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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리뷰]헬조선 그린 오락영화 종합선물세트…영화 ‘창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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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영화 <창궐>. NEW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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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지도 않고, 그렇다고 죽은 존재도 아니다.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지만 인간도 아니다. 흉칙한 외모로 인간에게 해를 끼친다. 내가 살기 위해서는 그들을 없애야 한다. 이 때문에 아무리 잔인하게 그들을 없애도 아무런 죄책감이 들지 않는다. 거리낌없이 없앨 존재가 필요했던 영화에 좀비는 최적의 캐릭터다. 그야말로 ‘악’ 그 자체인 좀비를 없앨 때 관객은 쾌감을 얻는다.

누적 관객 1157만명을 기록한 <부산행>(감독 연상호·2016)은 서구의 전유물로만 여겨지던 좀비 영화가 국내에서도 통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형사와 조직폭력배나 범죄자가 벌이는 한국 액션 영화에 식상해진 관객은 미국 대도시나 들판이 아닌 한국, 기차 속 좀비에 환호했다. <부산행>은 해외에서도 좋은 성과를 거뒀다. 해외 관객들은 총이 아닌 주먹과 야구방망이로 좀비를 해치우는 모습에 신선함을 느꼈다. <부산행>으로 흥행에 성공한 투자·배급사 NEW는 조선과 좀비를 조합한 <창궐>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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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 제물포(인천) 앞 바다에 정박해 있던 외양선은 조선의 습격을 받는다. 신식 총기 등 무기를 챙기던 한 명이 갖혀 있던 외국 선원에게 물린다. 집으로 돌아온 그는 점차 좀비 ‘야귀(夜鬼)’로 변한다. 그는 자신의 아내와 자식을 해한 뒤, 집 밖으로 나가 주민들을 덮친다. 제물포는 금세 야귀 소굴로 변한다. 그러나 자신의 왕좌와 안위에만 관심이 있는 임금 이조(김의성)는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는다. 그저 제물포에 야귀라 불리는 역병이 돌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 백성들의 이동만 차단한다. 쿠데타를 준비 중인 육판서의 우두머리 병조판서 김자준(장동건)은 세자를 제거하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청나라에 있던 강림대군(현빈)이 형의 사망 소식을 듣고 조선에 오며 김자준의 계획에 차질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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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블록버스터 영화 <창궐>은 “오락영화 종합선물세트”(배우 김의성)다. 전작 <공조>(2016)에서 완성도 높은 액션을 선보였던 감독 김성훈은 <창궐>에서도 자신의 장기를 십분 발휘한다. <공조>의 주연 현빈은 <창궐>에서 차 대신 말을 타고, 총 대신 칼을 들고 화려한 액션을 선사한다. 장동건은 주인공의 비중을 뛰어넘는 카리스마 넘치는 악역을 선보인다. 좀비 영화답게 긴장을 조성하고 관객을 놀라게 하는 장면들도 적재적소에 배치해 보는 재미를 더한다. 사람들이 야귀로 변하는 장면도 매우 사실적으로 표현한다. 진지한 전개 중간 중간 “이러려고 임금이 됐나”, “이게 나라냐” 등 감초 역할을 하는 조연들의 대사는 웃음도 이끌어낸다.

오락영화를 표방하지만, 단순히 오락영화로만 보이지 않는다. 인물들의 행동과 상황은 대한민국 근현대사와 여러 면에서 겹쳐 보인다. 구중궁궐에 들어앉아 궁 밖의 일에는 관심이 없고 자신의 안위를 위해 청에 대한 사대를 고수하는 임금, 조선을 무시하고 강대국인 청으로 돌아갈 궁리만 하는 왕자, 청에 대한 맹목적인 사대에 불만을 품고 가짜뉴스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쿠데타를 꾸미는 군 수장. 말 그대로 ‘헬조선’을 고스란히 담았다. 심지어는 횃불을 들고 광화문을 둘러싼 백성들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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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으로 무난한 오락영화지만, 먹고 나면 금세 잊히는 종합선물세트 같은 아쉬운 점도 있다. 속도감 있는 초반 전개에 비해 후반부는 매우 더디고, 꿋꿋이 청으로 돌아가겠다던 강림대군의 갑작스런 심적 변화는 너무 급격하다. 또 강림대군과 김자준에 집중되다 보니 강림대군과 함께 싸우는 박 종사관(조우진), 덕희(이선빈), 승려 대길(조달환) 등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많은 비용을 썼다는 외국 오케스트라의 연주 일부는 화면과 전혀 어울리지 않아 관객의 몰입을 오히려 방해하기도 한다. 25일 개봉. 121분, 15세 이상 관람가.

김경학 기자 gomgo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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