으로 평가된다.

일본은 수퍼컴퓨터를 자연재해 예측과 신약 개발 분야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지진이 많이 일어나는 지형 특성상 열도 주변 판의 이동과 쓰나미 발생을 예측하는 데 엄청난 연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아베 정부 들어 1300억엔(약 1조4000억원)을 수퍼컴퓨터 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문부과학성은 지난달 24일 수퍼컴 개발을 위한 추가 예산으로 2000억원을 승인했다.

유럽연합(EU)도 지난달 2일 "중국과 미국, 일본을 따라잡기 위해 2023년까지 10억유로(약 1조3000억원)를 투자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컴퓨터를 개발하겠다"고 선언했다. 현재 유럽의 수퍼컴퓨터 성능은 미국, 중국과 비교해 10분의 1 수준이다.

한국은 이제 페타플롭급 개발 시작

한국은 수퍼컴 선진국과 상당한 격차를 보이고 있다. 이제서야 페타플롭급 수퍼컴퓨터 개발에 나서기 시작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오는 2022년 1페타플롭급 수퍼컴퓨터 상용화를 목표로 올해부터 본격 개발에 착수했다. 이런 흐름대로라면 자체 개발이 끝나는 2022년 한국과 세계 수퍼컴퓨터의 성능 격차는 1000배 이상 벌어질 전망이다.

한국은 현재 세계 상위 500대 수퍼컴퓨터 중 7대를 보유하고 있지만 모두 미국·중국 기업의 제품이다. 하드웨어 제작 기술이 없어 CPU와 같은 핵심 부품은 지금부터 새로 개발해야 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수퍼컴퓨터 개발 정책이 뒤집어지면서 자체 개발이 늦어진 탓이다.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연구위원은 "수퍼컴퓨터 기술력은 하드웨어 자체 개발은 물론이고, 소프트웨어 개발 능력도 갖춰야 한다"며 "정부가 외국산 기기를 들여오면 당장 수퍼컴 강국이 된다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최인준 기자(pe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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