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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단독] 개성공단 기업인들 31일 방북… 재가동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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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 2년8개월 만에 시설 점검… 정부는 “재가동과 무관”
한국일보

2007년 촬영된 개성공단의 의류공장 내부 모습. 직원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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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이 개성공단 기업인의 방북 및 시설 점검을 이달 말부터 사흘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개성공단 기업인의 방북은 공단 폐쇄 이후 2년 8개월 만이다. 정부는 “개성공단 재가동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지만, 사실상 공단 재가동 사전 정지 작업의 성격이 크다는 분석이다.

23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120여개 개성공단 입주기업 관계자들은 이달 31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개성공단을 방문, 시설 점검을 진행할 예정이다. 기업인들은 오전 북측으로 올라가 오후 귀환하는 방식으로 사흘간 공단을 둘러볼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방북은 정부가 남북 고위급 회담 등 여러 경로를 통해 ‘개성공단 기업인 방북을 추진하자’는 의견을 북측에 적극적으로 전달하고, 북측이 최근 긍정적인 답변을 해오면서 성사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일단 “기업인의 시설 점검과 개성공단 재가동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기업인들은 “방북이 곧장 운영 재개로 이어지지 않아도 신호탄으로서 의미가 크다”며 방북을 반기는 분위기다. 다만 남북이 이번 달 진행키로 합의한 보건의료 분과회담, 체육회담, 북측 예술단의 서울 공연 등 일정을 여전히 조율 중인 상황이라, 기업인 방북 일정이 변경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개성공단 입주업체 관계자들의 방문은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따른 2016년 2월 폐쇄 조치 이후 처음이다. 기업인들은 폐쇄 이후 개성공단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현재까지 6차례에 걸쳐 정부에 방북 승인을 요청했으나 매번 유보됐다. 신한용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 등 일부는 지난달 중순 개성공단 내에 위치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식에 참가하며 개성공단을 둘러보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치기도 했으나 성사되지는 않았다.
한국일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19일 백화원 영빈관에서 정상회담을 마치고 평양공동선언서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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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북 결정이 기업인들의 재산권 보호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는 하나, 지난달 남북 정상이 9월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남북은 조건이 마련되는 데 따라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사업을 우선 정상화한다’는 데 합의한 만큼 사실상 개성공단 재가동의 발판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남북은 개성공단 시설 점검뿐 아니라, 최근 철도 연결을 위한 착공식 일정을 11월 말~12월 초로 확정하고, 연내 북측 양묘장 10곳을 현대화하기로 합의하는 등 본격적인 경협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조건이 마련되면’ ‘적합한 시기가 되면’ 등 사업 진행의 전제 조건을 달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는 있으나, ‘남북관계는 반드시 북미관계와 보폭을 맞춰야 한다’는 의견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개성공단 정배수 시스템을 전면 재가동하는 한편 개성공단 폐쇄 전까지 해왔던 개성시 주민들에 대한 수돗물 공급도 재개한 바 있다.

최근 정부의 대북 정책기조는 북한이 제재 완화를 강하게 요구하는 만큼 비핵화 진전을 위해서는 ‘당근’을 제공해야 할 때라는 쪽이다. 대북제재로 인해 본격적인 사업 진척이 어렵지만, 북측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서는 적어도 경협 사전 준비에 나서는 모습은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남북이 개성공단 재가동에 시동을 걸며 대북제재를 둘러싼 한미공조 균열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는 이미 21일(현지시간) ‘70년 한미동맹이 흔들리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대북제재를 두고 한미가 긴장 상태에 놓여있으며, 수위가 더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청와대는 한미 간 원활한 소통과 협력을 강조하면서 갈등설을 부인하고 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한국일보

22일 붉게 물든 나뭇잎 뒤로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 건물이 보이고 있다. 개성=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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