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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밀착카메라] '재난 위험' 학교서…여전히 수업 중인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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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천재지변이 나면 보통 그 지역에 있는 학교로 대피합니다. 그만큼 학교가 가장 믿을만한 '안전 시설'이기 때문이겠지요. 그런데 대피 장소로는 커녕 아이들 수업을 걱정해야할 상황입니다. 전국에 재난위험시설로 지정된 학교 건물이 13개나 되는데 예산 등의 이유로 여전히 사용하고 있는 곳들이 많습니다.

밀착카메라 손광균 기자가 학교들을 둘러봤습니다.



[기자]

충청남도의 한 중학교 급식실 건물입니다.

창틀은 뜯기고, 벽은 길게 갈라졌습니다.

지어진 지 40년이 훌쩍 넘은 건물인데, 지난해 말 정밀안전진단을 받아 '안전 불량'인 E등급을 받았습니다.

이럴 경우 교육부 지침상 올해 안으로 보강하거나, 내년까지 철거해야 합니다.

하지만 학교는 10달 넘게 문만 잠가뒀습니다.

[학교 관계자 : 대체공간이 없다고 봐야죠. 거기 건물에 급식실하고 도서실이 있었거든요. 특별실도 있었고.]

학교는 교육청의 결정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학교 관계자 : 교육부 심의를 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빨리) 해줬으면 좋겠는데, 그것도 쉽지는 않은 것 같더라고요.]

예산 상황을 감안하면 개선까지 앞으로도 2년 넘게 걸릴 수 있는 상황입니다.

[지방 교육청 관계자 : 예산이 나오면 설계하는 것도 최소 6~7개월이니까. 설계 거치고 하면 공사는 한참 걸리죠.]

세종시의 한 고등학교입니다.

학교 건물 2개 동은 지난해 정밀 검사에서 D등급을 받았습니다.

D등급은 '안전 미흡'으로 '긴급한 보수나 보강이 필요한' 상황을 말합니다.

하지만 등급을 받은 지 1년 가까이 지난 최근까지 이 건물에서 수업을 해왔습니다.

[언제쯤 하는 건 모르겠고 (공사는) 한다고 했어요. (수업은) 일주일에 한 번.]

전남 목포의 한 초등학교 별관 건물은 준공된 지 50년이 된 올해 결국 철거됐습니다.

공사가 한창인 저 자리에는 재난위험시설로 지정된 건물 중의 가장 오래된 학교 건물이 있었는데요.

원래는 이달 중순까지 신축건물이 문을 열었어야 되지만 현재도 작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정밀안전진단에서 재난위험시설에 해당하는 D등급이나 E등급을 받은 초·중·고등학교는 전국에 11곳, 건물로는 13동입니다.

E등급 2곳은 모두 사용 중지됐지만, D등급 건물 중의 일부는 예산 등을 이유로 여전히 학생과 교사가 사용 중입니다.

교육부는 D등급 건물의 학교라도 '주기적으로 검사하고 보고만 하면 사용은 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등급 지정 후에 2년 안에 보강 공사나 철거가 없으면 수업 장소를 옮기거나, 임시 건물을 교실로 활용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더 큰 문제는 학교 측이 재난위험시설 지정 사실을 제대로 안내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취재진이 재난위험시설로 지정된 11개 학교 홈페이지 공지사항과 가정통신문을 조회해봤습니다.

학생과 학부모에게 이런 사실을 알리거나 공사 계획을 올린 곳은 3곳에 불과했습니다.

[몰랐어요. 그냥 급식실 새로 짓고 뒤에 건물이 오래된 거 있는데, 그것도 새로 짓는다고 했어요.]

사실상 기존 건물의 위험성을 적극 알리지 않은 것입니다.

서울의 한 유치원이 붕괴된지 2달이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때도 안전 문제를 알고도 방치했었는데요.

재난위험시설 진단을 받은 이 11개 학교도, 1년 가까이 비슷한 상황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인턴기자 : 박광주)

손광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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