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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지구온난화로 식물도 빈약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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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영양소 ‘질소’ 부족으로 점점 허약

식물의 이산화탄소 흡수 능력 적신호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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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변화로 식물이 필요한 핵심 영양분인 ‘질소’를 얻을 수 있는 양이 줄면서 약해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나무 등이 약해지면 이를 주식으로 삼는 동물들의 영양 섭취에도 해를 끼칠 뿐 아니라 대기 중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수 있는 양이 줄면서 온난화가 더 악화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메릴랜드 대학교 연구진은 세계 각지의 나뭇잎에 함유된 질소의 비율을 장기간에 걸쳐 조사한 결과 전반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경향이 나타났다고 22일(미국 현지시각) 과학 저널 <네이처 이콜로지&에볼루션>(Nature Ecology&Evolution)에 발표했다. 이들은 1980년부터 2017년 사이 37년 동안 수백 종 식물의 나뭇잎 4만3천개 샘플을 대상으로 질소의 밀도 변화를 측정했다. 그 결과 이 사이 밀도가 9% 감소한 것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런 “빈영양화”(oligotrophication)가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 기후 변화가 영향을 미치고 있으리라고 분석했다. 인간이 비료로 질소를 공급하는 경우를 제외한 야생의 식물은 보통 땅과 대기 중에서 필요한 질소를 흡수한다. 땅의 경우 나뭇잎 등이 떨어지면 미생물이 이를 분해하면서 질소를 만들어 내고 식물이 이를 다시 흡수하는 기제가 작동한다. 그런데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올라가 나무의 생장 기간이 길어지면서 미생물이 분해할 나뭇잎의 양은 줄어드는 반면 나무가 필요로하는 질소의 양은 증가했다는 것이다.

또 대기 중 질소의 경우 과거 산성비 등의 위협으로 미국과 유럽 등에서 공기 정화 규제를 강화하면서 대기 중으로 방출되는 양이 줄어들었다는 게 연구진의 분석이다. 이런 일들이 겹치면서 필요로하는 충분한 질소를 섭취하지 못한 식물의 체질 약화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논문의 공동 저자인 메릴랜드대 환경과학센터의 앤드루 엘모어(Andrew Elmore) 교수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충분히 안정적인 수준으로 감소하더라도 향후 생태계는 너무 적은 질소로 인한 문제를 보일 것”이라며 “이는 인간에 의한 이산화탄소 방출을 줄여야 할 이유가 더 늘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주저자인 환경 분석회사 ‘조나 벤처스’의 조지프 크레인(Joseph Craine) 연구원은 “(질소 부족으로 인해) 나뭇잎의 화학반응뿐 아니라, 가축의 단백질 부족, 꽃가루의 필요 단백질 감소 등의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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