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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강남역 살인범 얼굴은 모르는데…” 경찰의 ‘갈팡질팡’ 피의자 신상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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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지난 21일 오후 서울 강서구의 한 PC방 앞에 살인 피의자 김성수씨(29)에게 목숨을 잃은 아르바이트 노동자 신모씨(21)를 추모하는 쪽지와 국화가 놓여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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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피의자 김성수씨(29)의 신상이 지난 22일 공개되면서 강력범죄 피의자의 신상공개 문제가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같은 강력범죄인데도 다른 결정이 나와 신상공개의 기준이 애매하고 여론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지적이다.

강력범죄 피의자의 신상은 경찰 신상공개심의위원회가 공개 여부를 결정하지만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 2016년 5월 강남역 인근 공용화장실에서 여성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강남역 살인사건’ 김모씨(36)에 대해 경찰은 신상공개를 하지 않았다. 같은 달 새벽 서울 노원구 수락산에서 등산을 하던 주부를 흉기로 살해한 김학봉씨(62)는 이름, 나이, 얼굴을 공개했다. 두 사건 모두 경찰은 정신질환을 앓던 피의자의 살인사건으로 규정했지만 신상공개 여부는 다르게 판단했다.

직장인 김나연씨(26)는 “경찰이 어떤 목적과 기준으로 신상공개를 결정했는지 잘 모르겠다”라며 “강남역 살인사건의 경우 피의자 얼굴을 아직도 모른다. 그때는 사회적 약자인 여성이 살해됐고 파장도 컸는데도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하지 않았다. 얼마나 끔찍하게 죽어야 신상을 공개하나”라고 말했다.

경찰은 2012년 4월 경기 수원시 ‘팔달산 토막살인 사건’ 피의자 오원춘씨(48), 2015년 4월 경기 시흥시 ‘시화호 살인사건’ 피의자 김하일씨(50), 2017년 10월 경기 용인시 ‘일가족 살인사건’ 피의자 김성관씨(35), 2017년 10월 중학생 딸의 친구를 성추행하고 살해한 피의자 ‘어금니 아빠’ 이영학씨(36), 지난 8월 경기 과천시 ‘서울대공원 토막살인 사건’ 피의자 변경석씨(34) 등의 신상을 공개했다. 2015년 1월 서울 서초구에서 자신의 부인과 두 딸을 살해한 ‘세 모녀 살인사건’, 2016년 1월 초등학생 아들을 폭행해 숨지게 한 뒤 시신을 훼손해 냉동실에 보관한 사실이 드러난 ‘부천 토막 살인사건’, 2016년 3월 학대로 숨진 아들을 암매장한 ‘원영이 학대사건’의 피의자는 경찰이 신상을 공개하지 않았다.

경찰이 강력범죄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법적 근거는 2010년 4월 개정된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제8조 2항이다. 이 조항은 ‘범행의 수법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했으며 충분한 증거가 있고 공공의 이익을 위하며 청소년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에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2009년 1월 검거된 연쇄살인범 강호순씨(49)에 대한 일부 언론의 얼굴 공개 이후 만들어진 것이다. 김성수씨의 신상공개는 관련 규정이 만들어진 후 18번째다.

경찰은 2016년 6월 ‘신상공개 체크리스트’를 마련해 각 지방경찰청이 40여개 세부 기준에 따라 신상공개를 검토하게 했다. 체크리스트에는 범행수법의 잔혹성, 피해자의 사망 여부, 여성·아동·노인 등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 여부, 혐의를 입증할 충분한 증거 확보 여부 등의 항목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상공개심의위원회도 기존 경찰서가 아닌 지방경찰청에서 열도록 했다. 위원회에는 경찰 위원과 함께 변호사·정신과 의사·교수 등 3명 이상의 외부 전문가 등 7명이 참여한다.

앞서 지난 14일 김성수씨는 서울 강서구의 한 PC방에서 아르바이트 노동자 신모씨(21)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됐다. 김씨 측은 경찰에 우울증 진단서를 제출했다. 김씨는 충남 공주 국립법무법원 치료감호소에 지난 22일 입소해 최장 30일간 정신감정을 받을 예정이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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