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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정부 ‘주 52시간 노동’ 손보기로…노동계 반발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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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6개월간 단속·처벌 유예 이어

다음달까지 제도 개선안 마련

‘3개월까지 허용’ 탄력근로제

사용자쪽 유리하게 확대 가능성

노동계 “노동시간 단축 무색”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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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가 23일 분과 회의를 열어 다음달인 11월까지 근로시간 단축 관련 실행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7월 주 52시간제 도입 당시 6개월 단속·처벌 유예 방침을 밝힌 정부가 이번엔 ‘보완책 마련’을 공식화한 것이다.

국민경제자문회의 간사를 맡은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은 이날 회의 뒤 브리핑에서 “(주 52시간제가) 성공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연착륙 방안을 마련하는 데 모두 공감했다”며 “정부는 산업 현장 실태조사와 노동자·경영자 등 관련 당사자들의 의견을 광범위하게 조사해 다음달까지 근로시간 단축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주 52시간’ 근무제는 상용근로자 300명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지난 7월부터 시행됐지만, 정부는 연말까지 단속과 처벌을 6개월 유예하기로 했다.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 등은 다음달 중순까지 주 52시간 근무제에 대한 기업, 노동자들의 의견 수렴 등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한다.

‘보완책 마련’을 계기로 ‘주 최대 52시간 근무제’의 핵심 쟁점인 탄력적 근로시간제(탄력근로제)의 단위 기간을 늘리는 문제가 다시 뜨거워질 전망이다. 탄력근로제는 일이 많이 몰리는 기간의 노동시간을 늘리고, 다른 기간의 노동시간을 줄여 평균적으로 법정 노동시간(주 40시간)을 맞추는 노동 형태다. 예컨대 일이 몰린 주에 40시간을 넘겨 50시간을 일했다면, 그다음 주엔 10시간을 뺀 30시간만 일하는 식이다. 운수·통신·의료 서비스업처럼 연속해 일하는 것이 효율적이거나 냉난방장비 제조업, 음식 서비스업처럼 특정 시기에 일이 몰리는 업종에서 활용할 여지가 크다. 탄력근로제를 실시하려면 취업규칙에 반영하거나 노사 합의가 있어야 하는데, 취업 규칙으로 정할 경우 단위 기간을 2주 이내로, 노사가 합의할 경우엔 3개월까지 정할 수 있다. 사용자 쪽은 이를 6개월이나 1년까지 확대하자고 요구해왔다.

올해 초 여야는 근로기준법 개정 과정에서 모든 사업장에 근로시간 단축이 적용되는 2022년 말까지 결론을 내자고 합의한 바 있다. 한데 이 시기가 올해 안으로, 무려 4년이나 당겨진 것이다. 조짐은 종업원 300명 이상의 사업장과 공공기관에 주 최대 52시간 근무제가 적용되기 직전인 지난 6월부터 시작됐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6월 대한상공회의소 등과 간담회에서 “탄력근로제의 단위 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정부가 다른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김영주 당시 고용노동부 장관은 홍 대표의 발언을 두고 “탄력근로제를 활용하는 기업은 전체의 3.4%에 불과하다. 단위 기간을 6개월로 늘리면 노동시간 단축의 의미가 없다”며 반대 뜻을 밝혔다. 단위 기간이 늘면 그만큼 주 52시간을 넘겨도 되는 기간이 길어져 제도 도입의 취지가 무색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고용부진 등 상황과 맞물리면서 사용자 쪽 주장에 무게를 싣는 쪽으로 흘러갔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노동시간 단축 시행 직전인 6월26일 열린 경제현안점검회의에서 “단속보다는 제도 정착에 초점을 두고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 주력하겠다”며 “탄력근로제도 단위 기간 확대 등 개선 방안도 조속히 마련하려 한다”고 했다.

반면 노동계는 “노동시간 단축의 취지와 의미를 무색하게 하는 조처”라며 반발하고 있다. 늘어나는 노동시간에 대한 임금 보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거나, 상시적인 탄력근로제 시행으로 노동시간 단축 자체가 의미가 없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23일 “탄력근로제의 단위 기간 확대가 중요한 검토 사항 중 하나이나 임금 손실 등 노동계의 우려를 고려해 균형 잡힌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려 한다”고 말했다.

박기용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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