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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민갑룡 청장 100일… PC방 살인? 경찰 존재이유 보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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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최민지 기자] [文정부 정책기조 맞추고 여성 친화적 정책 펼쳐…내부 반발 해소 등 숙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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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갑룡 경찰청장(사진 앞줄 왼쪽 두번째)이 경찰의 날(10월 21일)을 맞아 25일 서울 서대문 경찰기념공원에서 순직한 경찰관들을 추모하는 기념비에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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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갑룡 경찰청장이 취임한 지 100일이 지나면서 각종 경찰 개혁에 속도가 붙고 있다. 조현오 전 경찰청장 구속, 세월호 손해배상소송 취하 등 과거 논란을 수습하는 일도 속속 진행됐다.

하지만 취임 일성으로 내걸었던 수사권 조정은 정치권 합의가 삐걱대면서 안갯속이다. '정권 입맛에 맞는 일만 한다'는 안팎의 비판도 부담이다.

올 7월24일에 취임한 민 청장은 이달 말 꼭 100일을 맞는다. 젊은 청장(경찰대 4기, 1965년생)이자 기획통으로 경찰 조직에 새로운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기대받았다.

실제 변화가 적잖다. 우선 민 청장은 주요 정책의 무게 중심을 '친(親) 여성'에 뒀다. 기존 남성 중심적인 조직문화, 여성 대상 범죄 엄단에 대한 여론 등을 적극 고려했다.

경찰청에 여성범죄근절추진단을 설치했고 여성단체들이 제기한 '불법촬영물 카르텔' 척결을 위해 사이버성폭력 특별수사단을 구성했다. 특별수사단은 8월에 구성된 이후 이달 20일 기준 2062명을 검거하고 88명을 구속하는 성과를 거뒀다.

민 청장은 여경 확대에도 적극적이었다. 현 정부의 성평등 정책 기조에 맞춰 여경을 25%씩 뽑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올 6월 기준 전체 경찰 중 여성의 비율은 11.1%다. 이를 2022년까지 15%대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올 12월 경찰공무원(순경) 공개경쟁채용시험에서도 총 선발인원 3000명 중 최소 750명을 여성으로 뽑는다.

민 청장의 또 다른 성과는 적폐 청산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경찰들을 동원해 정권 옹호 댓글을 달게 한 혐의로 조현오 전 청장을 구속했고 박종철 열사의 아버지 박정기씨의 장례식장에 찾아가 과거 잘못을 사과했다.

집회·시위로 경찰이 입은 피해를 배상하라며 세월호 추모 집회를 주최한 시민단체(세월호 참사 국민대책위원회)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도 금전배상 없이 끝냈다.

하지만 과제도 만만치 않다. 현 정부의 기조에 발맞추다 보니 내부 반발도 나온다. 경찰청 개혁위원회의 정보경찰 축소 권고,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의 각종 사과 권고가 나오자 "정권 입맛에 따라 조직이 휘둘린다"는 목소리가 대표적이다.

진상조사위가 2009년 쌍용차 파업, 2015년 민중총궐기 집회 등과 관련한 손배소를 취하하고 과잉 진압을 사과하라는 권고에 두 달째 뚜렷한 입장을 정하지 못하는 것도 이 같은 기류와 무관치 않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각종 시민단체들이 경찰 개혁을 명분으로 내세워 요구하는 것 중에는 국가 공권력의 본질을 부정하는 것도 많다"며 "무조건 외부의 요구사항을 들어줄 게 아니라 경찰의 의무를 다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수용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변화에 따른 조직 추스르기도 숙제다. 여경 확대와 성 평등 조직문화 강조에 남성 경찰관(남경)들의 불만이 쌓이고 있다. 일선에서 여경들이 힘들고 위험한 보직은 피하려 하기 때문에 남경이 오히려 역차별 받는다는 주장이다. 기획라인 등 특정 출신들만 인정받을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도 불식시켜야 한다.

민 청장이 최우선과제로 꼽아왔던 수사권 조정이 미뤄지는 점도 부담이다. 올 6월 정부가 제시한 조정안을 논의할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의 활동 기한은 연말까지다. 두 달 만에 형사소송법 등 여러 법률 개정을 둘러싼 여야 이견 차를 좁힐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여러 난제에도 불구하고 민 청장이 집중해야 할 방향은 분명하다. 국민의 안전 확보라는 경찰의 근본 가치가 그것이다. 최근 PC방·주차장 살인사건 등 잇따른 강력사건으로 나타난 국민들의 불안과 불신은 역설적으로 경찰의 존재 이유를 다시 한번 강조해주고 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이럴 때일수록 추상적 과제보다는 눈앞에 닥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며 "효과적인 범죄예방 전략을 보여주는 한편 교육부, 여성가족부, 고용노동부 등 연관 부처와 연계해 정책 어젠다를 만드는 새로운 치안 패러다임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민지 기자 mj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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