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이야드 라완 교수 연구진은 지난달 25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전 세계 230여만 명을 대상으로 다양한 사고 상황에서 자율차가 먼저 살려야 할 사람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예상대로 사람들은 소수보다는 다수를 살려야 한다고 답했고, 애완동물보다는 사람을 우선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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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합의점은 거기까지였다. 북미와 유럽 등 서방국가에서는 어린이를 살리기 위해 노인을 희생해야 한다고 답했지만, 유교와 이슬람이 강한 동방 국가에서는 노인을 우선시했다. 또 핀란드나 일본처럼 부유하고 국가 제도가 강력한 나라는 나이지리아나 파키스탄처럼 중앙정부가 약한 나라보다 불법 보행자라면 희생할 수도 있다는 의견이 더 많았다. 자율차가 상용화되면 수출 국가에 따라 윤리 프로그램을 달리해야 하는 셈이다.
연구진은 2016년에도 자율차가 보행자와 탑승자 중 누구의 안전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지 묻는 조사를 벌였다. 당시 응답자들은 자율차는 보행자를 일부러 쳐서는 안 된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와 함께 보행자 우선 프로그램이 장착 된 자율차는 사지 않겠다고 답해 윤리 논의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반면 이번 조사는 대상이 방대하고 다양한 사고 상황을 제시해 논의를 더욱 발전시킬 수 있다고 연구진은 기대했다. 실제로 독일 자동차 업체 아우디는 "이번 결과는 자율차 윤리에 대한 중요한 논의를 촉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자율차에서 발생하는 위험을 어느 정도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번 결과를 반박하는 의견도 있다. 미국 사우스 캐롤라이나대 법학과의 브라이언트 워커 스미스 교수는 네이처 인터뷰에서 "자율차가 서로 다른 형태의 두 사람 중 한 명을 골라 충돌하는 선택 상황에 처하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만약 그렇다면 자율차가 소행성과 충돌해야 하는 상황도 걱정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현재 전 세계에서 독일이 유일하게 자율차의 윤리 기준을 제안했다. 그 내용 중 하나가 나이를 기준으로 생명의 가치를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yw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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