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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IF] 총격전 장면에서 화약 냄새가… 후각 자극해 뇌 속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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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총격전 장면이 나오자 매캐한 화약 연기 냄새가 났다. 식당 소개 사이트에 올라 있는 요리에 마우스를 대자 입 안에 음식 맛이 느껴졌다.'

공상과학(SF) 영화에서처럼 전기자극으로 미각과 후각을 창조하는 디지털 기술이 최근 잇따라 선을 보이고 있다. 혀나 코 같은 인간의 감각기관을 미세한 전기로 자극해 특정 음식을 맛보거나 냄새를 맡는 것처럼 착각하게 하는 것이다. 이 기술들이 상용화되면 장소에 상관없이 감각을 전송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화면 속 꽃에서 향이 난다

말레이시아 이매지너링 연구소의 카순 카루나나야카 박사 연구팀은 최근 사람의 후각을 자극해 특정 냄새를 맡는 것처럼 느끼게 하는 '디지털 냄새' 장치를 개발했다. 연구진은 사람 코에 전극과 카메라가 달린 케이블을 집어 넣고, 카메라 영상을 보면서 코 안쪽에 있는 후각 상피 세포(냄새를 맡는 세포)에 전지 자극을 줬다. 코는 냄새를 내는 화학 물질이 후각 세포와 결합하면서 후각을 감지하는데, 연구진은 이 과정을 전기 자극으로 대신한 것이다.

디지털 냄새는 전기 자극 강도에 따라 종류가 달라진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카루나나야카 박사는 "이 기술을 활용하면 향후 온라인 쇼핑을 하면서 화면에 나타나는 음식 냄새나 꽃의 향기를 맡을 수 있고, 아침 알람을 울리는 스마트폰에서 커피 향을 맡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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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을 만드는 기술도 나왔다. 일본 메이지대 미야시타 요시아키 교수는 지난달 압전(壓電) 효과를 이용해 오래 씹어도 향이 사라지지 않는 '전기 껌'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압전 효과는 물체의 형태가 바뀌면 전류가 생산되고, 반대로 전류를 흘리면 물체의 형태가 달라지는 현상이다. 연구진은 압전 소재로 이뤄진 얇은 플라스틱 필름을 개발했다. 이 필름을 1분 이상 껌처럼 씹으면 전류가 조금씩 흘러나오면서 혀의 미각세포를 자극한다.

일본 스타트업 레키모토랩은 2016년 도쿄대와 함께 소금 없이 짠맛을 내는 '전기 포크'를 선보였다. 포크 손잡이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앞부분에 약한 전류가 흐른다. 혀가 미세한 전기 자극을 받으면 짠맛을 느낀다고 업체는 설명했다. 전기 포크는 전류 세기에 따라 짠맛을 5단계까지 조절할 수 있게 했다. 레키모토랩의 히로미 나카무라 박사는 "앞으로 당뇨병 환자들이 혈당 조절 걱정 없이 마음껏 단맛을 맛볼 수 있는 전기 사탕을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맹물에서 레모네이드 맛이

싱가포르국립대는 지난해 4월 아무런 물질도 첨가하지 않은 물에 전류를 흘려 특정 맛을 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센서가 부착된 막대를 레모네이드가 담긴 컵에 넣어 산도(酸度)와 색깔 등 정보를 분석했다. 이 정보들을 전극이 설치된 다른 컵에 입력해 평범한 맹물을 레모네이드 맛이 나도록 바꾸는 것이다. 컵 내부에 달린 LED(발광다이오드) 조명은 밝은 노란색 빛을 내서 레모네이드와 비슷한 시각 효과를 냈다.

연구진은 "아무것도 모르고 맹물을 마신 실험자들이 '맛과 빛깔 모든 면에서 레모네이드를 마시는 것 같았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 기술을 활용해 멀리 떨어진 사람에게도 동일한 맛의 음료를 맛보게 하는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연구진은 레모네이드에서 얻은 정보를 근거리 무선 전송 기술인 블루투스를 통해 맹물이 든 컵에 전달해 가상 음료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만약 특정 음료의 맛을 좌우하는 각종 미각 정보를 인터넷을 통해 다수 사람에게 제공한다면 전 세계 어디에서나 똑같은 맛의 음료를 맛볼 수 있다는 것이다. 니메샤 라나싱게 싱가포르국립대 박사는 "외국 맛집에서 맛본 음료의 맛을 고향에 있는 친구들도 똑같은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좋아하는 음료의 맛을 주면서도 칼로리는 없어 다이어트 효과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최인준 기자(pe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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