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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英 재계 거물 미투 공개…비밀유지각서 무너뜨린 의회 면책특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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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숍 등 거느린 필립 그린 회장…의원, 법원명령 반해 의회서 실명 거론

(서울=연합뉴스) 황정우 기자 = 영국의 유명 유통체인 톱숍(Topshop) 등을 소유한 재계 거물 회장이 성폭력 피해 고발운동인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스캔들의 장본인으로 지목됐다.

특히 '비밀유지각서'(Non-disclosure agrrement·NDAs)로 신원이 공개되지 않을 수도 있었지만 한 의원이 실명 공개 방법으로 '의회 면책특권'을 활용해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25일(현지시간) 영국 진보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피터 헤인 영국 상원의원은 이날 상원에서 발언을 통해 최근 일간 텔레그래프가 '영국 미투 스캔들'이라는 헤드라인으로 보도한 미투 의혹의 당사자는 필립 그린 아카디아 그룹(Acadia Group) 회장이라고 밝혔다.

아카디아 그룹은 톱숍, 톱맨, 그리고 최근 파산한 BHS 등 유통체인들을 거느린영국의 대형 유통 기업이다.

연합뉴스

필립 그린 회장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앞서 텔레그래프는 직원 5명이 "재계 유력 인사"로부터 성희롱, 인종차별적 행동, 협박 등을 당했지만 이를 외부에 알리지 않는다는 비밀유지각서에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재계 유력 인사"가 누구냐를 둘러싸고 영국 사회의 이목이 쏠린 가운데 영국 항소법원은 텔레그래프가 이 인사의 이름을 실명 보도하는 것은 공익에 부합한다는 1심 판결을 뒤집고 실명을 공개 보도해선 안 된다는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헤인 의원이 의회에서 '의회 면책특권'을 행사해 이름을 꺼낸 것이다. 헤인 의원은 "강제적으로 지속해온, 중대하고도 상습적인 성희롱, 인종차별, 협박에 관한 진실을 감추기 위해 비밀유지각서와 상당한 금액 지급을 이용한 영향력 있는 재계 인사 사건에 깊숙이 연관된 인사와 접촉했다"며 "그 매체가 명백히 공익에 부합하는 이 스토리 전체를 보도하지 말라는 법원 명령을 받은 점을 고려할 때 의회면책특권을 이용해 그 당사자가 필립 그린이라고 밝히는 게 내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발언했다.

이에 대해 그린 회장은 의회 발언과 법원 명령에 대해 언급은 하지 않으면서 성희롱 의혹 등은 완강히 부인했다.

그는 "불법적인 성적 또는 인종차별적 행위를 했다고 주장하는 것이라면 나는 단정적으로, 전적으로 그런 주장들을 부인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면서 "아카디아는 직원 2만명 이상을 두고 있고 때때로 직원들로부터 공식적인 불평을 받는다"면서 "이들 중 일부는 모든 이해당사자와 그들의 법적 조언자들과 합의를 통해 해결한다. 이런 해결은 비밀이어서 내가 이에 대해 추가로 언급할 수 없다"고 했다.

테리사 메이 총리는 지난 24일 하원에 출석, 총리와의 질의·응답 시간에 관련 질의에 대해 정부는 비밀유지각서 활용에 대한 개선을 이미 약속했다면서 "비밀유지각서가 내부고발을 막을 수는 없지만, 일부 사업주들이 비윤리적으로 사용하는 건 명백하다"고 답했다.

가디언은 만일 텔레그래프 보도가 사실이라면 그린 회장에게 부여된 기사 작위 철회를 요청하는 목소리가 의회에서 나올 수 있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

피터 헤인 영국 하원의원



jungw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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