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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단독] 석탄 수출 제재 먹혔나…北, 전기료 10배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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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부들 탄광서 금광으로 이동

북 정부, 전력생산 차질 막으려

석탄 구매 나섰지만 예산 부족

주민 장롱속 현금 끌어내기 나서

북한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석탄 수출이 막힌 이후인 지난해 11월 가정용 전기 사용 요금을 10배 인상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각 가정에 설치했던 적산전력계(계량기)를 점검해 초기화하고, 적산전력계 없이 전기를 써왔던 가정엔 전력계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했다. 정부 당국자는 23일 “북한이 2002년 물가를 현실화한 경제관리개선조치 당시 1㎾h당 2.1원(이하 북한원)으로 책정한 뒤 3원 안팎으로 인상해 부과해 왔다”며 “그러다 지난해 11월 이를 10배 인상한 30~35원(1㎾h당)으로 책정한 뒤 철저하게 부과하고 요금을 징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때부터 사용량이 월 100㎾h를 넘으면 누진세 형식의 부과금도 적용하기 시작했다. 이 당국자는 “북한은 그간 전기를 거의 무상에 가까울 정도의 낮은 가격에 공급했다”며 “지난해 11월 가구별로 일정 금액을 징수하던 방식을 바꿔 사용한 만큼 이용요금을 부과하는 제도를 전면 도입했다”고 말했다. 이는 주민들의 전기절약을 유도하고, 계량기 조작을 통한 ‘전기 도둑’을 막으려는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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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대북제재로 석탄 수출이 막히면서 광산 가동도 위기에 직면했다. 석탄 생산을 경제난 해소의 핵심으로 여기고 있어 화력발전소 등 내수용으로 활용하려 시도하고 있다. 안주탄광연합기합소에서 굴진공들이 채탄 작업에 앞서 안전과 증산구호를 외치고 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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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이처럼 전기요금을 전면적으로 손질한 배경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강화로 인한 압박 때문으로 정부 당국은 보고 있다. 다른 당국자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지난해 9월 북한의 주요 외화 수입원인 석탄 수출을 금지(안보리결의 2375호)하자 탄광 운영에 직격탄을 맞았다”며 “이에 따라 북한 당국이 판로가 막힌 수출용 석탄을 대규모로 사들여 탄광을 계속 유지하는 대신 여기에 들어가는 재정을 충당하기 위해 일선 가정에 부과하는 전기요금을 올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북제재로 주력 수출품의 판로가 막힌 북한이 주민들의 장롱 속 현금을 끌어내 재정 부족을 메우려 했다는 의미다.

김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북한연구실장도 “전기요금 인상은 저가에 공급했던 요금을 현실화하는 측면도 있지만 계량기 판매와 석탄 구매를 위한 재정 확충이라는 측면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지난해 계량기 점검 사업을 실시하며 낡은 계량기를 무상 교체하지 않고 판매했다.

당국에 따르면 안보리가 석탄 수출을 금지한 이후 북한내 일부 탄광이 가동중단 상태가 되며 해당 탄광의 광부들이 금광으로 이동하는 현상도 등장했다. 한 당국자는 “북한은 탄광을 산업의 생명줄로 여기고 있다”며 “탄광 가동을 멈출 경우 화력발전소의 전력 생산이 차질을 빚고 이는 공장의 가동 중단으로 연쇄반응을 일으키는 만큼 재정을 투입해서라도 탄광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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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평양에 위치한 평양화력발전소.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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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표방하며 계획과 생산, 분배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도록 해서 경제를 운영해 왔다. 그러나 계획경제가 이완되면서 주민들이 국가예산을 넘는 현금을 보유하는 상황이 됐다. 진희관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주민들에게 2~3년치국가예산에 해당하는 현금이 깔려있다는 사실을 북한 당국도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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