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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같은 잔혹 살인인데…강남역 살인범은 '비공개', PC방 살인범은 '공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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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PC방 살인사건’ 김성수 신원공개 후폭풍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 김씨 얼굴은 공개 안 하나
경찰 "강남역은 정신질환, 김성수는 ‘범행 동기’ 있어"

‘강서구 PC방 살인 사건’ 피의자 김성수(29) 신원정보가 공개되자,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강남역 살인사건 범인도 얼굴을 공개하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016년 강남역 부근 공용화장실에서 생면부지 여성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김모(36)씨의 신원을 공개하라는 요구다. 그는 조현병(정신분열증)에 의한 심신미약이 인정돼 징역 30년으로 감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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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 PC방 살인사건’ 피의자 김성수가 지난 22일 오전 서울 양천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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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성별따라 신원공개 기준 다르냐" 性차별 주장도
네티즌들은 2016년 발생한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과 이번 PC방 살인 사건이 흡사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묻지마 살인 △심신미약에 의한 범죄 주장 △범행의 잔혹성 △사회적 공분 유발 등이 유사하다는 것이다.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성(性)차별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강남역 살인사건의 피해자 성별이 ‘여성’이어서 경찰이 피의자 신원공개를 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피해자가 남성이라 범인 얼굴을 빨리 공개했다"는 식의 이야기들이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조현병(강남역 묻지마 살인 사건)이 있는 용의자 얼굴은 가려주고, 우울증(강서 PC방 사건)이 있다는 용의자 얼굴은 공개하는 것에 대한 논리적 근거가 없어 국민들 입장에서는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살인 범죄의 계기는 굉장히 다양하지만, 범인 신상 공개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명확히 밝혀야 엉뚱한 성(性)대결로 번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경찰은 피해자 성별에 따른 판단은 일절 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범죄자 신상공개는 불특정 다수에게 피의자가 다시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지 가능성을 염두에 둔다"면서 "기본적으로 피의자의 인권보다 국민의 알권리를 비교해 공개하게 되어 있다"고 말했다.
◇김성수는 ‘분노조절 실패’에 의한 범행 무게
경찰은 범행 동기·범행대상을 기준으로 △피해자와 무관한 이유로 불특정 상대를 대상으로 하면 ‘묻지마 범죄’ △층간소음·보복운전처럼 범행 촉발요인이 있으면 ‘분노충동 조절 실패 범죄’ △이상행위에 의한 경우는 ‘비전형적 이상범죄’ 등으로 구분하고 있다.

법원은 강남역 살인사건 피의자 김씨가 △모두 6차례 정신병원 입원치료를 받은 점 △범행 당시 피해망상 증세가 심각했던 점 △표면적 범행 동기가 없는 점 △피해자에게 범죄를 촉발할 원인이 없었다는 점 등을 미뤄봤을 때 ‘정신질환 범죄 유형’에 해당한다고 봤다. 계획적인 ‘성혐오 범죄’(Gender-based hate crime)가 아니라 우발적인 ‘묻지마 범죄’에 가깝다는 판단이다.

당시 강신명 경찰청장은 기자간담회에서 "강남역 살인사건 피의자는 조현병 환자로, 공상·망상에 의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면서 "중증 정신질환자의 범행인 만큼 신원공개가 재발방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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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의 피의자 김모씨는 지난 2016년 5월 24일 현장검증에 나섰을 당시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상태로 등장했다./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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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전문가들에 따르면, ‘강서 PC방 살인사건’ 피의자 김성수는 분노충동조절 실패 범죄에 가까울 가능성이 높다. 범행 직전에 아르바이트생 신모(20)씨와 테이블 정리 문제로 다툼을 벌였기 때문이다. 실제 김성수는 경찰조사에서 "동생 옆자리에서 게임 하려고 아르바이트생에게 ‘자리에 있는 담배꽁초를 빨리 치워 달라’고 했는데 화장실 다녀온 사이에도 치워져 있지 않아 화가 났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성수는 10년간 우울증 약을 복용했지만, 범행 당시에 현실감각이 있었다는 점도 ‘강남역 김씨’와 다르다. 경찰은 (강남역 살인사건 피의자와는 달리) 김성수의 신원을 공개하는 것이 재범 방지 효과가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김성수 정신감정 결과는 한달 정도 걸릴 것으로 보인다. 심신미약에 의한 감형 인정 여부는 법원이 최종 판단한다. 재판부는 김성수의 범행 동기, 반성 여부 등 여러 사정을 참작해 형량을 결정할 예정이다.

[전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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