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EU집행위원회는 23일(현지시간) 이탈리아가 제출한 내년 예산안을 거부하고, 3주 안으로 수정안을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발디스 돔브로브스키스 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은 "(승인을 거부하는 것 외에)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이는 이미 예고된 수순이라는 평가다. EU는 서유럽 최초의 포퓰리즘 정권인 이탈리아 정부가 가뜩이나 빚더미 상태에서 감세 등 공약이행을 위해 지출을 대폭 늘리기로 하자, 지속적으로 우려를 제기해왔다. 이탈리아가 내년 예산안에 반영한 재정적자 비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2.4%로 전임 정권의 기존 목표치(0.8%)는 물론, 시장에서 평가한 마지노선(2%)을 상회한다.
EU집행위는 지난 18일에도 이탈리아의 내년 예산안이 전례없이 EU규정을 위반해왔다는 내용의 서한을 이탈리아 정부측에 보냈다. EU는 특정국가의 공공부채 상한선을 GDP의 60%로 설정중이지만, 유로존 3위 경제국인 이탈리아의 부채 규모는 GDP 대비 131%로 최근 구제금융을 졸업한 그리스에 이어 두번째로 높다. 재정적자를 확대하는 현 정책을 고수할 경우 앞서 유로존을 뒤흔든 그리스처럼 이탈리아발 재정위기가 번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EU의 예산안 승인 거부에 따라 이탈리아는 3주 내 새 예산안을 제출해야만 한다. 하지만 이탈리아측은 예산안을 수정할 의사가 없음을 거듭 시사했다.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은 "EU의 거부는 아무것도 바꿔놓을 수 없다. 우리는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EU는 정부가 아닌, 이탈리아 국민을 공격하고 있다. 이탈리아인들은 이번 결정으로 더 화가 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루이지 디 마이오 이탈리아 부총리 역시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리는 우리가 올바른 길을 가고 있다는 것을 안다"며 "우리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 빈곤층에 월 780유로(약 100만원)의 기본소득을 제공하고 연령수령 연령을 낮추는 등 선거 공약을 시행하기 위한 재원을 반영했다. 단일세율 도입을 위한 감세, 사회간접자본시설에 대한 대규모 정비 등을 위한 예산도 포함됐다. 과감한 확장적 재정정책을 펼쳐 경제성장률을 높이고 국가부채 규모를 줄여나가겠다는 게 이탈리아 포퓰리즘 정권의 논리다. 다만 현 정권은 시장에서 우려하고 있는 유로존 탈퇴와 관련해서는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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