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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IF] 자율차의 딜레마… 소년과 노인 중 누굴 살려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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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차가 브레이크 고장을 일으켰다. 횡단보도에는 막 노인과 초등학생이 마주 보고 길을 건너고 있다. 자율차는 노인을 살리고자 핸들을 돌려 소년을 쳐야 할까, 소년을 살리려고 노인과 부딪쳐야 할까. 프랑스라면 소년을 살려야 하고, 한국이라면 노인이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이야드 라완 교수 연구진은 지난달 25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전 세계 230여만 명을 대상으로 다양한 사고 상황에서 자율차가 먼저 살려야 할 사람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예상대로 사람들은 소수보다는 다수를 살려야 한다고 답했고, 애완동물보다는 사람을 우선시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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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합의점은 거기까지였다. 북미와 유럽 등 서방국가에서는 어린이를 살리기 위해 노인을 희생해야 한다고 답했지만, 유교와 이슬람이 강한 동방 국가에서는 노인을 우선시했다. 또 핀란드나 일본처럼 부유하고 국가 제도가 강력한 나라는 나이지리아나 파키스탄처럼 중앙정부가 약한 나라보다 불법 보행자라면 희생할 수도 있다는 의견이 더 많았다. 자율차가 상용화되면 수출 국가에 따라 윤리 프로그램을 달리해야 하는 셈이다.

연구진은 인터넷에 '도덕적 기계(moral machine)'라고 이름 붙인 게임을 만들었다. 자율차가 마주할 13가지 사고 상황을 주고 누구를 살려야 하는지 묻는 방식이었다. 18개월 만에 233지역·국가에서 총 4000만건의 선택이 이뤄졌다.

연구진은 2016년에도 자율차가 보행자와 탑승자 중 누구의 안전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지 묻는 조사를 벌였다. 당시 응답자들은 자율차는 보행자를 일부러 쳐서는 안 된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와 함께 보행자 우선 프로그램이 장착 된 자율차는 사지 않겠다고 답해 윤리 논의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반면 이번 조사는 대상이 방대하고 다양한 사고 상황을 제시해 논의를 더욱 발전시킬 수 있다고 연구진은 기대했다. 실제로 독일 자동차 업체 아우디는 "이번 결과는 자율차 윤리에 대한 중요한 논의를 촉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자율차에서 발생하는 위험을 어느 정도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번 결과를 반박하는 의견도 있다. 미국 사우스 캐롤라이나대 법학과의 브라이언트 워커 스미스 교수는 네이처 인터뷰에서 "자율차가 서로 다른 형태의 두 사람 중 한 명을 골라 충돌하는 선택 상황에 처하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만약 그렇다면 자율차가 소행성과 충돌해야 하는 상황도 걱정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현재 전 세계에서 독일이 유일하게 자율차의 윤리 기준을 제안했다. 그 내용 중 하나가 나이를 기준으로 생명의 가치를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yw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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