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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터키 언론의 잇따른 카슈끄지 '특종'보도…'노림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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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사망 사건을 둘러싼 미스터리가 연일 전 세계 언론에서 주요 기사로 다뤄지고 있다. 이달 2일 카슈끄지가 실종된 뒤 사우디는 일관되게 "아는 바 없다"고 밝혔지만, 결국 지난 19일 "살해했다"고 밝혔다. 사우디는 이번 일을 어영부영 넘어갈 수 있을 줄 알았지만, 상황은 그렇게 돌아가지 않고 있다. 이제 사우디 왕세자 교체가 거론될 정도로 총체적 난국에 휩싸였다. 자칫 진실 공방 속 미스터리로 남을 수 있었던 이번 사건을 뒤집은 것은 누가 뭐래도 터키의 공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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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는 마치 카슈끄지 살해 현장을 직접 목격이라도 한 듯 사건 정황을 공개해 사우디를 코너로 몰아넣고 있다. 실제 익명으로 소식을 알리는 터키 정부 관계자는 외신 등을 통해 사건 당시 동영상과 음성 자료를 확보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동안 국제사회에서는 터키가 이 모든 것을 어떻게 알고 있느냐, 그리고 왜 이처럼 사우디를 압박하는지를 두고서 궁금증이 커졌다.

터키가 진상을 마치 다 알고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과 관련해 국제사회는 한때 카슈끄지가 착용한 스마트 애플워치를 통해 사건 현장이 녹화된 것이 아닌가를 의심했다. 하지만 이 같은 의심은 애플워치가 가진 기술적 한계 때문에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여겨졌다. 대신 도청 가능성이 유력한 상태다.

이와 별도로 터키가 왜 이렇게 사우디를 압박하는지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터키 정의개발당은 "터키는 카슈끄지의 사망과 관련한 증거를 전 세계와 공유할 것"이라고 공표했다. 터키 한 일간지는 칼럼을 통해 "사우디 왕세자가 문책을 당하고 왕세자에서 폐위되기 전까지 우리는 사건을 종결할 수 없다"면서 빈살만 왕세자가 교체되기 전까지 문제를 삼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터키는 대체 왜 이렇게 사우디를 압박하고 나선 것일까.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터키 정부의 일련의 움직임을 두고서 2가지로 해석했다. 사우디로부터 무엇인가를 받아내려는 것과 이번 기회를 계기로 중동 지역의 패권을 장악하려 한다는 것이다.

존스 홉킨스 대학의 리셀 힌츠 교수는 "터키 정부는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사우디로부터 무엇인가 대가를 받으려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터키는 언론 유출 등 비공식적인 채널을 통해 자신들이 증거를 갖고 있다는 점을 알리며, 최소한 자신들이 어떤 대가를 요구할 수 있다는 점을 깨닫게 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힌츠 교수는 "터키가 요구하는 것이 방위 계약인지, 건설 계약인지, 아니면 비공식적인 대가인지는 모르겠다"면서도 "일련의 행태를 봤을 때 터키는 사우디에 팔만한 무엇인가가 있다는 것을 알리려 한다"고 분석했다.

과거 뉴욕타임스 터키 특파원으로 활동했던 실란 예긴수는 "터키는 언론에 계속 흘림으로써 사우디와 모정의 거래를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계속 관련 내용을 흘리는 것으로 봐서, 사우디와 합의점에 이르지 않았다는 추측도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터키가 이번 기회를 계기로 중동 지역의 맹주로 우뚝 서려 한다는 분석도 있다.

사실 터키와 사우디 관계는 그렇게 좋지 않은 상황이다. 양쪽 모두 수니파를 믿는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만 정치체제 등에서 차이가 크다. 터키는 공화정으로 이슬람에 민주정치가 접목된 형태인 데 반해, 사우디는 왕정을 유지하는 등 한층 보수적이다. 특히 이슬람 정치세력인 무슬림 형제단과 관련해 사우디는 테러리스트로 규정하는 반면, 터키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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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에 대한 입장도 사뭇 다르다. 터키는 올해 8월 환율 가치가 폭락했을 당시 카타르가 터키에 투자를 약속함으로써 급한 불을 끈 적이 있다. 이렇듯 터키와 카타르는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사우디는 카타르와 외교 관계를 단절하는 등 압박하고 있다. 다만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터키가 여전히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인 점을 고려할 때 패권 경쟁에 나설 상황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터키 경제 상황도 바람앞의 등불 같은 처리라, 부국 사우디와 패권 경쟁을 벌이기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이외에도 터키 언론들이 가짜 뉴스를 내놨을 가능성을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제기했다. 카슈끄지 사망과 관련해 각종 특종을 쏟아내는 터키 언론들은 이미 오보를 여러 차례 전한 바 있다. 이를테면 애플워치를 통해 카슈끄지 사망 당시 상황이 알려졌다는 보도 등이 그렇다. 터키 언론에 따르면 터키 정부는 카슈끄지 사망 당시 정황을 녹음한 음성 자료가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아직 이 자료를 미국과 영국 정보기관 등도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존재 여부 자체가 이미 논란에 휘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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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언론들은 터키 언론 보도 내용을 인용하면서, 카슈끄지 관련 보도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터키 정부가 현재와 같은 상황을 통해 노리는 것이 무엇인지를 주목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특히 특종 보도를 쏟아내는 매체들은 친정부 언론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이 매체들이 이처럼 공격적으로 보도하는 것은 정부 측 승인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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