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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개혁개방 1번지 광둥 찾은 시진핑...6년전과 달라진 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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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전 덩샤오핑 동상에서 중단없는 개혁 다짐

6년 집권 기간 동안 개혁 후퇴 비판도 불러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 개혁개방의 1번지인 광둥(廣東) 성을 찾았다. 2012년 제18차 공산당 당 대회에서 중국 최고지도자로 선출된 직후 첫 지방 방문지로 광둥을 선택한 데 이은 만 6년만의 남순(南巡) 행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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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3일 광둥성 주하이에서 홍콩과 광둥성 및 마카오를 잇는 강주아오 대교의 개통을 선언하고 있다. [주하이=A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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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광둥성 주하이(珠海)에 도착해 헝친(橫琴) 산업단지를 둘러본데 이어 23일에는 세계 최장 해상교인 강주아오(港珠澳) 대교 개통식에 참석했다. 시 주석은 세계 최대의 에어컨 업체인 커리(格力)사를 방문한 자리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 의존해 혁신을 추구해야 하며, 나는 모든 기업가가 이러한 방향을 추구하길 원한다"며 "중국은 자주적인 기술과 혁신 역량을 발전시키는 데 있어 기개와 결의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지도자의 광둥행이 주목받는 것은 개혁개방의 1번지라는 상징성 때문이다. 시 주석은 6년 전 첫 광둥 방문 길에서 선전(深?)에 있는 덩샤오핑(鄧小平)의 동상에 헌화하며 ‘중단없는 개혁’을 다짐했다. 자신의 광둥 시찰을 덩샤오핑의 남순강화(南巡講話)와 연결 지으면서 개혁적 지도자로서의 이미지를 각인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특히 올해가 중국 개혁개방 40주년이란 점을 감안하면 시 주석은 이번 2차 광둥행에서도 개혁의 가속화와 개방 확대를 천명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6년 전의 시 주석이 개혁 노선을 강조했던 것과 달리 시진핑 통치 6년 동안 실제로 중국에서는 많은 분야에서 ‘개혁의 후퇴’가 일어났다는 비판이 나온다. 1인 권력 집중과 언론 통제 등 정치 부문에서의 후퇴는 물론이고 경제 운용에서도 덩샤오핑의 개혁 노선과는 상반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최근의 국진민퇴(國進民退), 즉 국유기업이 약진하는 반면 민영기업이 약화되고 있다는 논란이 대표적이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중국 국유기업이 민영 기업의 지분을 매입한 경우는 9월까지 46개사에 이른다. 이 가운데 24개사 지배주주가 바뀌고 있고, 9월 들어서만 14개사가 대주주를 국유기업으로 바꾸겠다고 공시했다.

이는 미국과의 무역전쟁의 영향으로 중국 주식이 전반적 약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국유기업이 주가 방어책의 일환으로 민영 기업 주식을 사들이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은행 융자 등의 각종 지원도 국유기업에 집중되고 있다. 개혁 개방 이후 중국의 고도 성장을 이끌어 온 민영 기업의 약화로 중국 경제가 활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중국 내부에서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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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만 6년만에 개혁개방의 1번지인 광둥성을 방문했다. 사진은 22일 주하이의 헝친 산업단지를 시찰하는 모습 [주하이=신화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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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 이념에 충실한 시 주석은 공유경제(국가 및 국유기업)와 비(非)공유경제(민영기업)의 공존을 지향하기 때문에 과감한 국유기업 개혁에 나서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국진민퇴 논란이 중국 경제 성장의 둔화와 무역 전쟁 등과 맞물리면서 시진핑 체제에 내우외환이 겹치는 양상이다.

시 주석은 이를 의식한 듯 광둥행 직전에 전국의 주요 민영 기업인들에게 발송한 서한을 통해 “민영 경제의 역사적 공헌은 절대로 사라지지 않는다”며 “민영 경제를 부정하거나 약화하려는 행동은 잘못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이어 “당 중앙은 민영 기업 발전 지원에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중국 경제에 닥치고 있는 위기를 극복하는 동력은 민간 부문의 활력에서 찾을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중국 시티은행의 랴오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시 주석은 이번 방문에서 중국 경제에 자신감을 불어넣으려 할 것”이라며 “중국 정부가 개혁개방에 매진하고 대미 무역전쟁 속에서도 이를 확대하려고 한다는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 경제의 기조가 실질적으로 바뀔지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다. 중국 정부의 검열을 비판하다 베이징 대학에서 해고됐던 크리스토퍼 볼딩 베트남 풀브라이트 대학 부교수는 “중국의 국영매체는 개방 확대와 민영 기업 지지를 선전하기 위해 열을 올리겠지만, 이러한 수사를 사람들이 믿을지는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이 때문에 이번 시 주석의 광둥행이 1992년 노구를 이끌고 상하이ㆍ선전 등 개혁 1번지를 시찰함으로써 보수파의 반(反)개혁 노선을 잠재웠던 덩샤오핑의 남순강화에 비유하기는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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