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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EU, 결국 이탈리아 예산안 거부…사상 최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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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유럽연합(EU)이 재정 적자를 대폭 확대한 이탈리아 포퓰리즘 정부의 내년 예산안을 결국 거부했다. EU가 회원국의 예산안 승인을 거부한 것은 이번이 최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EU집행위원회는 23일(현지시간) 이탈리아가 제출한 내년 예산안을 거부하고, 3주 안으로 수정안을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발디스 돔브로브스키스 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은 "(승인을 거부하는 것 외에)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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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이미 예고된 수순이라는 평가다. EU는 서유럽 최초의 포퓰리즘 정권인 이탈리아 정부가 가뜩이나 빚더미 상태에서 감세 등 공약이행을 위해 지출을 대폭 늘리기로 하자, 지속적으로 우려를 제기해왔다. 이탈리아가 내년 예산안에 반영한 재정적자 비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2.4%로 전임 정권의 기존 목표치(0.8%)는 물론, 시장에서 평가한 마지노선(2%)을 상회한다.

EU집행위는 지난 18일에도 이탈리아의 내년 예산안이 전례없이 EU규정을 위반해왔다는 내용의 서한을 이탈리아 정부측에 보냈다. EU는 특정국가의 공공부채 상한선을 GDP의 60%로 설정중이지만, 유로존 3위 경제국인 이탈리아의 부채 규모는 GDP 대비 131%로 최근 구제금융을 졸업한 그리스에 이어 두번째로 높다. 재정적자를 확대하는 현 정책을 고수할 경우 앞서 유로존을 뒤흔든 그리스처럼 이탈리아발 재정위기가 번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EU의 예산안 승인 거부에 따라 이탈리아는 3주 내 새 예산안을 제출해야만 한다. 하지만 이탈리아측은 예산안을 수정할 의사가 없음을 거듭 시사했다.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은 "EU의 거부는 아무것도 바꿔놓을 수 없다. 우리는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EU는 정부가 아닌, 이탈리아 국민을 공격하고 있다. 이탈리아인들은 이번 결정으로 더 화가 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루이지 디 마이오 이탈리아 부총리 역시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리는 우리가 올바른 길을 가고 있다는 것을 안다"며 "우리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 빈곤층에 월 780유로(약 100만원)의 기본소득을 제공하고 연령수령 연령을 낮추는 등 선거 공약을 시행하기 위한 재원을 반영했다. 단일세율 도입을 위한 감세, 사회간접자본시설에 대한 대규모 정비 등을 위한 예산도 포함됐다. 과감한 확장적 재정정책을 펼쳐 경제성장률을 높이고 국가부채 규모를 줄여나가겠다는 게 이탈리아 포퓰리즘 정권의 논리다. 다만 현 정권은 시장에서 우려하고 있는 유로존 탈퇴와 관련해서는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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