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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트럼프에 '징징대는 겁쟁이'라 했던 크루즈, 납작 엎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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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대선후보 경선 때 앙숙… 당시 트럼프 "그는 미치광이" 응수

크루즈, 최근 민주 후보에 쫓기자 긴급 SOS… 트럼프, 유세 지원

"병적인 거짓말쟁이에다 징징대는 겁쟁이(sniveling coward)."

"아버지가 케네디 대통령 암살에 관련된 미치광이(maniac)."

서로를 향해 이 정도 독설(毒舌)을 퍼부었다면 화해 불가능한 철천지원수지간일 것이다. 그러나 정치의 세계에선 그런 불가능도 가능케 한다. 2016년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 경선에서 철천지 원수처럼 맞붙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테드 크루즈 상원위원(텍사스) 이야기다.

22일(현지 시각) 트럼프 대통령은 경선 당시 '미치광이'라고 욕했던 크루즈를 지지하기 위해 미 프로농구(NBA) '휴스턴 로키츠' 홈경기장인 텍사스 휴스턴 도요타센터 선거 유세장을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는 "텍사스를 위해 힘쓸 인물은 오로지 크루즈밖에 없다"고 했다. 크루즈도 경선 때는 '거짓말쟁이에다 겁쟁이'라고 욕했던 트럼프를 향해 "여기 모인 모든 사람에게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가 압도적으로 승리할 것이라 예언한다"는 말로 화답했다.

대선 후보 경선 당시 두 사람은 상대 아내까지 헐뜯으며 싸웠다. 크루즈 후원 조직은 트럼프의 아내 멜라니아가 모델 시절 찍었던 반라(半裸) 사진을 온라인 선거 광고에 썼고, 트럼프는 멜라니아와 크루즈의 아내 사진을 나란히 트위터에 올리고 크루즈의 아내 외모를 비하했다. 2016년 7월 클리블랜드 전당대회에서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후보로 선출되자, 크루즈는 "내 가족을 모욕한 사람을 지지할 수 없다"면서 경선 2위 후보가 1위 후보에 대한 지지 연설을 하는 관례마저 깼다. 이튿날 공화당 의원들의 압박에 마지못해 연단에 섰지만, 크루즈는 트럼프 지지를 호소하기는커녕 "양심껏 투표하라"는 말만 남겨 잔칫상에 재를 뿌렸다.

두 사람의 관계 회복은 극적이다. 크루즈는 다음 달 6일 열리는 중간 선거에서 민주당의 베토 오루크 후보에게 바짝 추격당하는 신세가 되자, 지난 8월 언론 인터뷰에서 "대통령의 지원을 환영한다"며 트럼프에게 급하게 SOS를 쳤다. 이에 트럼프는 "10월쯤 크루즈를 위한 대형 집회를 열고, 텍사스에서 가장 큰 체육관을 선택하겠다"면서 '승자의 여유'를 보여줬다. 이날 유세장에서 트럼프는 기자들에게 "테드는 더 이상 거짓말쟁이가 아니다. 이제는 그를 '아름다운 테드' '텍사스 테드'라고 부르겠다"고 했다. 트럼프도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 상원 의석 한 석이 아쉬운 형편이기 때문이다.

CNN은 "크루즈가 직업을 잃거나, (과거 복종을 표하던 방식대로) 반지에 키스하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 정치인답게 반지에 키스하기로 했다"며 "트럼프는 크루즈를 완전히 장악해 '달콤한 복수'를 했다"고 평했다.





[뉴욕=오윤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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